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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3개월 만에 마주앉은 북·일…성과 없이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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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3개월 만에 마주앉은 북·일…성과 없이 끝나

'과거사 청산'ㆍ'일본인 납치문제' 두고 팽팽한 대립

북한과 일본이 3년 3개월 만에 관계정상화를 위해 마주 앉았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양국은 지난 4일부터 베이징에서 과거청산을 포함한 국교정상화ㆍ핵과 미사일 등 안전보장 문제ㆍ일본인 납치 문제 등 3가지 쟁점 분야를 놓고 구체적인 논의를 벌였으나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8일 닷새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日 "납치 문제 해결되야 관계정상화 가능"…北 "과거사 청산 일괄타결 안돼"**

양측은 3가지 쟁점 분야에서 회담 내내 끝없는 평행선을 달렸다. 송일호 북한측 협상대사는 8일 전체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된 베이징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쌍방의 입장에 서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은 무엇보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납치 문제의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측은 납치 의혹 행방불명자의 재조사와 생존자 조기 귀국, 납치 진상 규명, 납치 용의자 신병 인도 등을 북한에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납치 문제는 이미 종결된 일"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북한은 일본의 납치 문제 제기에 대해 북일 회담을 파탄시켜 '관계 개선을 차단하려는 행위'라고 비난해 왔다. 이같은 입장은 회담장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탈북자 지원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 국민을 납치ㆍ유괴하는 범죄자"라며 탈북지원단체 관계자 7명의 신병인도를 요구했다.

북일 양측은 과거사 청산 문제를 놓고도 팽팽하게 대립했다. 일제 36년 식민 지배에 대한 청산 방법을 놓고 일본은 경협을 통한 '일괄 타결'을 주장한 반면, 북한은 경협 외의 손해배상과 인권유린범죄에 대한 별도 배상 등을 요구한 것.

일본측 하라구치 고이치 협상대사는 식민지 강점기간 발생한 손해에 대해 무상자금협력과 저리의 장기차관 제공, 국제기관을 통한 인도지원 등 경협을 통한 '일괄 타결 경제협력 방식'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송일호 북한측 협상대사는 "그 방법만으로는 안된다"며 경협 외의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한 협상에서 식민지 당시의 강제연행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특대형 인권유린범죄를 따로 취급해야 하며, 식민지 시기 약탈 문화재의 원상반환 등을 촉구했다.

핵ㆍ미사일 문제를 다룬 7일 회담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일본측은 6자회담에 조건 없는 복귀를 촉구했으며 탄도미사일과 핵개발계획 폐기ㆍ자금세탁 등 불법행위 중단 등을 요구했다.

북한은 6자회담의 중요성은 인정했으나 회담 복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또한 북한측은 미ㆍ일동맹 강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일본의 방위력 증강과 미사일방어체제(MD) 구상 등의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국내 상황 볼 때, 관계 정상화 당분간 어려울 것"**

북한과 일본은 지난 2002년 10월 쿠알라룸푸르 회담 이후 처음으로 재개된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라며 "회담 진전으로 가는 핵심은 일본인 납치문제인데, 이에 관한 일본의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이기는 힘든 상황이 성과 못 내온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진창수 연구위원은 또한 북일 관계정상화로 가기 위한 양측의 정치적 결단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경우 지난 2000년 방북 이후 북일관계 개선을 임기 내 이룰 것을 희망해 왔으나, 일본 여론이 납치문제에 민감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

더욱이 "라이브도어 사건 등으로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 내에서 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인 데에다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납치 문제 등을 적당히 타협하고 관계 정상화로 가는 정치적 부담을 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 위원은 말했다.

***"대화재개 자체가 큰 의미…양측 모두 대화 의지 있어" 조심스런 낙관도**

그러나 이번 회담 이후 북일관계가 다소 느리더라도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번 회담이 장기간 난항에 빠져 있던 양국이 오랜만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회담인 데다가, 사안별 대립은 팽팽하나 양측이 솔직하게 구체적 논의를 벌인 것이 '희망'이라는 것이다.

송일호 북한 대사가 회담이 마무리된 후 5일 동안 쟁점이 된 3개 분야에서 "허심탄회하고 솔직히 얘기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공식적인 정부간 대화가 오랜만에 재개된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이번 회담을 볼 때 "양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지금 대립하고 있는 쟁점들은 이미 과거보다 상당히 진전된 것"이라며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이 있지만 양측이 모두 관계 개선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조심스런 낙관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번 북일 회담을 평가했다.

송일호 북한 대사가 "전체적으로 낙관도 실망도 하고 있지 않다"며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고 조선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런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북한과 일본의 대화의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신보〉의 8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일본은 회담을 마무리하면서 외교통로를 통해 후속일정을 협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쌍방이 "앞으로 정부간 대화를 추진해 나갈 데 대한 의사와 방식에 대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당장 눈앞의 성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일본이 관계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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