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생명과학자들 "참담한 심정…다시 시작하자"

문제해결 '1등 공신' BRIC "진실 밝혀져 다행이지만…"

'중복사진' 의혹, 'DNA 지문분석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며 사실상 황우석 교수팀의 진위 논란을 파헤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생물학정보센터(BRIC)의 소리마당 게시판에는 15일 "줄기세포 지금은 없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마침내 진실은 밝혀졌다"고 안도하면서도 동시에 참담함 심정을 토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진실 밝혀져 다행이다"**

'BRIC'의 소리마당 게시판에는 우선 진실이 밝혀진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는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국내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밝혀진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는 그간 진행되었던 한국 과학계의 자정 노력을 외면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세상이 모두 캄캄한 어둠 속에 빠져 있을 때 그나마 한 줄기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이 곳, 젊은 생명과학자들의 세상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인 지혜로 그대로 묻힐 뻔 했던 정말 중요한 진실을 밝혀내는 데 큰 몫을 하셨습니다."

***"허탈함과 착잡함 토로하는 글 눈에 띄어"**

진실이 드러났다는 것에 안도하는 글들 속에 참담함을 토로하는 글들이 함께 나왔다. 의혹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허탈함과 착잡함을 토로했다 .

"아아…. 정말 이렇게 끝나고 마는 겁니까? 스스로도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설마, 설마'라고 생각했었는데…."

"연구에 과장이 있고 황 교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예측했지만 줄기세포 자체가 없다는 것은 상상 밖입니다. 아, 정말 이해가 안 되는군요."

"지금 이렇게 되고 보니 허탈하군요. 과학자로서 여론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나름대로 지켜 왔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접한 논문 취소 소식을 보니 깊은 한숨만 나옵니다."

***남은 의혹 깨끗이 해명해야**

이어 황 교수 연구와 관련된 남은 의혹들도 이번 기회에 깨끗이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데이터가 조작된 것이라면 그 과정에 대해 확실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또 2004년 연구 논문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성공 확률이 논문에 밝힌 것보다 낮을 수 있다는 증거들을 제시하며 2004년 논문을 비롯하여 황 교수 연구 전반에 대한 재검증이 확실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들도 올라왔다.

이번 파문의 책임자 규명에 대한 주장과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제대로 감독과 검증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연구비지원기관과 정부에 대해서도 역시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좀 더 빠르게 이 문제를 조사하지 못한 서울대의 더딘 태도를 탓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과학계 내부에서 검증을 통해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를 서울대가 미적거리는 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는 아쉬움을 토로한 것.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배신'을 당한 젊은 생명과학자들은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라는 결심도 잊지 않았다.

이 게시판에는 "다시 연구에 전념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이제 우리도 실험실로 돌아갈 때"라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황 교수가 없다고 줄기세포 연구에 뒤떨어질까봐 실망한 국민들에게 그럴 필요가 없음을 무엇보다도 다른 연구자들이 보여주어야 합니다."

"서로 하던 실험 잘하시고, 조작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추락한 한국의 위상을 각자 전공 분야에서 천천히 일으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