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은 삼성측이 법에 불복하기 위해 의뢰한 법률 자문기관의 보고서를 토대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이 사실이면 금산법 개정 과정에 삼성측의 이해관계가 크게 반영됐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가 된다.
***정부, 삼성측 법률 자문기관 의견만 수용해 "금산법 위헌"**
정부안과 다른 금산법 개정안을 제출한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27일 "지난 8월 4일 당정협의에서 한덕수 재경부장관은 법률 자문을 구한 법무법인이 '광장', '김&장', '율촌', '태평양'이라는 답변서류를 제출했다"며 "금감위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김&장'의 보고서는 삼성생명이, '율촌'의 보고서는 삼성카드가 의뢰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각 법무법인이 낸 법률 검토의견서를 공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는 그러나 '태평양'에는 전화로만 자문을 구했고, 금감위가 의뢰한 '광장'은 위헌 여부에 대해 "부진정 소급입법(과거 발생이 아니라 현재도 위법상태가 진행되는 경우)이며 신뢰보호 원칙에도 위반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처분명령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금감원 법무실도 "지난해 9월 '부진정 소급입법이며 신뢰보호 원칙에도 반하지 않고, 법익형량 및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자체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금감위와 재경부는 이를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고 박 의원은 덧붙였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5% 이상인 계열사 지분 처분명령 등 강제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자문기관의 의견이 엇갈렸음에도 불구하고, 재경부와 금감위는 삼성측 법무법인의 의견서만을 수용해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게 박 의원 비판의 요지다.
박 의원은 이어 "삼성생명이 '김&장'에게 법률자문을 의뢰한 것은 금산법에 따른 시정명령에 불복할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삼성카드가 '율촌'에게 의뢰한 내용은 법개정 이전의 위반 행위에 대해 제재조치를 하는 것이 위헌 소지가 있는지 여부를 질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박 의원에 따르면 재경부는 법 위반자인 삼성생명 등이 금산법에 불복하기 위해 의뢰한 법률자문을 참고해 당정협의 등에서 "관계부처 및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볼 때, 주식처분 명령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신뢰보호 및 비례원칙 위반 가능성이 높아 소급입법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온 셈이다.
***삼성은 입법 예고 전에 어떻게 알았나**
박 의원은 이어 이 같은 사실은 "삼성측은 정부가 입법예고를 하기도 전에 법 개정안의 방향을 미리 감지해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정부가 금산법 개정안 입법 예고안을 공표한 날짜는 지난해 11월 29일이지만 '김&장'이 삼성생명에 제출한 회신은 10월 1일자로 돼 있어 삼성측이 미리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 의원은 "정부의 금산법 개정안의 골자는 삼성생명이 적시한 내용과 일치한다"며 "정부는 어떻게 삼성이 개정안 골자를 알게 됐는지 밝히고 정부가 의도적으로 알려준 것이라면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의원은 "금감위는 '광장'으로부터 재경부가 입법예고한 바로 다음 날인 11월 30일에 자문회신을 받았다"며 "법률자문을 의뢰해놓고 결과가 오기 전에 입법예고안을 발표하고, 그 후에도 내용을 반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예산을 낭비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법 위반 당사자인 삼성이 법에 불복하기 위해 받아둔 자문내용을 근거로 삼성의 입맛에 맞는 개정안을 제출했다는 것은 '삼성봐주기'의 대표적 사례"라며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추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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