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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ㆍ보선, 20대는 ‘관심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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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ㆍ보선, 20대는 ‘관심 밖’

동대문을, 구로을 지역 젊은 민심 탐방

“별다른 관심 없어요. 길거리에서 유세하는 것은 봤지만 시간 쪼개서 듣고 싶지는 않았어요”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의 25%가 20대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차기 대선 등 각종 선거의 주요 변수로 주목받으면서도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된다.

선거 이틀전인 23일, 동대문과 구로지역 등 선거가 치러지는 현장에서 만난 20대 유권자들이 이번 10.25 재ㆍ보선에 보이는 반응 역시 예상했던 대로 ‘냉담’했다.

10.25 재ㆍ보선의 막바지에 각 당이 필사적으로 벌이고 있는 총력전도 이들에게는 관심 밖이다. 각 당은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들을 연일 동원하여 대선을 방불케 하는 선거전을 치르고 있지만, 대부분 40대 이상의 유권자들만이 반응을 보일 뿐, 정작 유세장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젊은 층이 공감할 만한 정책과 공약 아쉬워**

누가 당선되더라도 자신들의 생활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정적 포기가 주된 이유였다.

박정희(23. 주부. 동대문을)씨는 “별로 투표할 생각도 없고 시간도 아깝다.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주차문제 등에 대해 정치인들은 관심이 없다. 자기들끼리 정권을 놓고 싸우는 것일 뿐이다”며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로을 지역에 출마한 6명의 후보가 외치는 수많은 공약 사항도 20대 유권자들에게는 ‘그저 그런 얘기’일 뿐이다. “지나가다 보면 선거운동원들이 줄서서 피켓을 들고 인사하고 그러는데, 거부감이 먼저 든다. 길에서 홍보물을 나눠줘도 안 받는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 투표권자가 되었다는 조광선(21. 대학생. 구로을)씨의 말이다.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젊은이들도 이번 재.보선에는 기대를 걸지 않는다. “무슨 비리다 하면서 지역 정치인이 바뀌게 되니까 다시 선거를 해도 믿고 맡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임기도 책임지지 못하는 것이 그동안 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이다.” 김희정(28. 휴직. 구로을)씨가 선거를 바라보며 밝힌 심정은 20대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선거에 대한 불신의 눈길은 동대문을 선거구도 마찬가지였다. 김서근(26. 학생. 동대문을)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선거를 한다는 것이 지역 사회의 부끄러운 행사라고 생각한다.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이나 정견을 보면 다들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인 것 같지만, 당선 후에도 그 공약을 지킬지는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는 각 후보 진영의 정책과 공약을 지적하는 20대도 있었다.

문은영(23. 대학생. 구로을)씨는 “20대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심을 가지려 해도 공감할 수 있는 공약이나 정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 지역 선거인데도 관심이 멀어지는 것 같다”며 각 후보들의 젊은 층에 대한 정책 부재를 꼬집었다.

***20대의 정치 무관심도 문제**

그러나 정치권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20대 유권자들의 만성화된 정치 불감증이 오히려 정책선거 풍토가 자리잡지 못하는 한 요인인 듯했다.

신종희(26. 회사원. 구로을)씨는 “그동안 꼬박꼬박 투표는 했지만 그 사람이 무슨 정책을 들고 나왔냐 보다는 개인적으로 호감 가는 사람을 찍는 편이었다”고 말해,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냈다.

<그림>

두 지역에서 만난 20대 유권자들중 상당수는 투표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각 후보 진영에서 벌이는 ‘투표참여 캠페인’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조광선씨는 “투표 참여도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를 찍을 것인지는 그때 가서 결정할 것이다”라면서 각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고려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20대 유권자들의 이같은 무관심에 대해 각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는 별다른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구로을 선거운동본부 홍순강씨는 “연령층에 따른 구체적 선거대책이나 공약은 없다”면서 “정치전반의 문화가 바뀌어야 젊은 층의 관심도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동대문을 선거운동본부 제승완씨도 “유권자들이 홈페이지에 접속을 많이 하지만 20대인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젊은 층에게는 후보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면서도 20대를 선거에 참여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층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후보들에게는 20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절실했다.

이러한 점에서 이들은 보다 많은 20대 젊은이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민주노동당 한경석 선거사무장은 “20대의 정치참여율이 낮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면서 “일하기 바쁜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 마감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당 이은영 부대변인도 “선관위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각 후보들의 20대 유권자들에 대한 정책대안 부재, 이들의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 미흡, 젊은 유권자들 스스로의 정치적 무관심 속에서 10.25 재ㆍ보선은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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