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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스테이션 에이전트 The Station Agent

출연 피터 딩클리지, 패트리샤 클락슨, 바비 카나발리 감독 토머스 매카시 | 수입,배급 동숭아트센터 | 시간 88분 등급 12세 관람가 | 2003년 <스테이션 에이전트>는 200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각본상과 관객상,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휩쓸면서 화제를 모은 독립영화다. 감독 토머스 매카시는 <콘스피러시><미트 페어런츠><구루> 등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출신의 연출자.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크게 화제를 모은 <굿 나이트, 굿 럭><시리아나> 등에도 배우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미 직접 각본을 쓴 <스테이션 에이전트>로 연출자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 부산영화제에 <역장>이라는 제목으로 한차례 상영되었던 이 보석 같은 영화가 이번에 극장 정식 개봉된다. 영화는 뉴저지 서부의 황량한 철길 주변을 오가는 쓸쓸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30대의 난장이인 주인공 핀은 죽은 친구가 자신에게 기차역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체적 장애 때문에 늘 사람들에게 놀림 거리가 되었던 핀은 황폐하기 이를 데 없는 기차역으로 기꺼이 이사를 온다.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기꺼이 외로움을 즐기지만, 그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몸이 아픈 아버지 대신 커피 판매 트럭을 운영하는 히스패닉계 청년 조, 그리고 아들을 잃은 채 슬픔을 삭히며 그림에 몰두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 화가 올리비아가 그들이다. 핀은 처음에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다소 멀리하지만, 저마다 콤플렉스를 안은 채 사심없이 대하는 그들의 진솔함에 점차 끌리게 된다. 여기에 핀 주변을 배회하는 저능아 같은 흑인 소녀, 그리고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는 젊고 아리따운 도서관 사서가 함께 한다.
스테이션 에이전트 ⓒ프레시안무비
영화는 이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기묘한 우정을 쌓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넉살 좋은 조는 냉소적인 핀을 감싸면서 친근하게 대하고, 거의 삶을 포기하려 하는 올리비아는 핀과 조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다 쓰러져가는 기차역과 버려진 열차 객차만 덩그라니 놓여 있는 이 쓸쓸한 공간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녹 슨 철길 위를 산책하거나, 자갈과 잡초 투성이인 땅 위에 플라스틱 탁자를 놓고 간단한 식사를 하며 잡담을 나누는 일이 전부다. 핀과 조는 비디오 카메라를 든 채 달리는 기차를 좇으며 촬영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순간의 활력이 이들의 쓸쓸함을 완전히 가시게 하지는 못한다. 별거중인 올리비아의 남편이 집으로 찾아오면서 이들의 끈끈한 우정은 위기에 처한다. <스테이션 에이전트>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생생한 인물 캐릭터와 인간관계에 대한 독특한 묘사다. 전혀 다른 세 명의 주인공은 절묘하게 불협화음을 이룬다. 그다지 큰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삶을 관찰하는 토머스 매카시 감독의 관찰력은 집요하고 참신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끌림과 틀어짐을 예리하게 포착한 시선은 웃음과 깊은 슬픔을 동시에 선사한다. 현대인이 느끼는 소외의 감정을 황량하게 텅 빈 공간으로 집약시킨 영상 감각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실제 난장이 배우인 피터 딩클리지의 서글픈 눈매에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삶의 무게에 지친 그가 동네 바에서 술에 취한 채 난동을 부리는 장면은 그중 백미다. <에이프릴의 특별한 만찬>에 이어 삶의 위기에 봉착한 중년 여성을 실감나게 표현한 패트리샤 클락슨의 가녀린 몸짓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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