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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라크 축구, 과연 이라크에 '희망 메시지'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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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라크 축구, 과연 이라크에 '희망 메시지' 보냈나

[기자의 눈] 미국도 이라크와 친선경기 추진

자이툰부대와 가족들 약 5천5백명이 태극기와 이라크국기를 들고 '조직적' 응원전을 펼친 이라크 올림픽팀과의 한국-이라크 친선경기가 6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축구 TV생중계한 이라크는 지금 "전쟁중"**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MBC가 주관해 열린 친선경기는 경기 자체보다는 양국간 우호증진에 초점을 맞춰 개최됐다. 물론 이 경기는 순수한 축구인 입장에서 본다면, 오랫동안 골 맛을 못 봤던 스트라이커 김동현의 시원한 헤딩슛으로 오는 14일 말레이시아전을 대비해야 하는 올림픽팀의 전력에 도움이 된 긍정적 면이 있다 하겠다.

하지만 바그다드 이라키안 TV를 통해 이라크 전역에 생중계된 이번 친선경기가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이라크 전역에서의 민중봉기로 불과 사흘새 미군 수십명과 수백명의 이라크인이 죽고, 전쟁발발후 전력부족-대량실업 등 만성적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이라크인들에게 과연 주최측 주장대로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됐을지는 의문이다.

지금 이라크 현지 치안상태는 전쟁 상태다. 시아파와 함께 수니파의 젊은 지도자 알-사드르가 바그다드등 6대 도시에서 민중봉기를 일으키는 등 이라크 전역이 무정부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미국 중부사령관은 미군의 추가파병 검토에 들어갔으며 영국군 7백명은 이미 이번주내로 추가파병키로 한 상황이다.

자이툰부대의 파병지로 유력한 이라크 북부 술레이마니아 역시 아직까지는 이라크전때 미군과 공조체제를 유지했던 쿠르드족의 자치구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하나 자치구내 시아파들이 민중봉기에 자극받아 쿠르드족과의 종족간 분쟁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친선경기 주관사인 MBC도 경기직후인 이날 밤 9시 뉴스를 통해 경기내용과 자이툰부대와 이라크 응원을 스케치한 보도에 뒤이어 쿠르드족 자치구 술레이마니아에서 현지 특파원을 통해 현지의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이라크와의 친선전 펼치는 호주, 일본, 한국, 그리고 미국**

축구는 흔히 언어, 종교, 국경을 뛰어넘는 만국공통어로 불린다. 특히 전쟁의 상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인들이 열렬히 좋아하는 축구는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요소일 수도 있다.

이라크 친선경기가 펼쳐지기 이전부터 동아일보가 주도하고 있는 이라크에 '희망의 축구공' 보내기 운동을 한 것도 좋게 해석한다면 같은 이유에서로 해석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순수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이라크로의 자국군 파병과 관련해 여지껏 친선경기를 펼친 팀은 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라크 파병국이라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2월 베른트 슈탕게 감독이 이끄는 이라크 대표팀과 경기를 해 2대0으로 승리한 바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서부선발팀이 이라크와 친선경기를 가졌다. 우리나라와 이라크간 축구경기도 이같은 흐름에서 행해진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미국정부도 이라크와의 친선축구경기 추진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과연 이같은 파병국들의 붕어빵 같은 모습이 미군등을 '침략군'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슈탕게, "축구를 정치와 연결시키지 말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이들 나라에게 '과연 이라크에 자국군을 파병하지 않았다면 양국가간 우호증진을 위한 친선경기를 추진했겠는가'라고 묻고 싶다.

올해는 올림픽과 월드컵 지역예선으로 축구팀에겐 더 없이 바쁜 해이다. 그럼에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와 친선경기를 하는 까닭이 정말 이라크 평화와 국가간 우호증진이라는 순수한 의미 뿐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혹시 파병비난여론을 희석하기 위한 '국내정치용'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라크 대표팀의 독일출신 슈탕게 감독은 "축구를 정치와 연결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전쟁통에 이라크를 떠나야 했지만 이후 갖가지 어려움속에서 이라크 축구재건을 위해 힘쓰는 슈탕게 감독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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