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6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국보법 존치 판결을 들며 "법치국가를 무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독재자의 생각" "남북정상회담 위한 북한 비위맞추기" 등 맹공이 쏟아진 가운데, 지도부는 또다시 "탄핵" 발언을 했다.
***"지금쯤 탄핵을 했어야 되는데"**
이규택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회의에서 "대통령은 취임선서에서 국헌을 준수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라면서 "한마디로 진짜 이것이 탄핵의 대상감이다. 지금쯤에 탄핵을 했어야 되는데, 지난번에 너무 빨리하는 바람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규택 위원의 이같은 '탄핵' 발언은 지난달 27일 이한구 정책위의장의 탄핵 발언에 이어 불과 열흘만에 한나라당 지도부에서 두번째로 제기된 것이어서, 커다란 정치적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당시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헌재 재판관들이 후회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며 "헌재는 지난 탄핵 판결에서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례를 지적하고 반성을 촉구한 바가 있다. 그런데 또다시 국가 정체성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좌익세력의 명예회복을 주장하고 보훈처는 공산주의자를 적극 발굴해 포상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장은 이어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와 좌파 성향이 노골화될수록 어떠한 정책으로도 경제가 살아날 수 없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북한 주민처럼 만드는 일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 뒤, "탄핵사유가 누적되고 있다"고 '탄핵'을 제기했었다.
***박근혜 "대통령, 법치국가 폐기하겠다는 거냐"**
박근혜 대표도 "대통령의 국가관과 법에 대한 태도는 엄청나게 문제가 있다"며 "대법원과 헌재의 판결을 다 무시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가 서있는 바탕이 법치인데, 대통령이 법치국가 폐기하겠다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노 대통령이 법의 문제를 정치적인 잣대로 보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법을 강제로 개폐를 논의하는 것이야 말로 독재자들의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선 최고위원도 "노 대통령의 일방적인 얘기는 당정 분리와 민주화를 말하는 대통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내가 하는 일은 손대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북정상회담 위해 북한 비위 맞추냐"**
한나라당은 또 노 대통령의 국보법 발언 속에는 조기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3권분립의 정신을 어기고 헌재와 대법원이 계속 합헌판정 내리는데도 의도적으로 불복하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노 대통령 특유의 편가르기로 친노(親盧)세력을 결집해 권력 장악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인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북한 비위를 맞추려는 것이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규택 최고위원도 이에 "노 대통령의 '국보법의 낡은 유물'이라는 발언과 북한의 '보안법은 역사의 퇴적물'이라는 발언과 맥이 통한다"며 "북한이 국보법을 없애야 대화를 재개한다는 데 따라 국보법을 폐지해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면서 남북대화와 정상회담을 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냐"고 가세했다.
이는 남북 민간교류의 북측 창구역할을 맡고 있는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가 4일 담화에서 "보안법 철폐를 반대해 온 사람은 앞으로 누구를 막론하고 공화국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다"며 국보법 폐지와 남북간 대화를 연계시키려는 움직임 등을 염두에 둔 공세다.
김형오 총장도 민화협 담화를 지적하며 "북한에서 (폐지) 반대론자는 들어오기 어렵다는 말이 있기가 무섭게 여기에 화답하고 있다"며 "헌법 책무를 다하고 있느냐는 기본적이고 심각한 문제라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대한민국이 국보법 때문에 '야만의 국가'라면, 스스로 야만 국가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나 ▲국보법보다 더 강력한 체제보위법이 있는 독일도 야만국가로 보이나 ▲과거 약용됐다고 해서 체제보위법을 모두 폐기하는 것이 옳은가, 향후 악용하지 않는 것이 옳은가 ▲진짜 목적은 '국보법 위반자들을 석방하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노 대통령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임태희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 브리핑을 통해 "헌법 준수하겠다는 대통령의 헌법훼손행위가 너무 심각하고 국가안보를 팔아서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국가수호범국민비대위(가칭)'를 구성, 여권의 국보법 폐지 움직임에 정면 대응키로 했다.
***"탄핵이 뉘집 애 이름이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탄핵' 공세에 대한 당 차원의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히며 맞대응했다.
김희선 의원은 "국보법 얘기를 하면서 한나라당에서 또다시 탄핵 얘기를 했는데 탄핵이 뉘 집 애 이름이냐. 3.12 쿠데타가 얼마나 많은 국가적 손실을 안겼는지 생각도 안 해보고 툭하면 탄핵을 운운한다"며 한나라당의 공격에 격분했다. 김 의원은 "다시는 이런 말이 나올 수 없도록" 당 차원의 강력한 대처를 제안했다.
김 의원은 또 "많은 신문들이 국보법 기사를 쓰면서 '광화문에 인공기를 흔들어도 그냥 두자는 말이냐'는 식으로 선정적인 제목을 뽑는다"며 "가장 기본적이지만 국보법 폐지 논의의 내용을 알리는 당 차원의 Q&A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천 대표도 "인공기 얘기는 수구세력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가세했다. 천 대표는 "형법에 적시돼 있는 내란, 외환죄에는 예비 음모, 선전, 미수까지 모두 포함돼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면 내란 선동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이런 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면 그 세력의 능력이 의심되고 알면서도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국가 안보를 빌미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파시즘적인 태도"라고 주장했다.
이는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이 전날 "광화문 네거리에서 인공기를 들고 김정일을 찬양하는 군중집회를 허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노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을 비난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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