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정동영 통일부장관과의 면담에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또한 북미수교시 대포동 미사일을 비롯한 모든 미사일을 폐기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정동영 장관이 방북후 귀국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개하지 않은 '새로운 제3의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이 연내 남북 정상회담을 신청한 게 아니냐는 강한 관측을 낳고 있다.
***미공개 브리핑 1. 김정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하자"**
정 장관은 이날 오전 박근혜 대표와 11시부터 6~7분간 가진 전화통화에서 "대국민 브리핑에서 빠진 것이 있다"며 "김정일 위원장과이 면담에서 북미수교 후 미사일 문제, 금강산 관광시 신원조회 폐지를 골자로 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등에 대해 언급했다"고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정 장관은 이어 구체적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요구와 관련, "관광객들이 신원조회를 받지않고, 금강산에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에 협조해 달라는 김 위원장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으며,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한다면서 만에 하나 북한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 보장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표는 "(이 내용은) 국민들 앞에 굳이 숨길 것이 없는 것"이라며 "법의 개정에 관한 것이 아니냐.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그동안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문제도 법적인 절차가 없었는데, 남북관계 발전기본법을 고쳐서 법을 만들게 되면 투명하게 된다"며 대북특사에 따른 법적 근거를 주장하자, 박 대표는 "그동안 법적절차 없이 임동원 전통일부장관 등 여러 분이 왔다갔다 하지 않았냐"고 난색을 표했다.
박 대표는 거듭 "이런 정도면 (브리핑을 통해) 다 얘기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굳이 브리핑이 아닌 당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힌 이유를 추궁하자,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이 지난 번에 박근혜 대표를 만났을 때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해 독재한 얘기는 하지 않고 좋은 얘기만 했었는데, 이런 것도 다 브리핑할 수는 없지 않나"고 맞받았다.
정 장관은 이어 21일부터 열리게 되는 남북장관급회담과 관련, 박 대표에게 "어떤 얘기를 했으면 좋겠냐"고 조언을 구하자, 박 대표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군포로 문제"라며 "남북관계에서 인도적 차원의 문제는 가장 심각한 것이다. 장관께서 이 문제를 잘 논의해서 북쪽에 요청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양측의 통화는 박 대표가 정 대표의 방북 결과보고 면담을 거절하자 전화통화로 대신한 것이다.
***미공개 브리핑 2. 김정일 "북-미 수교시 대포동 등 미사일 모두 폐기"**
김정일-정동영 면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외에 미국이 요구해온 미사일 전량 폐기 의지도 발힌 것으로 확인됐다.
전여옥 대변인에 따르면, 정동영 장관은 이날 박근혜 대표와의 통화에서 "대국민 브리핑에서 빠진 것이 있다. 북미수교 후 미사일 문제라든가..."라고 말을 꺼냈지만 "국무회의에 오늘 보고하겠다"고만 밝힌 뒤 그 이상의 언급은 없었다고 전 대변인은 밝혔다.
이와 관련 김홍재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장관과의 면담에서 '미국과 수교하고 우방국가가 된다면 미사일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 일반적으로 일개 국가가 가질 수 있는 미사일만 가지고 장거리 미사일과 대륙간 미사일은 다 폐기하겠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정동영 장관은 이같은 내용을 이날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공개 브리핑 3. 연내 남북정상회담?**
이같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및 북-미수교시 미사일 폐기 외에도 정 장관이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제3의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여옥 대변인에 따르면, 어제(19일) 정 장관 비서측에서 "북에 가서 얘기한 것 중에 국민들 앞에 밝히지 못한 비밀스러운 것 세 가지가 있다"면서 박 대표 면담을 요청했다. 이에 박 대표는 "대북문제는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들 앞에 모든 것을 밝혀야지, 야당 대표만 비밀스럽게 들을 필요는 없다. 투명하게 국민들께 공개하고 대북문제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정 장관측에서 다시 박 대표측에 전화를 걸어 "장관이 대북문제에 대한 비밀스러운 얘기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장관급 회담에 대해 얘기할 것이 있으니 전화통화라도 하자"고 했고, 이에 박 대표는 "장관급 회담은 매우 중요하니 그렇다면 언제든지 통화하겠다"고 답해 통화가 성사됐다.
박 대표는 통화후 "이날 (통화한) 내용이 국민들께서 알아도 전혀 보안상의 문제가 없고, 남북관계는 투명성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 정도는 밝혀도 전혀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 대변인을 통해 통화내용을 브리핑한 이유를 밝혔다.
전 대변인은 통화 브리핑을 마치고 "정 장관측에서 밝힌 세 가지 비밀스러운 내용은 북미수교후 미사일 문제에 관한 것과, 금강산 관광에서 신원조회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남북교류 기본법에 대한 협조를 김정일 위원장이 구한다는 것과, 세 번째로 정 장관이 말한 남북관계 발전 기본법에 따른 특사 파견 문제로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지막 세번째가 '연내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아니냐는 관측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0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석 멤버인 한 고위인사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전했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답방 하겠다'고 말했다는 발표 이상의 메시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북한 주민들도 6ㆍ15 공동선언 내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머지 않은 시기에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도외에도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가을께 남북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 등이 나돌고 있어, 정장관이 비공개한 '제3의 내용'이 연내 남북정상회담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송영선 "북한과 딜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한나라당내 일각에선 김정일 위원장과 정동영 장관의 면담 과정에서 일종의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송영선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상임운영위회의에서 "6.15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이때까지 보여준 회담과 달리 아주 전향적인 배경을 보였다"며 "한나라당이 생각지 못한 딜이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송 의원은 그 '딜'의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송 의원은 그러면서 "남북화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한나라당도 이해한다"면서도 "화해협력이 북한 인민을 위한 것이지, 김정일 체제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대북정책 차원에서 공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진하 제2정조위원장도 "김정일 위원장의 6자회담 복귀 언급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혹시나 시간끌기 작전이 아니냐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나중에 국민이 알지도 못했던 합의가 있었다거나 해선 안된다"며 "대북문제는 앞으로도 투명하게 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야당이 정부여당에 대북문제와 관련해 바라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동영 "미국 비롯해 6자회담 관련국은 말 한마디라도 성의있게 해야"**
정 장관은 한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등 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당과 국회차원에서 협조해줘야 할 게 있다"며 "남북관계기본법이나 남북교류협력기본법 개정과 관련한 협조당부를 위해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국내적으로는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가 한마음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당이 중심에 서서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북한에 대한 냉담한 반응을 의식한 듯, "미국을 비롯해 6자회담 관련국은 말 한마디라도 성의있게 해야 한다"면서 "6자회담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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