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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국 독일, '로봇 축구' 비난서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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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국 독일, '로봇 축구' 비난서 벗어날까?

[독일월드컵 통신] 전투와 스포츠의 경계를 허문 독일 축구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축구의 역사〉에서 전 서독의 국가대표 볼프강 오버라트는 "독일 축구는 전투와 스포츠가 반반씩 섞여 있다"고 말했다. 지난 50년간 독일 축구는 전력은 다소 약해도 정신력으로 이를 보완하며 '축구 강호'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독일 축구의 실력이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경기에 임하는 독일 선수 특유의 정신무장은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2002년 월드컵 준우승 독일팀은 창의성 결여된 '로봇 축구' 구사**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폴 가드너는 영국 축구 전문지 <월드사커>를 통해 '축구는 로봇 전쟁의 희생자(Football the victim of robot wars)'라는 글을 통해 획일적이고 창조성이 떨어지는 '로봇'들의 축구를 비판했다. 가드너의 비판 대상은 월드컵 준우승팀 독일이었다. 가드너는 "독일 팀은 석기 시대 축구스타일로 결승까지 진출했다"는 혹평을 퍼부었다.

가드너뿐 아니라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은 팀 플레이와 체력적인 면이 강조된 축구경기의 범람으로 기술과 개인기의 중요성은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그 대표적인 팀으로 독일을 지목했다. 오죽하면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라프>가 독일의 결승 진출을 "독일 로봇들이 승전가를 울리고 있다"라고 표현했겠는가.

과거 70년대 세계축구를 리드했던 독일은 최근 세계축구의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 조직력과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예전과 같이 충실한 내용의 축구를 하지 못하는 독일의 최대 문제점은 그동안 자국 리그인 분데스리가가 유망신인 발굴에 소홀했다는 것.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통독 이후 구단의 재정구조가 악화된 것도 주요한 원인이었다. 잉글랜드,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의 강호들이 세계적인 젊은 스타를 키워내고 있는 동안 독일 분데스리가는 국내선수보다 터키, 동구권, 브라질 선수들을 많이 기용해 자국의 유망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게 하는 실수를 범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분데스리가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고, 유망주들도 나타났지만 독일 축구가 세계 축구의 흐름을 주도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개최국 우승 신화 이을 수 있나**

그렇다면 2006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독일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일단 외형적 조건은 독일에 유리하다. 지금까지 17번의 월드컵 가운데 개최국은 모두 6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는 통계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당시 서독)은 1974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토털축구' 혁명을 선도한 강호 네덜란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월드컵, 유럽축구 선수권대회와 같은 큰 대회에서 특유의 '게르만 정신'을 앞세워 실력 이상의 좋은 결과를 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독일의 최대 문제점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 대표팀을 지휘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축구 팬들의 우려와 함께 수비 조직력에 다소 문제점이 있다는 점. 클린스만 감독이 올리버 칸이 아닌 옌스 레만을 주전 골키퍼로 낙점한 것도 그의 수비 조율 능력에 높은 점수를 뒀기 때문이다.

독일이 2002년 월드컵과 같은 '로봇 축구'가 아닌 '창의적인 축구'를 할 수 있을지가 성적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이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미하엘 발락과 폴란드 출신의 떠오르는 골잡이 루카스 포돌스키 등이다. 하지만 한때 가장 창조적인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미드필더 세바스티안 다이슬러가 무릎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2006년 월드컵에서 독일이 정신력과 창조적 축구가 혼합된 모습을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박스 시작>

***축구클럽 가입자 수 세계 1위 독일 축구의 힘**

독일은 축구에 죽고 축구에 사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축구는 유럽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아 가는 가운데, 유럽 중앙에 자리잡은 독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여세를 몰아 1900년에 독일축구협회가(DFB) 발족됐고, 4년 뒤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정식 회원국도 되었다. 그때 '바이에른 뮌헨', 'FC 샬케'와 같은 클럽들이 창단됐다. 서독의 1954년 월드컵 우승과 분데스리가의 열기는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실의에 빠져 있던 독일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며 축구는 국민 스포츠로 확실히 자리잡았고, 독일이 오늘날의 세계 축구 강국, 전차군단의 명성을 얻게 된 밑거름이었다.

독일 프로축구를 분데스리가 라고 부른다. '분데스리가'(Bundesliga)란 '분트'(연방) 와 '리가'(리그)의 합성어로 독일 연방 안에서 열리는 축구를 포함한 배구, 핸드볼 등 모든 프로스포츠 리그를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분데스리가라고 하면 프로축구 리그를 말한다. '분데스리가' 는 1963~64 시즌부터 시작됐다. 1부, 2부, 그리고 3부로 나누어 각각 18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즌의 시작은 보통 7, 8월 경에 전반기 경기가 시작되고, 추운 날씨 때문에 1월과 2월은 쉰다. 그리고 3월에 다시 후반기 경기를 시작하여 6월 말경에 34경기가 모두 마치게 되어 있다. 이렇게 해서 가장 성적이 좋은 팀은 '마이스터'가 되고 1위, 2위 팀은 유럽 톱 클래스들이 벌이는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그리고 경기 결과에 따라 1부 리그에서 부진한 3개 팀은 2부 리그로 내려가고, 반대로 2부 리그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3개 팀은 1부 리그로 올라오게 된다. 말 그대로 치열한 생존전쟁 그 자체다.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는 그 분위기가 마치 월드컵과 같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마을이 축제 분위기로 들썩들썩 한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부터 응원이 펼쳐지며 긴 행렬을 따라 경기장에 들어서면 그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객석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어 홈팀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꼭 지난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를 연상케 했다. 열렬한 홈팀 서포터즈의 응원에 힘입어 홈팀이 한 골이라도 넣으면 정말 열광의 도가니가 따로 없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어웨이팀이 골을 넣으면 장내 아나운서는 골 스코어만 방송해 주고 경기장은 한 순간에 쥐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홈팀의 텃세를 이겨내고 어웨이팀이 경기에서 이기면 홈팀 서포터즈의 보복(?) 아닌 보복이 무서워서인지 원정팀의 선수들이 정말 쏜살같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기에 바쁜 광경을 종종 본다. 한번 응원전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독일 축구의 스릴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독일 축구의 저변을 살펴보면 왜 독일축구가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우선, 정식 축구 클럽의 회원만 무려 530만 명에 달해 당당히 세계 1위다. 그리고 역대 월드컵에서 3번의 우승과 지난 2002년 월드컵 대회에서 독일의 준우승은 독일 축구의 저변과 스타 플레이어들의 뒷받침이 낳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전영민/독일 오스나브뤼크대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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