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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하면 무조건 영웅?

암초에 걸린 할리우드의 영웅 만들기

미국의 애국주의 물결에 편승하려던 영화 한 편이 진실을 왜곡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실에 기초한 전쟁영화(the fact based war film)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고 내년 봄으로 잡혀있던 상영일정까지 앞당겨 12월28일부터 미국 전역에서 개봉할 예정인 ‘블랙호크 다운’(Blackhawk Down)에 등장하는 미군 특수부대 대원이 실제로는 영화에서처럼 영웅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영화는 필라델피아 인콰이러의 기자 마크 바우든의 동명의 책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졌다.
이 책은 1993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작전을 위해 타고 가던 블랙호크 헬기가 격추되어 적진에 고립되었다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미군 18명이 전사한 사건을 생생하게 다룬 것 이다.

미 국방부와 육군은 애국적인 메시지의 영화제작을 돕기 위해 무기와 병력을 영화촬영지인 모로코까지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협조를 했으며 실제 전투에 참여한 장병들이 영화를 위한 자문단으로 감수를 담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영국 가디언과 미 뉴욕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영화 속에서 전쟁영웅으로 묘사되는 존 그림즈(이완 맥그리거 분)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존 그림즈의 실제인물로 알려진 존 스테빈스는 12세미만의 미성년자강간과 어린 소년에 대한 남색혐의로 3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캔사스주 감옥에서 복역 중이다.

미 국방부와 육군측은 이 사실을 알고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꿔 줄 것을 제작사인 콜럼비아 영화사에 미리 요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사측은 영화 속에 실명이 쓰이지 않는 것이 “제작자의 건설적인 창조”에 의한 것이고 “당시 전투에 참가한 1백명의 병사 중 40명만 대사가 있어서 몇몇 캐릭터는 압축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한 이 책의 원작자 마크 바우든은 “육군측이 이름을 바꾸라고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존 스테빈스는 영화의 원작이 된 동명의 서적에는 실제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영화 속의 영웅 존 그림즈로 묘사된 존 스테빈스에 얽힌 또 다른 문제는 그가 전쟁터에서 ‘회사원’처럼 근무했으며 전우들 사이에서 ‘사무원’또는 ‘싸구려 커피기계’라고 불리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는 마크 바우든의 책에서도 ‘갑자기 야수처럼 변해서 춤을 추듯 미친 듯이 총을 쏘았다’고 묘사된 인물이다.

존 스테빈스의 전 부인도 “제작사가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얻기 위해 내 (전)남편이 미국의 영웅인 것처럼 묘사했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일은 할리우드가 9천6백만 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서 시도한 ‘영웅 만들기’가 흥행을 위해 실제인물을 지나치게 미화하다가 구설수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를 제작한 프로듀서 제리 브룩하이머는 전작인 ‘진주만’에서도 흥행을 위해서 역사를 왜곡한다는 구설수에 오른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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