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 사건으로 법정에 선 강삼재 의원이 "안풍 자금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준 돈"이라고 진술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법원은 오는 3월12일 열리는 다음 공판에 김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해 신문을 벌이기로 해, 김 전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사진> 강삼재
***강삼재, "'안풍' 자금 9백40억원 YS한테 청와대에서 직접 받아"**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노영보 재판장)의 심리로 6일 열린 '안기부 예산 유용'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강 의원은 "96년 신한국당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당시 당 총재이던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집무실에서 9백40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돈을 건네주면서 출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고 선거를 앞두고 받은 돈이라 한사람이라도 더 당선되도록 하라는 뜻으로 알았다"며 "당시는 총재가 모든 것을 지시하고 사무총장은 지시를 이행하는 관계였다"며 '선거자금'으로 돈을 받았음을 분명히 했다.
강 의원은 그러나 "당시 돈을 받은 날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고 경남 종금에 입금시켰으며, 이 돈이 안기부 계좌와 연결된 돈이라는 것을 몰랐다"라며 "검찰의 수사후 언론 등에서 보고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국민과 역사 앞에 죄를 지을 수 없기에 고백"**
강 의원은 이날 공판에서 "국민과 역사 앞에 죄를 짓고 배신할 수는 없다는 결단에 따라 고심 끝에 오늘 진실을 밝힌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을 밝히려 했으나 신성한 법정에서 사실을 밝히고 싶었다"라고 이같은 진술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강 의원은 "이 문제가 불거진 후 지난 3년간 고민도 많았고 정치적 신의를 위해 무덤까지 모든 것을 안고 가려했다"라며 "정몽헌 회장과 안상영 시장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라고 말해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힘겨웠던 고뇌를 토로하기도 했다.
당초 "진실을 무덤까지 안고 가겠다"라며 입을 다물고 있던 강 의원은 정인봉 변호인이 "안풍 자금의 출처는 YS"라고 언론에 공개하자 상당한 고뇌 끝에 이날 법정에서 이같은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인봉 변호인, "안기부 예산외 1천7백억원 가량 안기부에 유입"**
한편 강 의원의 변호인인 정인봉 변호사는 "93년부터 96년까지 금융기관이 제출한 안기부 계좌를 분석한 결과, 안기부 자금외의 돈이 1천억원 가량 유입된 흔적이 포착됐다"라고 주장해 자금의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일부 은행이 계좌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자금의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법원의 허락을 받아 당시 안기부 계좌에 대해 추적작업을 벌여왔다.
정 변호사는 또 "당시 안기부 지출관으로 근무했던 진모씨가 94년말 7백~8백억원의 예산불용액을 차기 지출관에게 인계했다는 법정증언을 감안할 때 안기부의 공식예산 외의 여윳돈이 1천7백억원~1천8백억원이 넘는다"라고 주장하며 법정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검찰 전면 재수사 및 YS 소환조사 불가피할 듯**
강삼재 의원의 진술에 따라 당시 '안풍'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초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자금의 출처가 안기부임을 밝혔으나, 변호인 측에서 안기부 예산외 자금 유입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전반적인 자금 출처에 대해 조사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자금의 출처가 김영삼 전 대통령임이 밝혀짐에 따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당시 여권의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어 '폭탄선언'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전망이다.
강 의원은 지난 1996년 4월 15대 총선 당시 김기섭 안기부 운영차장과 공모해 안기부 자금 9백40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유용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1심에서 징역 4년에 추징금 7백31억원을 선고받고 정계은퇴 선언을 했으나, 이날 항소심에서 '당시 자금이 YS로 부터 받은 돈'이라고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김기섭 안기부 전 차장은 "문민정부의 안정이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나 혼자 결정으로 안기부 예산을 대통령이 아닌 당에 지원했다"는 기존의 혐의 내용을 고수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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