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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180도 입장 바꿔 '허위 보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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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180도 입장 바꿔 '허위 보고' 공방

곤혹스런 與 “그만하자”, 물만난 野 “관련자 처벌”

서해상 무선교신 보고누락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26일 이를 '국가정체성 훼손 문제'로 몰아가며 관련자 책임추궁을 요구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더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다"며 '민생경제 살리기'로 이슈전환을 시도했다.

이번 사건 발발초기만 해도 한나라당은 '군심(軍心)'을 의식해 군 보호에 급급하고 열린우리당은 '용납할 수 없는 국기문란 사태'로 규정해 펄쩍 뛰던 분위기와는 1백80도 달라진 대응이다. 여야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한 객관적 실체 규명보다는 '정략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한나라, "대통령이 국방시스템까지 고장나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군의 불신에 두고 관련자 책임 추궁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23일 국방부 '허위 발표'와 관련,"국민에게 허위보고한 사실은 국방부장관이나 청와대 내부의 고위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며 "'사격중지 우려'라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되는데, 그 이유가 청와대와 군 지휘부에 있다면 청와대와 군 지휘부는 이 부분에 반성할 것이 있는지 국민에게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진하 제2정조위원장도 "청와대가 군의 지휘보고 쪽으로 접근하면서 재조사까지 해 군을 다스리려 하다가 여론이 안 좋으니 경징계로 관용을 베푼 모습을 보인 것은 정략적으로 다루는 모습"이라고 가세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그러나 "북한이 NLL을 마음대로 침범하고 합의사항을 마음대로 악용해도 정부는 항의 한번 안했다"며 "오히려 남방한계선을 지키는 우리 군에 적개심을 나타낸 이유가 어디에 있고 북한에 대해 왜 말을 못하는지 알고 싶다"고 여전히 군을 감쌌다. 그는 "조영길 장관의 발언을 보면 우리 군이 이 정권의 국방의지를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북한 눈치를 보는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국방시스템까지 고장나게 하고 있다"고 이번 사태의 포커스를 노무현대통령에게 맞췄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조 장관의 발언을 보면 일선 군지휘관과 군 수뇌부, 청와대 사이에 안보에 이견이 있다"고 가세했다. 그는 "남북대화와 화해는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될 수 없다"며 "2004년 현재 군사적 대치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라"고 다그쳤다.

***우리 "정치쟁점화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조 장관의 발언으로 보고누락 파문이 재부상하자 당혹스러워 하며,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최종 결단이 내려진 이상 이를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더이상 사태가 확산되지 않기를 희망했다.

신기남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군의 보고 누락은 매우 중대한 문제로 결코 재발돼서는 안되지만 이를 뒤늦게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군 기강을 확립해줄 것을 주문함과 동시에 군 사기앙양을 위해 해군 제2함대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우리당은 군의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와 사기 앙양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4일 국회에서 '허위 보고'를 강도높게 질타했던 정보위위원장인 문희상의원도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로 드러난 보고 누락의 원인도 중대하게 다뤄야 하지만 대통령의 결단이 더 존중돼야 한다"며 "징계권은 국군 통수권자에게 있는 만큼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이와 함께 민생경제 살리기로 이슈전환을 시도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박 대표가 이제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고 했는데 이는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려는 낡은 정치의 전형"이라며 "국민 경제가 지금처럼 어려운 때, 야당이 국가 정체성을 논하며 사상전을 펴자는 것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천 대표는 "가뜩이나 국민 고생 많은데 정치권에서 사상논쟁이나 벌인다면 국민은 누구에게 기대냐"며 "박 대표가 아무리 정쟁으로 끌어들이려 해도 끌려들어가선 안된다"고 대응 자제를 당부했다.

이미경 상임중앙위원 역시 "한나라당이 느닷없는 정체성 논란을 벌이며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우리당은 이에 하나하나 대꾸하지 않고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는 큰 틀을 잡아서 나름대로 뚜벅뚜벅 나아가는 노력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그 과정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한명숙 상임중앙위원도 "이제 반대일색의 대안 없는 발목잡기 정책은 뒤로 물리고 새로운 정치 모색해야 할 때"라며 한나라당 진영에 "더운 여름에 짜증나는 전면전, 사상전이니 보다 경제 살리는 노력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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