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에서 8일 저녁 워크숍을 갖고 박형준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1기 대표 정병국 의원과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소위 '남원정'으로 불리는 소장파 주축세력이 2선으로 물러난 것으로, 최근 박 대표가 추진중인 '합리적 보수화' 정책을 일단 지켜보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요모임에서 제일 잘못한 일은 반박(反朴)으로 비쳐진 것"**
그동안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보수파와 직접적인 대립각을 그어온 '남원정'이 2선으로 물러난 것은 단순한 수요모임 내부의 인적 재배치의 의미를 넘어, 박 대표와의 새로운 관계모색으로 돌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수요모임 새 대표로 선출된 박형준 의원은 9일 "지난 몇 달간 수요모임이 제일 잘못한 것은 '반박'으로 비쳐진 것"이라며 "너무 편향된 구도로 갇혀있다는 데 내부 반성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박 의원은 "박근혜 대표는 당의 굉장히 소중한 자산이고 같이 가야 될 분"이라며 "개인을 향한 공격은 크게 안할 것이다. 당의 정책과 관련된 문제에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 바깥에서 비주류와 권력투쟁 집단으로 비쳐진 것이 제일 아쉬웠다"며 "당내 개혁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도록 당을 위해 봉사하고 기여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그동안 수요모임은 진위와 달리 권력투쟁집단으로 비쳐진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당 개혁과 혁신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면서 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동질적인 정치적 모임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마디로 수요모임이 '반박'노선을 포기한 것으로 비쳐졌다.
***"모임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른다"**
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9시부터 새벽2시30분까지 진행된 워크숍에선 '남원정'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 사람의 생각이 수요모임 전체의 생각으로 비쳐진 점과 이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기회주의'라는 지적이 이회창 전총재 시절에서의 활동까지 거론되며 비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전 대표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선택해야 될 정치적 사안에 대해 수요모임 다수의 의견으로 결의가 되면 개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자기에게 불리하더라도 결정을 전원이 따르도록 어제 워크숍에서 결의했다"며 "앞으로 보다 공고한 정치적인 모임으로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플레이를 자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국면에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이러한 '개인플레이'조차 꺼렸었다. 에컨대 이철우 전 우리당 의원에 대한 한나라당의 간첩공세로 여야 정국이 급랭했을 때 소장파 의원들은 나서기를 꺼려하다가 역풍을 맞고 잠잠해진 이후에야 목소리를 냈다.
'반박 노선 포기'와 '개인플레이 자제'. 4.30 재보궐 선거 이후 '박근혜 대세론'이 당내에 파다하고, 반박 진영이 사실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당내 구도에서 소장파 의원들의 이같은 결의(?)는 당분간 '박근혜 독주'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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