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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로에 선 김근태, 수습이냐 확전이냐

정치자금 제도개혁 물꼬 터야 '고백' 성과 거둬

'김근태 고백'의 파장이 여야 정치자금에 대한 이전투구식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5일 한나라당은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이인제 고문을, 민주당은 이에 맞서 이회창 총재를 주 공격목표로 삼아 정치자금을 밝히라며 맞공세를 폈다.

이것이 김근태 고문이 의도한 결과일까. '김근태 고백'은 왜 나왔을까.
분석가들은 세 가지 측면으로 해석한다.

첫번째, 민주당 후보 경선전에서 최하위권의 지지율에 맴돌자 자신의 '클린 이미지'를 이용, 지지도를 끌어올려 보려는 시도다. 경선전술상의 의도된 돌출행동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 자신의 고백이 시발점을 이뤄 모든 경선주자의 경선자금 공개로 이어지고, 이것이 불투명한 정치자금의 악습을 깨뜨리는 정치개혁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말 그대로의 '양심선언'이다. 재야 출신다운 개혁의 결단이라 할 만하다.

세번째, "권노갑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이번 경선에서 권 전 최고위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인제 고문 측의 자금줄을 차단하고 이 고문과 구동교동계에게 정치적 흠집을 내기 위한 노림수다. 고도의 정치 전략이다.

***'김근태 고백', 당으로선 해당행위, 국가적으론 환영할 일**

이 세 가지 측면 중 어느 쪽이 진짜 김 고문의 의도인지 확인할 순 없다. 김 고문은 6일 오전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고백이 권고문의 정치자금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대목을 개탄하며 "후회한다"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은 순수한 양심선언이었지, 그 어떤 정치적 노림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상황은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번째 해석, 즉 김 고문의 '고백'에 고도의 노림수가 있었던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

경선자금 공개 이후 야당은 즉각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정치자금에 공세의 초점을 맞췄다. 5일자 조선·중앙·동아 등 이른바 메이저 일간지의 1면 머릿기사도 '권노갑 자금 의혹'으로 채워졌다(조선일보는 5일자 1면 머리기사로 자체 기획기사를 게재했으나, 이 기사를 빼면 권노갑 의혹이 머리기사다). 6일자 신문들도 이를 1면톱으로 다루기는 마찬가지이며, 경향신문의 경우 "검찰이 권노갑 내사에 착수했다"는 기사까지 내보내고 있다.

김 고문의 고백이 빌미가 되어 야당의 권노갑-이인제 공세에 불을 붙인 격이다. 결국 김 고문이 권노갑-이인제 라인을 직접 공격한 셈이 됐다.

비주류 경선주자로서 주류 측의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선두주자를 공격할 수 있다. 얼마든지 가능한 경선전략이다. 게다가 '투명한 정치자금 만들기'라는 국민적 명분도 등에 업고 있다.

그러나 그 공격이 빌미가 되어 야당으로부터 민주당 전체가 공격받고, 국민경선 자체가 '돈경선, 조직경선'으로 폄하된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고스란히 김 고문이 떠안아야 한다.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혼자 살려고 당을 다 죽인다"는 비판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인제 고문이 김 고문의 경선자금 공개에 대해 즉각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 개인의 도덕성과 이익을 명분으로 경선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등 당리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은 바로 김 고문에 대한 책임추궁이다.

***당리당략에 빠지느냐, 국가적 명분을 좇느냐 기로에**

이처럼 이번 '김근태 고백'에는 양 측면이 존재한다.

민주당 입장에서 본다면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킨 해당행위로 손가락질을 받을 사안이다. 한나라당은 바로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고, 조선·중앙·동아 등 주요 언론들도 이 점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 견지에서 본다면 이런 '고백'이 계속 이어져 고질적인 정치자금의 병폐를 척결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이 상호갈등하는 두 측면, 즉 당의 입장과 국가적 견지 사이에서 김 고문의 이해득실이 결정된다. 이번 경선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이 어느 쪽 편에 설 것인지에 따라 김 고문의 지지율은 올라갈 수도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김 고문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당리당략을 우선시 하느냐, 아니면 국가적 명분을 좇을 것이냐의 선택이다.

당인으로서의 도리를 먼저 생각한다면 자신의 고백으로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해야 할 것이다. 엎질러진 물이라도 주워 담아야 한다.

반면에 국가적 명분을 앞세운다면 고백의 파문이 더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정치자금 제도를 정비할 때까지 고백과 폭로와 공방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정도에서 수습되고 만다면 하나의 정치적 해프닝에 머물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김근태, 파문 수습에 부심**

현재 김 고문은 파문을 수습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자금을 투명화하자는 내 양심선언을 정쟁화하지 말라"며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또한 "정치권 관행에 따라 선배로서 후배에게 격려금을 준 것이며 기본적으로 선의로 해석한다"며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엄호했다.

또한 자신의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응분의 책임을 질 각오가 돼있다"면서도 "용기를 내서 양심선언한 사람을 처벌하면 우리 사회엔 절망뿐이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여야 사이의 정치자금 공방이 가열되는 데 대해서는 "옛날 일을 까발려서 상처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당과 한나라당 모두 경선과 본선을 투명하게 하자는 취지"라며 파문 확대를 경계했다.

그러나 그간 여러 차례 좌절했던 투명한 정치자금을 위한 제도개혁이 현 상황에서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번 '김근태 고백' 파문 이후에도 여야 일각에서 이제 제도개선에 착수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는 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지금보다 훨씬 더 추잡한 비리들이 폭로된 이후에도 정치자금 제도개선은 완성되지 못했다. 이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자금 제도개혁 물꼬 트여야**

따라서 김 고문이 진정 자신의 '고백'을 정치자금 투명화의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면 당리당략적 계산에서 파문을 수습하려 애쓸 것이 아니라 제도개혁의 물꼬가 잡힐 때까지 문제제기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우선 나부터 처벌하라"는 자세로 5억 넘게 사용한 자신의 8.30 경선자금을 어떻게 조달해서 어떻게 집행했는지 한층 더 세세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후보 경선자금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 전원이 자신의 정치자금을 공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강제해 내야만 그나마 이번 일이 정치자금 투명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정치자금법, 선거법, 돈세탁방지법 등 정치자금 관련 법과 제도 정비로 논의가 발전되어 갈 것이다.

반대로 이 문제를 여기서 덮자는 수습과 미봉책으로 일관한다면 '김근태 고백'의 최대 피해자는 김 고문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야당에게는 공격의 빌미만 주고, 여당 내에서는 '왕따'가 되고 말는지 모른다.

기로에 선 김근태 고문, 그의 앞길은 정치자금 관련 제도개혁의 물꼬가 트이느냐 여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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