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삼성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겨냥해 열린우리당이 추진중인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측이 난색을 표했다.
***우리당, "삼성 소유지배구조 개선해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4일 국회에서 송영길 재정경제위 간사, 한덕수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갖고 박영선 의원 등 여야 의원 25명이 국회에 제출한 금산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정부측의 수용 거부로 합의에 실패했다.
금산법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에 따라 지난 97년 제정됐으며, 재벌 금융계열사가 계열 회사에 대해 5% 이상의 초과지분을 갖기 위해선 금감위에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행 금산법이 과태료 이상의 처벌 규정이 미비해 의결권 제한이나 주식 매각에 대한 시정명령권이 전혀 없다는 것.
이로 인해 삼성카드가 삼성 에버랜드 주식에 가진 25.6%의 지분은 금산법 제정 이후에 취득했음에도 상응하는 처벌이 되지 않아 논란거리가 돼 왔다.
하지만 박영선 의원의 개정안은 법 개정 이후는 물론이고 법 개정 이전에 이뤄진 재벌 금융사의 5% 초과분도 5년 내에 반드시 처분토록 규정했다.
이에 따를 경우 삼성카드는 5%를 초과한 20.6%의 삼성 에버랜드 주식을 매각 처분해야 한다. 또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에 가진 7.2%의 지분 역시 금산법 제정 이전에 이뤄진 것이지만 소급적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삼성의 소유.지배구조가 크게 바꾸는 것이어서 법 개정 여부에 경제계의 촉각이 곤두선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 "개정안 이전 행위로의 소급적용은 위헌"**
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것도 바로 '소급 적용' 부분이다. 정부는 법 개정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주식처분 시정명령권을 도입하는 데에 이견이 없지만, 이를 법 개정 이전의 시점에까지 소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의 개정안 중 소급적용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덕수 부총리는 "처분 조항이 만들어지기 전에 발생한 것에 대해서까지 적용하면 위헌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기존 초과분'을 강제매각 명령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자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우리당은 "현행법상 진정소급(완료된 법률문제)은 위헌이기 때문에 할 수 없지만,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초과지분 소유는 부진정소급(현재도 진행중인 법률문제)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개인의 권리 침해보다 공익을 위하는 부분이 더 크기 때문에 소급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박 의원은 "삼성그룹과 같이 위법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것이냐"고 강하게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각에선 정부가 삼성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송 의원은 "과연 삼성측이 가진 25.6%가 당시 처분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현상을 인정해 줘야 할 신뢰이익이 있는 것인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당은 추후 공청회 등을 통해 소급적용의 위헌 논란을 공론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가 완강해 박 의원의 금산법 개정안은 당정간 합의 없이 곧바로 재경위에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산법 개정안은 최근 'X파일' 사건 등으로 확산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법안이어서 9월 정기국회에서 경제분야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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