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삼성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정부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 작성 경위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련 부처를 지난 7월부터 내사 중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내사를 맡고 있는 민정수석실에 따르면 조사는 거의 막바지 단계로, 곧 결과가 노 대통령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청와대 "금산법 개정안 만들어진 경위 파악 중"**
청와대의 내사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금산법 개정안이 의결될 당시에도 "일부 부칙조항이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계열사 지분 불법보유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이 있다"며 한덕수 재경부 장관과 윤증현 금감위원장에게 설명을 지시하기도 했었다. 노 대통령은 답변이 신통치 않자 "무슨 일처리를 그렇게 하냐"고 질타한 뒤 추후 국회 심의과정에서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금산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 후부터 부칙이 만들어진 경위, 입법의 취지 등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7월 부칙 조항이 통과될 때도 논란이 있었고 그 후에도 국회의원과 시민단체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경위를 파악하고 사실관계가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하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청와대가 이 사안에 대해 조사 중임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런 문제제기에 따라 개정안 마련에 관련된 당사자들에게 경위를 파악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며 당사자들로부터 파악한 자료를 가지고 내부적으로 정리 중에 있다"며 "향후 어떤 조치가 취해질 지는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 박영선 의원 등 개정안 발의...이번 정기국회에서 격론 예상**
청와대의 이같은 조사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국무회의에서 이미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보이는 금산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재검토하자"는 꼬리표를 붙여 통과시킨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산법 24조는 금융사가 계열사 지분을 5% 넘게 취득할 때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은 사전승인 없이 각각 삼성 에버랜드의 지분 25.6%, 삼성전자의 지분 8.55%를 갖고 있어 문제가 된다. 그러나 금산법 제정(1997년 3월) 당시의 소유지분을 금산법 24조의 소유한도로 인정하고 있는 정부 개정안 부칙 제4조 2항을 적용하면 삼성생명은 금산법 제정 이전에 지분을 취득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삼성카드의 경우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제한하되 지분처분 명령에서는 제외되게 된다.
현재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이 개정안으로 내놓고 "정부 안대로 통과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박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재벌 금융계열사가 보유중인 지분 가운데 감독당국 승인없이 취득한 5% 초과분에 대해서는 강제 매각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참여연대도 정부안에 대해 "삼성의 요구를 받아쓰기 한 것"이라며 자체 입법 청원안까지 내놓은 상태다. "소급적용은 안된다"는 재경부 주장에 대해 참여연대는 "삼성그룹의 금산법 위반 상태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매각명령 등 시정조치는 소급입법이 아니다"며 "현재와 미래의 위법상태를 금지하는 것은 소급입법이 아니라는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를 통해 여러 번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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