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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맛이 있으면 몸에 안 좋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으로 화제가 된 SBS 박정훈 PD

***올 연초 장안의 화제가 된 '잘 먹고 잘 사는 법'**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SBS에서 방영된 신년특집 다큐멘터리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삶에 중요한 요소지만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음식을 소재로 다루면서 ‘맛기행’식의 음식소개에서 탈피해 음식이 만들어지는 환경에서부터 조리되는 과정의 영양파괴, 섭취된 음식물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까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육류위주의 왜곡된 식생활습관으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채식과 유기농산물 중심의 식단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바른 먹거리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프로가 방영 된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뜨거웠다. 지난 한 주 육류를 취급하는 식당과 정육점들은 매출액이 20% 가량 감소했다고 울상이었다. 반면 대형할인점들의 현미, 유기농산물 매출은 업소에 따라 4~9배 늘었다고 한다.

각종 채식단체들과 유기농산물 유통업체들은 이 프로그램에 힘입어 자신들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고 축산관련 단체들은 방송 전부터 항의성 의견을 내고 방송 당일에는 방송불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유기농산물위주의 식단에 관심을 가지는 주부들도 부쩍 늘어났으며 SBS의 청취자 사이트에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재방영 문의와 지지의견이 하루 1천여건씩 오르고 있다.

대부분 의견은 ‘처음부터 못봤으니 재방송을 부탁한다' ‘아이들과 다시 보고 싶다’ ‘채식을 시작 한 것이 다행이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간혹 축산업관련자들의 항의성 글과 한국인과 미국인의 고기 소비량까지 예로 들며 프로그램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과 특정 종교재단과의 관련설을 제기하는 과격한 비방의 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여 새해부터 먹거리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박정훈PD를 지난 17일 오후 여의도 SBS에서 오후에 인터뷰했다.

박PD는 인터뷰 중에 계속 걸려오는 문의 전화에 응하느라 대화가 자주 끊어지곤 했다.

***"3년전부터 구상"**

프레시안 : 어떤 계기로 식생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구상했는지?

박정훈PD : 처음 시작은 한 3년 정도 됐다. 이런 프로그램을 한번 해 봐야겠다고 생각은 계속 했는데 구체화한 계기는 우연히 촬영가서 본 목장환경이 굉장히 안 좋았다.

소를 묶고 시멘트바닥 축사에 꽉꽉 가두고 사육하는데 그러는 원인이 소비자들의 미각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사육법이 부드러운 고기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거다. 아무리 동물이지만 ‘인간이 너무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조사하는 동안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는 현대사회가 무심결에 맛있음의 실체를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물에 대한 가혹한 환경과 항생제투여 등으로 환경에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 것이 결국 사람들의 왜곡된 미각 때문이다. 근본을 바꾸자는 뜻에서 환경문제까지 종합적으로 연결하고 환경 속에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 싶었다.

프레시안 : 제작기간이나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박정훈PD : 2년 정도는 책으로 학습을 하고 작년 4월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12월까지 총3백권(TAPE 1권당 40분) 분량을 찍었다.

외국사례를 넣은 것은 개인적 시각에서 편견이나 자기생각만을 주장하는 이야기가 아닌 글로벌한 문제임을 보여주고 주장을 증명할 권위 있는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4개국(미, 일, 영, 호주)에 걸쳐 취재와 촬영을 했고 외국단체등과도 사전에 메일로 계속 의견을 교환했다.

편집은 촬영 중이던 작년11월에 시작해서 1월 방영 전까지 촬영과 병행해서 했다.

프레시안 : 이번 다큐멘터리의 의미는 ?

박정훈PD : 전에 작업한 ‘육체와의 전쟁’(다이어트) ‘생명의 기적’(출산문화) ‘아름다운 성’(성생활)에 이어서 인간이 탄생한 후의 문제를 다룬 연작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서 모유를 먹고 노년까지 이어지는 생에서 환경, 생명, 건강에 관한 문제들을 음식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현재의 음식문화로는 미래의 비전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우린 조미료의 자극에 너무 익숙해 있다"**

프레시안 : 제작 중에 깨달은 음식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박정훈PD :‘맛이 있으면 몸에 안 좋다’는 것이다. 맛을 내기 위한 여러 가지 조미료들이 우리가 지니고 있던 순수한 자연의 입맛을 앗아갔다. 자연 그대로의 입맛을 찾으면 조미료 없이도 본래의 좋은 맛이 있는데 우린 조미료의 자극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첨가제로 인해 사람들의 입맛이 이미 정상이 아닌 상태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를 내추럴한 입맛으로 되돌려 놓아야 된다. 제작을 하면서 우리 집도 건강을 위해 식단을 바꿨고 우리 딸아이의 입맛도 처음 몇 달은 힘들었지만 되돌렸다.

프레시안 : 잘못된 음식문화와 환경에 대한 고발로만 흐르지 않고 그 대안까지 잘 연출 된 것 같은 데?

박정훈PD : 처음부터 프로그램의 컨셉이 ‘불필요한 자극은 주지 말자’는 것 이었다. 거부감이 일어나면 대안제시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소의 도살 장면 등은 특히 절제를 했다. 편집과정에서 사육과정의 고통이나 위생문제 등도 최대한 절제를 하고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콜레스테롤 치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아이의 잘 못된 식생활 교정을 통한 치유 부분도 끝까지 정확한 팩트(fact)로만 가져갔다.

프레시안 : 음식문화를 바꾸자 거나 채식을 장려하는 주장이 결국 배부른‘서구’인들이 만든 호사취미가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있는데?

박정훈PD : 지구상의 기아와 굶주림은 왜곡된 분배의 경제가 만든 문제다. 인류가 생산력이 떨어져서 굶은 적은 없다. 분배의 왜곡이 늘 문제였다.

예를 들면 사람이 먹어야 할 곡물이 소 사료로 쓰이면서 먹거리의 효율이 왜곡된다. 열 사람이 먹을 곡물로 한 사람이 먹을 고기를 만들어낸다.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취지는 균형 있게 식단을 짜고 잘 기른 것을 잘 먹자는 것이다.

***먹거리 효율은 곡물이 육류보다 훨씬 높아**

이번 다큐멘터리에 도움을 준 외국의 단체나 개인들도 배 불리 먹기보다는 배를 덜 채우며 살자는 생각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들 이었다.

프레시안 : 그런 원래의 작품의도와는 달리 항의도 많았을 것 같은데?

박정훈PD : 많았다.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비난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육류매출이 떨어진 다는 것이다. 축산단체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합리적인 태도로 나왔다. 하지만 보지도 않고 소문에 끌려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

방송 당일에도 모 협회가 방송불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담당 판사가 오후 5시 40분에 공익성이 강하고 피해를 준다고 볼 수 없다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방영이 가능했다.

어떤 목축업자로부터는 친환경적인 프로라고 격려를 받고 자신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말도 들었다.

프레시안 : 앞으로 우리 식문화의 건전한 발전방향을 조언한다면 ?

박정훈 PD : 음식문화와 관련하여 그동안 차단된 정보를 공유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바른 음식교육을 하면 식생활 습관이 차차 바뀔 것이다. 전교조의 조사에 의하면 아이들의 편식 비율이 83% 다. 이런 것을 교육을 통해 바꾸는 것이 미래투자다. 영어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에서 바른 음식 교육시키는 것 같은 삶의 문제가 첫 번째가 돼야 한다. 시청자들도 공감하고 자녀와 다시 보겠다는 재방송요청이 많았다.

음식문화의 변화는 소비자의 변화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수요가 자연 친화적인 먹거리로 전환되면 생산자는 값을 비싸게 받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그 쪽으로 산업이 정비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취재 중 어렵거나 방송에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

박정훈 PD : 사실 취재과정에서 음식문화에 관련된 부정적인 면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여기에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면 감정싸움밖에 안된다고 생각했고 작업을 할 때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고발하는 것보다는 대안을 통해 치유로 인도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늘 그런 방향으로 작업을 했다.

***主食을 잘 먹어야**

프레시안 : 독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개인적인 조언이 있다면?

박정훈PD : 먼저 ‘주식(主食)을 잘 먹어야 한다’는 거다. 이제까지 우리는 골고루만 강조해서 골고루 나쁜 것을 먹게 됐다.

음식의 균형이라는 것은 자기가 먹는 주식을 좋은 것을 먹는 것이다. 한국인의 경우 주식인 쌀을 현미 등으로 바꿔서 잘 먹고 나머지를 골고루 먹으면 좋을 것이다. 중심식단을 풍부한 곡식과 채소로 하고 기타 육류 등 보조식품을 섭취하길 빈다.

프레시안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다큐멘터리나 프로그램이 있는지?

박정훈PD : 앞으로 한동안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전체적인 제작을 담당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자신의 방송철학이 있다면?

박정훈 PD :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갈증을 느끼는 것)을 찾아내서 심도 있게 만들면 사람들의 행동과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훈 PD는 학창시절에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1986년 MBC에 취직했다.

1991년 SBS로 자리를 옮긴 후 주로 교양국 PD로 활동해 오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휴거신드롬이나 게이의 삶 같은 독특한 주제들을 주로 다뤘고 ‘육체와의 전쟁’ ‘생명의 기적’ ‘아름다운 성’ 등 생명과 인간의 몸에 관한 교양다큐멘터리를 연출해왔다.

박PD에게 ‘생명의 신비’나 ‘잘 먹고 잘사는 법’등 화제의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자신의 핸드폰을 살짝 보여줬다. 핸드폰에는 ‘찾으면 찾아진다’라는 로고가 쓰여 있었다.

서울방송은 올 설 연후에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재방송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은 서울방송측이 제공한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주요 내용이다.

***다큐멘터리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이런 내용**

제1부 : 식탁 위의 작은 혁명

우리 식생활 문화는 어느덧 서양의 육식 중심 문화로 바뀌고 있다. 매 끼니마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고, 아이들과 휴일에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점, 고깃집에서 외식을 하지 않으면 가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낄 정도다.

이런 문화의 이면에는 열악한 생존환경에서 신음하는 동물들의 절규가 있다. 인간에게 보다 기름지고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평생 묶여 살면서, 그들에게 제공되는 좁고 더러운 스트레스 환경은 항생제등 약의 남용을 불러오고, 결국은 우리들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육식과 우유로 상징되는 미국의 식생활 문화에 전 세계적으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2부 : 기적을 만드는 식사

히포크라테스는 말했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 이 말은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현대인의 대표적 생활습관병인 당뇨(프로야구 심성보 선수, 집안 대대로 당뇨 앓아옴), 고혈압(45세의 고혈압 집안 내력을 갖고 있는 이재욱씨), 현대 고질병의 하나인 성인 아토피를 앓고 있는 3명의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우리의 자연음식(현미 잡곡밥에 약간의 동물성 단백질과 채소가 풍부한 식단)을 먹게 하여 병을 치료해가는 과정을 밀착 취재하면서 평범한 음식이 보이는 치유과정을 공개한다.

제3부 :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사람이 태어나 먹게 되는 젖에서부터 노인들의 식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 지를 알아본다. 식생활 교육 부재의 현실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살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그들의 식습관이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데 막상 여성들조차 제대로 된 식생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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