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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국회 문광위 통과 불구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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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저작권법, 국회 문광위 통과 불구 논란 확산

시민단체 "모호한 법조문이 피해자 양산할 우려"

저작권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그 내용에 대해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문광위는 지난 6일 열린우리당 이광철 의원의 전면 개정안과 우상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분 개정안을 통합해 통과시켰다.

통합된 개정법안의 핵심 내용은 △저작물 등을 복제ㆍ전송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저작물의 저작권에 대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하고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를 훼손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문화관광부 장관이 게재된 해당 저작물을 삭제하거나 게재를 중단하도록 명할 수 있으며 △영리를 위해 반복적으로 저작물을 복제ㆍ전송하는 경우 저작권자의 요청 없이도 해당 복제ㆍ전송 행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정보공유연대(IPLeft)와 인터넷기업협회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런 개정법안의 내용은 문제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내용이라면 개정법안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강한 저작권 보호 법안이어서 인터넷 이용과 문화활동을 저해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에게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법안의 조문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이들과 법안을 발의한 우상호 의원 측의 의견대립도 이런 모호성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조문의 모호성으로 인해 예컨대 인터넷을 통해 이메일, 메신저, 게시판을 이용할 경우 어떤 특정한 이용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인지 여부가 명쾌하지 않아 자의적인 법 해석이나 행정적 제재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가장 문제가 큰 것으로 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 지목되고 있는 조항은 104조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04조 ①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ㆍ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대통령령이 정한 바에 따라 다른 사람들 상호 간에 저작물 등이 불법적으로 복제ㆍ전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술적 보호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ㆍ전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에 대하여 해당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이에 접근하도록 설비, 장치,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저작권과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본다."

우상호 의원 측은 이메일, 메신저, 게시판은 이 조항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법안은 저작물의 불법 전송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이메일, 메신저, 게시판 등은 저작물을 복제ㆍ전송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므로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피어투피어(P2P)나 웹하드와 같이 주된 목적이 저작물의 복제ㆍ전송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기술적 보호조치를 의무화한 것이라는 게 우상호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나 개정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정보공유연대와 인터넷기업협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104조의 내용 중 "주된 목적으로 하는"이라는 부분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보공유연대 김정우 사무국장은 "우상호 의원이 법 개정안을 낸 취지는 이해한다 하더라도 법안의 조문 자체가 모호해 확대해석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주장했다.

게시판의 경우는 이런 비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게시판이라는 것이 웹하드와 기본 시스템상 크게 다르지 않으며,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적은 글도 기본적으로는 저작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 게시판 기능이 첨가된 사이트들은 모두 다 기본적으로 기술적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더욱이 기술적 보호조치라는 것도 104조에는 "대통령령이 정한 바에 따라"라고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

아예 게시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면, 개정법안은 게시물을 읽을 때도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작권 보호를 하라는 얘기 아니냐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각 사이트의 운영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그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선량한 사용자는 어떻게?" vs "선의의 피해자 발생 방지 위한 것"**

현재 저작권법의 목적 조항은 저작권법이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보듯 저작권법은 입법취지 자체가 저작물을 생산한 창작자와 그것을 이용하는 이용자 간의 '균형'을 찾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저작권법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저작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런 저작권법의 목적 조항을 반대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정보공유연대 김정우 사무국장은 "개정안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해서 저작권 사용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창작자의 권익만큼 사용자의 권익도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개정법안은 저작물을 불법적으로 복제ㆍ전송하지 않는 선의의 인터넷 이용자들에게도 피해를 주며, 모든 인터넷 이용자들을 잠재적인 범법자로 보는 법률안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김정우 사무국장은 "연구 목적으로 P2P 시스템을 활용하는 학자들도 많다. 그런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들마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의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개정안은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의원은 "그동안 불법적으로 저작물을 유통시켜 돈을 벌어 온 업체들이 저작물 보호 의무를 불성실하게 이행해 왔던 것이 현실이다. 사이트에서 자료를 검색해 불법인지 모른채 무심코 다운 받았는데 저작권 소송에 걸려 피소된 피해자가 많다"고 말했다.

소송이 시작되어도 정작 사이트 운영자는 저작물 불법 사용에 대해 '방조한 책임'을 지는 데 그치고 있다고 우상호 의원은 덧붙였다. 실제 불법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은 사이트 운영자들이지만 법적 근거의 부족으로 현행법상 이들은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고 유 의원은 주장했다.

***"문광부 장관이 왕이야?" vs "문광부 장관이 다 알아서 하는 건 아니다"**

개정안에 대한 문제제기 지점 중 또 하나는 '문광부 장관의 과도한 검열권'이다. 문광부 장관이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복제ㆍ전송자 또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이를 삭제 또는 중단하도록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그 쟁점의 근원이다. 그와 관련된 조항은 133조다.

"제133조 ① 문화관광부 장관, 시ㆍ도시자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하는 복제물 또는 저작물 등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하게 하기 위하여 제작된 기기ㆍ장치 및 프로그램을 발견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한 절차 및 방법에 따라 관계 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 있다. ④ 문화관광부 장관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저작권, 그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하는 복제물의 전송 등으로 인하여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112조의 규정에 의한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복제ㆍ전송자 또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이를 삭제 또는 중단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 조항에 대해 시민단체 측은 문광부 장관에게 과도한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기술적 보호장치를 무력화하는 장치나 프로그램을 사법기관의 판단도 없이 관계 공무원이 직접 수거하여 폐기하는 것은 행정권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복제물의 전송 등으로 저작권의 이용질서를 훼손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문광부 장관이 직접 게시물의 삭제를 명할 수도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4항을 시민단체에서는 문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A는 다른 사람의 홈피를 우연히 방문했다가 좋은 게시물을 발견하고 '스크랩'을 해서 자신의 홈피에 담아두었다. 그런데 A의 이런 행동이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문광부 장관이 판단했다고 하자. 그러면 문광부 장관은 해당 인터넷 업체에 A가 퍼온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명령하고, A의 게시판에서 그 게시물이 A의 동의 없이 삭제되는 상황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상호 의원 측은 과도한 걱정이라고 일축했다. 문광부 장관이 임의로 삭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고, 저작권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삭제하게 되어 있어서 악용될 소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우상호 의원은 "공무원들이 모든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다 모니터링할 수는 없다. 따라서 권리자들의 주장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법률안만 놓고 볼 때 우상호 의원 측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데 있다. 법안에는 삭제 명령과 관련된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대통령령이 정한 절차 및 방법에 따라'라고 모호하게 돼 있어 현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보공유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또한 저작권 이용질서 훼손 여부를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서 판단한다는 것도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저작권법,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외에도 개정법안에 대해 시민단체들에게 지적하는 문제들은 많다. 본래 저작권법이라는 것이 저작권을 갖고 있는 사람의 고소가 있어야만 저작권 침해자에게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개정된 법률안에서는 "영리를 위하여 반복적으로" 저작권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저작권리자의 고소 없이도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저작권법은 문화관광위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이나, 정식 입법이 되려면 국회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 심사라는 두 관문이 남아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대립으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고, 관련부처인 정통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 또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안에서도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일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어서 저작권법 개정안이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될지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정보공유연대와 인터넷기업협회 대표들과 우상호 의원 간에 13일 이루어진 면담에서 우상호 의원도 여러 비판들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원은 15일에 이들 단체와 또 한 차례 면담할 예정이다.

저작권법은 단순히 저작권을 보호하는 법이기 이전에 창작을 비롯한 각종 문화활동에 알게 모르게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저작권법 개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질 경우 그 후유증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저작권법 개정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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