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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고문, 복지부 장관시절엔 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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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근태 고문, 복지부 장관시절엔 뭐 했나"

정동영 "'김 고문은 승리지상주의'에 매몰…계급장 떼면 공멸"

'당권파 책임론'을 제기한 김근태 고문에 대한 정동영 고문의 반격이 매섭다. 정 고문은 31일 <프레시안> 과의 인터뷰에서 김 고문을 향해 "승리 지상주의"에 매몰된 "책임 떠넘기기", "분열주의"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사용했다. '네거티브 맞대응 자제'를 선언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1인 2표제 때문에 1순위에서는 내가 앞서면서도 2순위에서 큰 폭으로 뒤짐으로서 역전현상이 발생한다"는 발언에선 '위기감'과 '견제심리'가 동시에 감지됐다.

양극화 해법과 관련해 자신이 제기한 '군축을 통한 양극화 재원마련' 방안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역설한 정 고문은 김 고문이 주장하는 '개헌을 통한 부동산 공개념 도입', '분양원가 공개' 주장 등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공격했다. 특히 "양극화 문제의 주무장관인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사회부문 책임 장관을 지낸 김 고문은 지난 2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내놓는 게 우선"이라고 공박하기까지 했다.

정 고문은 또 "대통령과 독립적으로 가는 여당은 성공하기 어렵다. 당 의장이 계급장 떼고 논쟁하고, 토론하자고 해서 대통령과 당이 긴장과 대립으로 빠져들면 여당은 굉장히 불안정해진다"며 "대통령과 당은 한 몸"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에 적극적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당 의장 당선 시 지방선거 연대를 위한 고 전 총리와의 회동 계획을 거론한 대목도 주목된다. <편집자>

***"2순위 동맹표로 선두를 뒤집는 게 바람직한가"**

프레시안: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1위 탈환'이 슬로건이다. 정동영의 당선이 왜 지지율 1위와 직결되나?
정동영: 성공의 경험이 중요하다. 검증된 당 의장으로서 성공의 경험을 다시 한번 활용해보겠다는 것이다. 나는 당 의장을 했고, 당 의장으로 이룬 게 있어 다시 한번 당의장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2년 전에는 신당을 신당답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몽골기병론'을 내세워 신당의 역동성과 속도감으로 낡은 정치를 타파하겠다고 했고, '국민 속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재래시장과 택시 기사들을 방문해서 서민과 함께하는 신당을 만들었다. 이것이 당시 열린우리당을 밀어올린 힘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신당이다. 신당다운 초심을 회복해서 역동성과 속도감을 가져야 하기에 '신몽골기병론'을 말하는 것이다. 신(新)자가 붙는 것은 타파해야 할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타파해야 할 대상은 '오대양(5대 양극화)'의 바다를 건너는 것이다.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소득의 양극화, 일자리의 양극화, 지역의 양극화, 교육의 양극화, 한반도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우리당이 진정성을 갖고 전심전력하면 민심의 문이 열린다. 이를 통해 우리당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 성공의 경험이라고 했는데, 2년 전 상승효과는 신당이 만들어졌을 때 국민들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정치개혁의 기대감이 작용한 측면이 있고, 그 후 총선에서의 과반 획득도 탄핵이라는 외생 변수가 맞물린 효과 아닌가?
정동영: 물론 그렇다. 하지만 내가 당 의장에 당선된 것이 2003년 1월 11일이고 지지율 1등을 회복한 것은 2주쯤 지난 후였다. 탄핵 전에 지지율 1등이 됐다는 것이다. 지지율 꼴찌였던 당이 내가 지휘봉을 잡고 1월 말에 확고부동한 1위를 굳혔다. 그것이 탄핵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계속 꼴찌였다면 탄핵까지는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지지율 1~2위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차지하는 구도가 계속됐다면 그랬을 것이라는 얘기다. 탄핵은 불행한 일이었지만, 지지율 1위를 굳힌 것이 탄핵을 불러온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괜히 지지율 1등 했나?(웃음)

프레시안: 김근태 고문이 네거티브 선거전을 펴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라고 하는데, 그런 변화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정동영: 우선 네거티브 선거는 옳지 않다. 김근태 고문이 책임을 떠넘기는 삶을 살아 오지 않았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승리해야 한다는 승리 지상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싶다.

당이 위기이고 전당대회가 위기다. 국민의 26%만이 우리당 전대에 관심 있다고 한다. 성공한 전대를 2년 전에 했고, 실패한 전대를 1년 전에 했다. 또다시 실패한 전대를 할 위험이 있다. 위기의 주범은 집안싸움, 네거티브 선거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전대 효과가 통상 5%정도 발생한다. 전대 효과를 받기 위해선 아름다운 동행, 경쟁과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책임 떠넘기기로는 불가능하다. 책임 떠넘기기는 곧 집안싸움이고, 집안싸움은 곧 분열주의의고, 분열주의는 곧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흥행에 실패한다. 전대가 흥행에 실패하는 것은 이륙하려는 비행기가 떨어져 추락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책임 떠넘기기와 편 가르기로 분열주의에 매몰하면 전대 이후에 다시 추락한다. 그렇게 되면 백약이 무효다. 누가 당의장이 돼도 당을 구할 수 없다. 위험한 게임이다. 혹시 그것을 통해 당의장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을 구할 수는 없다. 지금은 당을 구하는 전대가 되어야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 의장이 되겠다는 승리 지상주의에 매몰돼선 곤란하다.

김근태 장관은 백봉 신사상을 3번이나 받은 사람이다. 그 분이 아름다운 경쟁과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선 나보다 더 필요성을 느끼리라고 본다. 작년 전당대회에서 실체 없는 노선투쟁과 책임 떠넘기기로 추락한 실증적 경험이 있지 않나. 이를 막아야 한다. 흥행이 안 되면 무슨 힘으로 비행기를 떠올린단 말인가.

프레시안: 1인 2표제에 제도적 맹점이 있다고 보나?
정동영: 함정이 있다. 당 의장은 둘이 아니라 한 명을 뽑는 것이다. 2표 중에 한 표는 당 의장을 뽑는 것이고, 또 다른 한 표는 최고위원을 뽑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는 2순위 표가 1순위 표를 집어삼키고 있다. 16개 시도를 돌면서 대의원 다수가 5.31 지방선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적임자로는 정동영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얘기를 듣는다. 실제 조사에서도 그렇게 나온다. 그런데 까보니까 2순위 표가 1순위 표를 잡아 삼킨다. 1순위에서는 앞서면서도 2순위에서 큰 폭으로 뒤짐으로서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표심의 왜곡이다. 이는 온당한 선거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 당의장을 뽑는데 2순위 표, 동맹표를 갖고 선두주자를 뒤집는다는 게 선거 전술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당을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프레시안: 제도적 맹점은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지적했어야 할 문제 아닌가?
정동영: 그 위험성을 알리자는 것이다. 당신들이 뽑고자 하는 당의장을 세워야 한다고, 제도의 함정 때문에, 제도의 맹점 때문에 결국 당 의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상대는 동맹을 통해 이를 이용하려는 것이고 우리는 방어적이지만 그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다.

프레시안: 김근태-김두관 동맹에 위협을 느끼나?
정동영: 실제로 주고받기를 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그 점에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NO'하는 정당은 성공 어렵다"**

프레시안: 여권에 분열과 태만, 무능의 이미지만 남았다고 했다. 중산층과 서민이 여권에 등을 돌린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나?
정동영: 여당이 여당다움을 잃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여당에 기대하는 것은 책임감과 문제해결 능력이다. 이를 보여주지 못한 채 실체 없는 노선 논쟁에 함몰되고, 책임 떠넘기기 같은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무능하면서 분열하고, 분열하면서 태만한 듯한 얼룩이 진 것이다. 신당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낮은 자세로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나는 20대 민생개혁과제로 이를 제시했다. 수출-수입이 5000억 달러를 넘었다. 외환보유고도 2100억 달러를 넘었다. GDP 성장이 꾸준히 되면서 세계 10위권으로 들어갔고, 올해도 5%의 성장이 예상된다. 물가는 3%대의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실업률 지표도 3.5% 정도면 선진국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이것이 나의 삶과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사가 안 되고 수입이 줄고 대학 나온 아들딸은 취직이 안돼서 내 가정에는 앞날이 보이지 않는데 정부에서 장밋빛 지표를 아무리 얘기해도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5대 양극화의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20대 민생개혁과제는 이런 간극을 잇는 다리다. 이 5대 양극화의 바다를 건너는 것 말고 어떤 해법이 있겠나. 이것은 발로 1개월 간 현장을 뛰면서, 대의원과 부딪히면서 아래로부터 뽑아낸 해법이다. 우리당의 창당 정신과도 연결돼 있다. 내가 2년 전 당 의장 수락연설에서 밝힌 키워드는 '일자리가 최고의 인권이요 복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당을 몽골기병처럼 휘달려서 민생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 말은 오늘의 상황에도 유효하다. 152명의 의원들이 (총선 직후 워크숍이 열린 설악산) 오색약수터에 모여 성공적인 개혁을 결의했을 때, 내가 그 자리에서 말한 핵심은 실효적 개혁이었다. 실용적이고 성공하는 개혁을 해내자는 것은 의원들 90% 이상이 동의한 개념이다. 만약 이에 충실해서 지난 2년 간 양극화 바다를 메우는 일을 했다면 우리당이 이 지경은 안됐을 것이다. 공허한 노선논쟁과 책임 떠넘기기 논쟁으로 일관했다.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것도 책임 떠넘기기다.

프레시안: 물론 당의 무능도 존재하겠지만, 정부와 청와대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정동영: 당정청 공동의 책임이다. 하지만 당의 입장에선 당의 책임을 무겁게 얘기해야 한다. 국민들이 과반수를 줬다. 아직 144명이 있다. 5.16 쿠데타 이후 민주개혁세력이 이처럼 거대 여당을 가져본 적이 언제 있었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당이 당정청의 중심에 서야 한다. 같은 정책이라도 청와대와 정부가 먼저 발표하고 당이 뒷받침하는 것 보다 당이 먼저 민생현장에서부터 정책과제를 뽑아내고 조율해서 발표하고 청와대와 정부가 뒷받침하는, 그래서 책임감 있고 힘 있는 정당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핵심이다.

프레시안: 누가 더 책임이 있느냐가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의 오류가 있었다면 그 오류를 지적해달라는 것이다.
정동영: 당의 반성과 성찰, 당의 재건과 지지율 회복이 우선이다. 그리고 당정청에서 당이 중심에 서는 모습이 중요하다. 장관 시절 국무회의를 해보면 18명 국무위원 가운데 우리당 당원이 10명이다. 이것은 '당의 정부'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정부의 책임 이전에 당의 책임이 우선이다.

프레시안: 당청관계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에 'NO' 할 수 있는 자주정당을 요구하는 후보가 있다. 정 고문도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 의장이 되면 당이 달라졌구나 하게 느끼도록 할만한 첫 번째 조치를 구상해둔 게 있나?
정동영: "NO"라고 하는, 대통령과 독립적으로 가는 여당은 성공하기 어렵다. 당 의장이 계급장 떼고 논쟁하고, 토론하자고 해서 대통령과 당이 긴장과 대립으로 빠져들면 여당은 굉장히 불안정해진다. 내 목표는 참여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당과 대통령이 결합해야 한다. 공과 과를 모두 껴안고 가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시절 감동받은 것은 많은 참모들이 김대중 정부와의 차별화를 얘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는 DJ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안고 가겠다고 했던 것이다. 우리당은 참여정부의 분신이다. 어떻게 독립노선이 있을 수 있나. 한 몸 공동체로서 우리당이 모든 책임을 지는 자세로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 대통령과는 한 몸으로 가야 한다.

프레시안: 김근태 고문은 경제 관료들 중에 시장맹신주의자가 있고, 당에도 존재한다고 했다. 동의하나?
정동영: 동의하지 않는다.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주무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대개 2년이면 큰일을 할 수 있다. 경제 관료의 책임이라고 돌리기보다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했다고 내놓는 게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을 했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장관 시절에는 못했지만 국민들이 도와주면 앞으로 이것을 하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 맞다. 김근태 고문은 양극화 해소의 주무부처인 복지부 장관이면서 동시에 사회부문 책임 장관이었다. 이를 경제 관료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 의장이 잘못해놓고 비서실장과 대변인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프레시안: 양극화 해법과 관련해 김근태 고문은 부동산 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했다. 좀더 현실적으로는 공영부분에서 분양원가 공개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정책적 평가를 하자면?
정동영: 부동산 공개념 도입을 위한 헌법 개정은 불필요하다. 부동산 공개념 도입을 위해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에 국민들이 공감하겠나? 비현실적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또한 현재에도 개발부담금제를 포함해서 공개념적 제도가 시행 중이다. 토지수용도 마찬가지다. 헌법 23조에 의해 재산권 행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하고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권 행사가 제한돼야 한다는 식의 부동산 공개념을 정책화 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새삼스럽게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하려면 부동산 공개념의 내용과 실체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택지소유상한제나 토지초과이득세 등이 헌재에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적이 있어서 한 얘긴지 불분명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당정청이 근 1년동안 머리를 싸매고 만든 8.31대책을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 개발부담금제나 종부세 과세 제도를 포함한 14개 법을 제·개정했는데, 시행령을 잘 만들고 차질 없이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

프레시안: 25.7평 이하에 한해 부분적으로 시행되는 분양원가 공개는 그 정도면 됐다고 보는 것인가?
정동영: 이미 원가공개보다 더 강력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까지 도입해서 분양가를 규제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 검토할 과제로서는 아파트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이 정부 내에서 검토돼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는 지상분과 토지분을 같이 분양하는데, 지상분만 분양하고 토지분은 월, 전세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하면 분양가가 30% 이상 낮아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보다 현실적인 부동산 가격안정 대책이다. 새로 가정을 꾸리는 젊은이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기르는 실효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8.31 후속 대책은 다듬는 과정을 보고 당정 협의 과정에서 긴밀하게 조율해 나가겠다.

프레시안: 정 고문 스스로 실용이라는 용어를 쓰진 않았지만, 실용주의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상대적으로 개혁적이지 않다는 이미지도 남아 있다. 왜 그렇다고 보나?
정동영: 실체가 없는 레이블링(딱지 붙이기)은 고전적인 선거운동 방식이다. 상대방을 규정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즐겨 쓰는 정치방식이다. 낡은 정치의 잔재다. 한나라당이 즐겨 쓰는 낡은 정치방식이 우리당 내에서 횡행하는 것이 안타깝다. 말보다는 어떻게 실천했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승리를 위해서 기여한 것이 훨씬 개혁적인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후보를 흔든 후단협을 개혁 진영으로 볼 수는 없지 않나. 후단협의 대척점에 선 사람이 정동영이다. 무엇이 개혁적인가. 정치인이 정치를 하면서 보여준 실천이 개혁적이면 개혁인 것이다. 남북관계 뚫어내고 육자회담 뚫어낸 주체적 장관이 누구였나. 그래서 국민들이 보기에 정동영이 가장 진보 쪽에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또한 신당 창당을 누가 주도했나. 이를 주도한 것이 개혁이다. 신당 창당을 적극적으로 막아선 사람이 있고, 방관한 사람이 있고, 뒤늦게 같이 한 사람이 있다. 반면 몸을 던지고 정치생명을 던진 사람도 있다.

프레시안: 대선 말미와 신당창당 당시의 김근태 고문의 태도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정동영: 그 시기마다 무엇을 했다고 내놓아야 한다. 2000년의 개혁정신은 쇄신이었다. 나는 선두에 섰다. 2002년 국민참여경선을 창안하고 주도하고 완성했다. 그것이 개혁이다. 2003년에는 신당 창당을 주도한 것이 개혁이다. 4.15총선에서 몸을 던져 제1당을 만든 것이 개혁이다. 이젠 5.31선거를 돌파하는 것이 개혁이다. 실천하는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당내 제일의 개혁주의자라고 자부한다. 한번도 좌고우면 하지 않았다. 신중하게 판단하되 결심하면 모든 것을 비웠고 몸을 던졌다. 그래서 나는 자격이 있다. 당을 망치는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 어떻게 만들었고 어떻게 승리한 당인가. 이 위기 속에서 모든 총력을 기울여 구해야 한다. 9명이 모두 아름다운 동행을 해야 한다. 역행하거나 손해나는 행위, 자해행위는 중지해야 한다.

프레시안: 김근태 고문이 복지부장관 시절 양극화 문제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했는데, 정 고문은 NSC 상임의장을 겸한 통일부장관 시절에 군축을 통한 양극화 해법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었나?
정동영: 우선 진보세력의 대표주자를 자임해 온 김근태 고문이 남북 평화군축을 통해 양극화 해소의 중장기 재원마련이 가능하다는 나의 주장을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고 깎아내린 것에 대해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김 고문이 이런 부분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 53년 간의 냉전비용, 대결비용을 생각하면 통탄할 일이다. 평화체제 구축이 그렇게 비현실적인가. 이미 베이징선언 제4항에 동북아 안보 협력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돼 있다. 동북아에서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직접당사국 간에 별도의 틀로 논의하자는 역사적 합의까지 있다. 이것을 중국에 맡기겠나? 일본 혹은 미국에 맡기겠나?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내야 한다. 남북이 180만 군대를 유지할 필요가 어디 있나. 국방개혁안에도 2020년까지 50만으로 줄인다고 하지 않았나. 거기서 10만은 더 나아갈 수 있다. 왜 못가나. 왜 현실적이지 않나.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을 자임하는 김 고문이 이를 비현실적이라고 한 것에 대단히 충격을 받았고,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그리고 상호 감군이 비현실적이라면 김 후보의 대안이 뭔지 논쟁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통일부 장관 시절 이를 정부에 건의하거나 추진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이다.
정동영: 당연하다. 재원해소 방안에서 2원칙 6단계 방안을 설명했다시피 경제활성화를 통해 세수가 늘어나면 그 재원은 소득의 양극화와 일자리의 양극화, 남북의 양극화에도 할애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위에서 사회적 대타협의 바탕을 만들고 씀씀이를 재조정하고 탈세탈루를 방지하고 비과세 범위를 조정하고 국채발행을 하는 식으로 점점 난이도를 높여가자는 것이다. 단기와 중장기로 나뉘는 것이다. 그렇게 단계적으로 해나가면서 평화체제 논의를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차기 정부가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핵문제를 해결해 내면 그 바탕 위에서 감군 논의가 가능한 것이다. 차차기 정부까지 이어지는 가장 현실적인 비전이다. 평화체제가 필요하다는 외교안보팀 내에서의 논의의 목표는 '평화의 배당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우리 사회 내부의 문제를 감당하고 남북의 격차를 줄이는 데에 쓰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이다.

***"고건 영입 대환영…전대 후 지방선거 연대 의논할 계획"**

프레시안: 지방선거 전에 고건 전 총리를 영입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어떤 견해인가?
정동영: 고 전 총리는 참여정부 초대 총리이자 탄핵 과정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추슬렀던 지도자로서 우리당과 함께 할 수 있다. 우리당과 함께 한다면 대환영이다. 내가 당의장이 되면 빠른 시일 내에 고 전 총리를 만나볼 것이다. 그런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수구 3각 편대, 즉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 한국판 네오콘인 뉴라이트가 갈수록 견고하게 결합해가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민주, 평화, 미래개혁세력의 미래연대를 위해서 고 전 총리가 함께 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지방선거 전에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정동영: 2.18 전당대회 이후에 그것을 포함해서 의논 하겠다.

프레시안: 지방선거 이후에도 고 전 총리와의 연대가 의미를 갖나. 만약 그렇다면 일종의 무임승차를 허락하는 얘기인데….
정동영: 아직 만나 뵙지도 않았다. 고 전 총리가 지방선거에서 우리당과 함께 하거나 선거 연대를 이룰 수 있다면 한나라당 독식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 전 총리가 그런 점에서 기여를 한다면 우리당 지지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강금실 전 장관에 대해선 어떤가. 굳이 서울시장 후보로 강 전 장관에 매달릴 필요가 있나?
정동영: 국민의 사랑을 받는 지도자이고, 참여정부 주요 각료를 역임했고, 우리당 정체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다. 함께 했으면 좋겠다. 강 전 장관과 함께 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나름대로 다하고 있다.

프레시안: 접촉을 계속 하고 있다는 말인가.
정동영: 그렇다. 결과는 차후에 말하겠다.

프레시안: 당 의장이 되면 민주, 평화, 미래개혁세력 연대기구를 구성하겠으며 그 연대의 목표는 수구 3각편대에 맞서기 위한 전선 구축이라고 했다. 연대의 방법과 대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정동영: 수구 3각 편대에 비해서 이쪽은 세력화돼 있지 못하다. 선(先) 중심 강화가 필요하다. 누군가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우리당의 선(先) 자강이 필요하다. 연대 대상은 개인으로도 있고, 그룹으로도 있다. 다만 우리당이 좀 매력적이고 흡입력이 생겨야 연대가 되는 것이다. 2.18 전대까지 불과 보름 남짓 남았는데, 이 과정에서 당을 매력 있게 만드는 것, 부양력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면 그 힘이 다 다른 과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프레시안: 연대의 대상을 거명해 공개적으로 책임의식을 압박하는 김근태 고문과는 프로세스가 다르게 느껴진다.
정동영: 당의장 선거에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분들을 거명 하는 것은 당 의장 후보로서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 본인들의 동의가 있었으면 모를까, 내가 알기로는 본인들 동의를 받기 전에 공인의 이름을 거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프레시안: 유령당원 문제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를 해소할만한 구체적 조치를 계획한 바 있나?
정동영: 우리당의 창당정신은 새로운 정치다. 낡은 정치 유산 중 하나가 불거졌다. 유령당원, 당비대납 문제다. 나는 이 문제를 예견했다. 그런데 방치됐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내가 당의장이 되면 유령당원을 신고하면 그 분의 당비를 50배 보상하겠다. 2000원씩 6개월 내서 모두 1만2000원을 냈다면 60만 원을 돌려드리겠다.

정당법 개정 작업도 착수하겠다. 6년 전 내가 당의 쇄신과 정풍을 얘기했을 때 정당민주주의의 목표는 당원이 주인 되는 당이었다. 기간당원제를 확실하게 정착시켜서 당내 민주주의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당원들의 지혜를 모으고 난상토론을 통해 기간당원제를 현실적인 방안으로 확실하게 정착시키겠다. 유령당원문제 척결하고 기간당원문제를 제대로 하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의 마지막 걸림돌이기도 하고 정당문화 개혁의 핵심이다.

프레시안: 자이툰 부대의 독자적인 철군 논의를 시작해 볼 의향이 있나?
정동영: 지난 연말 연장동의안을 우리당이 당론으로 결정했다. 당인이라면 당론에 따라야 한다. 다음번에 다시 국회와 당에서 논의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프레시안: 못 다한 말이 있으면 마무리 발언으로 해 달라.
정동영: 지선 스님 말씀 중 초심론과 하심론을 새기고 있다. 초발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합해서 변화와 개혁을 하는 것, 낮은 자세로 겸손 겸양의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겸손 겸양하되 속도감과 역동성을 가지고 민생 속으로 휘둘러가야 한다. 우리 앞에 있는 수구 3각의 벽은 너무 두텁다. 5.31 지방선거만 해도 그렇다. 지방 권력은 10년 동안 토착비리와 끈끈하게 연결돼 왔다. 청와대와 여의도는 깨끗하게 바뀐 것에 비해 지방은 아직 투명하지 못하다. 토착비리와 결탁한 한나라당 지방정권 10년을 깨뜨리기 위해 몽골기병의 속도와 기동력이 필요하다.

성경 말씀에 모두 협력해서 선을 이루라는 구절이 있다. 9명의 후보가 협력해서 선을 이뤄야 한다. 또한 성경 말씀에 말과 혀로써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뤄야 한다는 말씀이 있다. 개혁도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임하는 것이다. 우리당을 살려내는 것이 개혁이다. 우리당을 추락시키면 반개혁이다. 전당대회에서 가장 개혁적인 행동은 우리당을 살려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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