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국 현대사를 "가볍고 부담없고 재밌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국 현대사를 "가볍고 부담없고 재밌게"

[화제의 신간] 22명의 인물로 다시 보는 현대사

권력과 분열, 죽음과 폭력…. 한국 현대사는 왜 늘 어둡기만 할까?

군부독재정권이 '반공'을 내세워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동안에는 한국 현대사에서 무엇이 진실이었는지 말하기조차 힘들었다. 불과 몇년 전부터야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증언하고 나서는 사람들 덕분에 한국 현대사에 숨겨져 있던 진실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목숨을 건 굳은 결심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다. 마침 '웃음과 감동'을 일으키는 구성과 표현으로 한국의 현대사를 보여주는 책이 나와 화제다.

"그런데 이승만한테 반기를 든 사람들은 왜들 그렇게 다 허망하게 죽은 거야?"
"요즘 탈북자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거꾸로 북쪽으로 간 사람들도 있었잖아?"

독특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풍자와 익살스런 캐리커쳐로 현대사를 설명한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글 고지훈, 그림 고경일, 앨피)은 역사학자와 젊은 만화가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두 사람의 재치는 선정된 총 22명의 인물의 이름을 수식어와 함께 나열한 제목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저돌적 반항아 김구', '어디까지나 '중도' 민족주의자 홍명희', '생계형 전향자 김문수', '우리 친구 박군 박종철'….

'가볍고 부담 없고 재밌게'가 책은 만드는 과정에서 작업 모토였다고 이들이 밝힌 것처럼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은 발랄하고 유쾌하다. 가볍고 톡톡 튀는 문체는 신선한 시각과 어우러져 책 읽는 호흡에 속도를 붙여주고, 내용을 꼬집어내 담은 한 컷의 만화는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앞서도 나왔던 조병옥·신익희는 물론이고, 여기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장택상·이범석 같은 '건국의 아버지'들께서는,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듣도 보도 못한 이기붕 같은 작자가 이승만에 이어 제1공화국의 넘버 2가 되었다는 사실에 배알이 뒤틀릴지 모른다. 그러나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 더구나 팔십 넘은 노인네인 이승만의 선택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물론 진지함도 묻어난다. 코믹한 가십성 얘기를 넘어서 필자는 독자에게 역사적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광주학살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결국 재판에 세우게 된 것은 그의 '비자금 잔고표'였다는 지적을 통해 필자는 '왜 사람들은 살인자란 호소엔 귀를 닫으면서도 돈 몇 푼(?) 꼬불쳐둔 것은 참지 못하는 걸까?'라고 묻고 있다.

또한 '늦봄에 피어난 통일의 꽃' 문익환과 임수경의 방북은 북한 사람들에게 '신세대' 임수경 언니의 뛰어난 패션감각과 돌발행동은 충격을, 남한 사람들에게는 휴전선이 사선(死線)은 아니었다는 새삼스러운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다고 필자는 설명한다.

"이들은 한 가지 소중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다. 김구의 암살과 한국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굳어져버린 저 '사선(死線)'이 사실은 마음속에 쌓아올린 허구였음을 증명해주었다. 김구가 저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이란 연설에서 일찌감치 말했건만, '망령난 노인과 철없는 계집아이'가 증명해보이기까지 우린 정말 휴전선이 사선인 줄로만 알았다."

익살스런 풍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들에서 빛을 더 발했다. 김종필이 박정희가 일으킨 군사쿠데타의 '숨은 주역'으로 인정받게 됐을 때 이루어진 주한미군 사령관 매그루더와 김종필의 만남, 소설 〈임꺽정〉으로 유명인이 되고 1948년 월북한 홍명희에 대해 김일성이 보여준 애정, 박헌영과 김일성의 운명적인 첫 만남에 관한 이야기 등 곳곳에서 현대사 비화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획도 고민도 많은 신년, 답답하고 암울하게만 전해졌던 우리 현대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읽으며 '과거와 현재의 대화' 속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