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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은 시작일 뿐 최종목적이 아니다"

<정치권의 분석> "지방선거-선거법 개정 위한 사전포석"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권에 던진 '연정' 구상의 당면목표와 종착역은 어딜까?

최근 '연정'을 정치권의 화두로 던진 노 대통령의 '작용'과 여야의 '반작용'을 살펴보면, 연정을 비롯해 몇가지 사후 단계를 염두에 둔 노 대통령의 포석이 엿보인다. 여야 정책기획통들은 한결같이 "연정 자체가 목적이자 끝은 아니다"고 입모아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연정→선거법 개정→개헌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시나리오 속에 치밀한 '정치공학'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정의 목적 1 : 선거제도 개정**

우선, 연정을 설명하면서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면에서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야당과의 협력자적 관계구축을 강조했다. 주로 여당 쪽에서 나오는 '정책공조', '사안별 공조' 등의 용어가 이 과제에선 적합하다. 하지만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연정'이 아니다. 또한 법안 몇개 통과시키자고 '각료 배분'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연정'이 거론됐을 리도 만무하다. 하기에 각료 배분에 상응하는 '대가'가 무엇인지 밝혀져야만 연정 구상의 진짜 목표도 선명해질 수 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연정에서 개헌 얘기까지 뒤엉켜 있지지만 선거법 개정이 연정의 다음 단계"라고 풀이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은 여소야대라는 한국정치의 중장기적 조건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로"라며 "현행 선거제도를 어떻게 고칠까에 대한 고민이 연정 발언의 핵심"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고위관계자도 "연정의 다음 수순은 선거법 개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극복"을 강조한 대목은 결국 내년 지방선거 후로 예상되는 선거법 개정 국면을 염두에 두고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자신의 지론을 현실화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노 대통령에게 남은 미완의 정치과제로 "이분법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정치문화, 지역주의, 여소야대"를 지목한 것은 이에 부합한다.

연정이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법 개정'에 유의미한 조건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 관계자는 "본래 선거구제 개편은 개별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다당 체제에선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회찬 의원도 "여당이 다수당일 때도 뜯어고치지 못한 것이 선거제도"라고 말했다. 요컨대 2~3개의 당이 연정의 형태로 묶이면 선거제도에 대한 공감의 틀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향후 정치일정상 선거법 개정국면 뒤에는 바로 개헌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내각제 수준의 권력이양 용의" 발언에 대해선 헌법개정 없는 권력분점에 대한 의지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정치권에는 개헌을 매개로 한 정치질서의 전면 개편 의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병두, 노회찬 의원 등은 일단 "권력이양 발언에 큰 의미를 두고 프랑스식 대통령제나 내각제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논점을 빗나간 것"이라고 단속했다. 하지만 연정 논의가 선거법 국면을 넘어서면 개헌 논의로 이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희상 의장도 "연정이 장기적으로는 개헌과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정의 목적 2 : 지방선거**

선거제도 개정 국면으로 이어지기 이전에도 연정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또다른 목적에 주목하는 분석도 있다.

여당은 "국정의 원활한 수행"이라는 원론적 답변뿐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민병두 의원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을 포괄하는 '개혁연정'을 주창하며 "민노당과 우리당은 지지기반이 같고 민주당과는 특정지역에서 경쟁관계를 갖고 있지만 누구도 이 지역에서 상대당을 흡수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 대목은 다분히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비쳐진다.

민주당 관계자도 연정의 당면 목표와 관련, "정치 스케쥴상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선거협력이 연정의 핵심"이라며 "여권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언급이 안나오는 것은 자칫 '정략'이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연정 협상이 성사된다면 그 시한은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 언저리까지"라며 "이 때는 지방선거 협상과 함께 얘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지방선거에 대한 고려가 빠진 채 선거법 얘기로 넘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선거에 주목하는 이들의 논리를 풀이하면 이렇다. 이대로 가다가는 여권은 10월 재보선에서 참패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마저 무너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가뜩이나 여당 일각에서 "재보선에서 패해도 대선에서는 승리한다는 낙관론이 깨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는 마당에 재보선 패배가 현실화될 경우 당은 당대로 극심한 분열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 역시 '그로기'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선거법 국면 등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임기만료만 기다려야 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노 대통령에게는 최악의 가정이지만, 각료 몇자리를 야당에 넘겨주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연정의 대상**

연정의 목적이 선거제도 개편과 지방선거로 모아지면서 연정의 대상도 어느 정도는 윤곽이 드러났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여야 공히 "실현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 반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주요 대상으로 거론됐다.

우리당 지도부는 아직까지는 '정책공조' 혹은 '사안별 공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정세균 원내대표가 "지난 4.30 재보선 이후 어떻게 정책공조를 해서 국정을 이끌어갈 것인가 고민했고, 그런 면에서 (노 대통령의 연정 구상과) 맥락이 같다"고 밝혔다. 엄밀한 의미의 '연정'에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인 셈이다.

노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이같은 미묘한 엇박자는 지방선거에 대한 절박감의 차이로 해석된다. 우리당 관계자는 "남은 임기를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은 지방선거(2006년)에 명운을 거는 반면, 다음 총선(2008년)에서의 당선이 최우선 가치인 의원들은 대선(2007년에 올인하는 생리가 있다"며 "노 대통령이 개헌을 넘나드는 수위의 발언을 하는 것에 비해 우리당이 개헌론으로의 비약을 차단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미온적이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당은 청와대의 구상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민병두 의원이 야당 인사들의 입각을 전제로 한 '개혁연정론'을 주장했고, 배기선 사무총장이 "야당 의원의 입각도 가능하다", "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동시에 한 대목은 그 첫걸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은 변수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것. 양당 공히 "노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4번의 서신과 언론인과의 대화를 통해 윤곽이 잡혔다"고 했다. 그러나 "연정에 함께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물어보는 것은 또 다시 연정 얘기에 국한된 차원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어느 쪽도 즉답하기를 꺼렸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를 당 진로의 최대 기로로 판단하고 있는 민주당과는 이와 관련된 논의가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동당은 다소 다른 맥락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어차피 선거제도 개편이 연정 발언의 핵심이라면, 국회에서의 (선거법 협상) 논의가 아니라 국민의 뜻을 물을 것을 제안한다"면서 '국민투표 회부'를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에게는 국민투표 회부권이 있고, 뉴질랜드도 이런 식으로 선거제도를 개선한 선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보면 민노당과 민주당 모두 노 대통령이 던진 연정 구상에 대해 표면적인 '박대'와는 달리 여권 내부의 기류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화의 여지'도 상당 부분 열어놓고 있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앞으로 전개될 협상과 조율 과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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