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한나라당과 국보법 합의한적 없다"

'합의파기' 적극 부인, 당 일각선 이부영 '물밑거래설'도 제기

천정배 원내대표는 30일 "한나라당과 전혀 잠정 합의한 일 없다"며 의원총회 결과 '국보법 폐지-형법보완'이라는 당론을 관철시키기로 한 방침이 한나라당과의 '합의 파기'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천정배 "당에서 논의하겠다고만 했지 합의한 적 없다"**

천 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 지도부는 당론 변경을 추진한 것이 아니고, (따라서 의총은) 당 내부의 국보법 처리를 둘러싼 한두가지 이견을 정리하는 자리였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천 대표는 "양당이 서로 타진된 의견을 기초로 의총에서 논의하겠다고 한 것이며 우리당이 합의한 일이 전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도 "대체법안에 합의를 했다면 대체법안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 내용에 대해 의총에서 제시된 바도, 토론한 바도 없다"며 "양당대표간 합의에는 대체법안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고 거들었다.

***당일각선 이부영 '뒷거래'설도 제기**

천 대표가 이렇듯 '국보법 개정안'에 대한 합의사실이 없음을 강조하고 나선 내막은 의총 과정에서 당내 강경파들이 "천 대표가 국보법을 한나라당과 합의했다"고 비난한데 따른 해명으로 풀이된다.

이와관련, 당의 핵심 관계자는 "천 대표가 김원기 의장과 국보법 등의 직권상정을 논의하는 중간에, 일부 중진들이 국보법 내용을 가지고 한나라당과 '비하인드 딜(뒷거래)'을 했다"면서 "일부 의원의 '대체입법' 언론플레이 등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천 대표는 당론이 바뀐적 없다고 줄곧 강조해왔고 내용에서도 대체입법 형식의 개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왔는데, 오늘 대표회담을 갔더니 김덕룡 대표가 (뒷거래 한) 안을 내놓았다"며 "천 대표로서는 의총장에서 '중진들이 뒷거래를 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면 당이 박살날것 같아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과 뒷거래를 한 중진들 이름을 열거하며 "이부영 의장도 이에 동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막판 협상이 성사된 배경에 이부영-김덕룡 라인의 가동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천 대표측의 이같은 해명을 억지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개혁파 의원들의 승리로 끝난 의총을 거치며 이부영-천정배 '투톱' 사이의 분열기류가 가속화되는 조짐이 역력해 리더십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않다.

***천정배, 국보법 연내처리 불가 시사**

천 대표는 또 국보법을 과거사진상규명법 등과 일괄타결키로 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아니다"고 부인했다.

천 대표는 "4인대표회담을 5일간 했지만 4대법안에 대해선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며 "언론관계법과 과거사법 합의는 상임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한 것이고 상임위 합의내용을 사후에 보고받았을 뿐이다. 패키지로 4대법안을 합의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행자위에서) 과거사법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위원추천방식인 '7(국회)-4(대통령)-4(사법부)' 정도로 하는 것은 의견 접근이 있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천 대표는 "한나라당과 이미 의견접근을 본 과거사법, 언론법은 해당 상임위를 열어서 처리하고 법사위를 거쳐 순조롭게 처리해야 마땅하다"고 '2+2' 방식에 여전히 무게를 뒀다.

그는 특히 국보법의 향후 처리방침과 관련,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여야간 협상이 끝나고 그 후에 얘기하자"면서도 "우리당 당론은 국보법 폐지와 형법보완이지 연내 처리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해 국보법 처리는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 의장의 직권상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현실론'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당내 강경파들의 '김원기 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연내처리' 주장과는 속도차가 있어 강경파들의 대응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천 대표는 이어 운영위 소관인 기금관리기본법과 민간투자법은 연내처리에 무게를 둔 반면, 보건복지위 소관인 국민연금법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한편 한나라당 내에서 본회의 불참 기류가 적지않아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진 가운데, 천 대표는 "국회가 정상화되는 순간 예산안과 파병연장동의안은 정상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된 것 아니냐"고 한나라당의 참석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