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0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최도술 이광재 양길승씨 등 노무현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찬성 1백84 반대 2 기권 7표로 통과시켰다.
관심을 끌었던 민주당과의 특검 공조가 사실상 성사돼 한나라당은 특검정국으로의 국면전환에 탄력을 받게 됐다. 반대로 국회 처리결과를 보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한-민 특검공조 성사**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진행된 특검법안에 대한 표결에서 재적의원 2백72명 가운데 1백93명이 표결에 참석, 찬성 1백84 대 반대 2표로 통과됐다.
잠적중이던 최돈웅 의원을 포함 1백42명이 참석한 한나라당은 김홍신 의원을 제외한 1백41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에선 44명이 표결에 참석, 정범구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한화갑 송훈석 조성준 배기운 의원 등 4명이 기권표를 던졌으며 나머지 39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5명이 표결에 참석한 자민련은 기권한 김종호 의원을 제외한 4명이 찬성표에 가세했다. 박관용 국회의장과 무소속 오장섭 의원은 기권했다.
이같은 압도적인 표차는 관심을 끌었던 민주당과의 공조가 성사된 결과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자유투표로 표결에 임하기로 했던 당초 방침에서 선회, '찬성 당론'을 결정했다.
의총에서 설훈 의원 등 일부 중진의원과 소장파 의원들은 특검 수용이 한나라당과의 공조로 비쳐질 경우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반대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민감한 현안에 대해 뚜렷한 당론을 정하지 못하면 지지세 결집에 문제가 있다는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격론끝에 찬성 당론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와 관련 유종필 대변인은 "45명이 참석해 표결한 결과 찬성 30명 반대 10명 유보 5명으로 나타났다"며 "찬성자만 표결에 임하는 '구속적 당론'을 정했다"고 밝혔다.
박상천 대표는 의총 후 "검찰 수사를 보고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한다는 것이 기존 당론이었는데, 최도술 사건은 11억원 부분만 수사하다 말고, 양길승 이광재 사건은 수사도 하지 않았다"며 측근비리 특검 도입에 찬성키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민주당 ARS 여론조사 결과 69%가 특검에 찬성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특검 수용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도 '특검공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듯 "한나라당의 검찰수사 불협조로 엄정한 수사를 하지 못할 경우 11월 말께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까지 포함하는 특검법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이같은 한나라-민주 특검공조에 대해 양당이 이날 개헌까지도 가능한 전체의석의 3분의 2 이상인 1백82석의 의석 공조를 이뤄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날 민주당이 청와대 등에 대해 한나라-민주 공조의 잠재적 파괴력을 과시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우리당 "한민당 창당의 날", 민주 "자청해서 특검 받아야"**
이같은 한나라-민주 공조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반응은 예상했던대로 강경했다.
본회의 직후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부대표는 "오늘 한나라당이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국회법과 절차 무시한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결과적으로 검찰권 통제이자 자신의 부패 은폐하기 위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김 부대표는 이어 "당론으로 한나라당의 정략적 행태에 동조한 민주당도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당의 최동규 공보부실장은 '오늘은 한민당 창당의 날'이라는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2중대가 아니라, 한민당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당보다는 힌민당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말처럼 깨끗하다면 자청해서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유 대변인은 그러나 "민주당이 찬성했다고 한나라당과 야합이라고 매도해선 안된다"고 경계한 뒤, "민주당은 비리척결을 위해서라면 공산당이 아니라면 어느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법에 반대해온 추미애 의원은 "이왕 이렇게 됐으니 방탄국회라는 소리 안들으려면 한나라당도 자기들 문제를 석고대죄하고 수사에 전향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도 오히려 특검을 수용해 한나라당이 검찰 수사에 응하게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이상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의 특검은 자신들의 추악한 불법행위에는 눈을 감고 검찰의 대선자금 의혹수사에 물타기하려는 추악한 폭거에 다름아니다"며 한나라당에 중점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盧, 거부권 행사에 부담**
이날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은 늦어도 13일까지는 정부로 이송되며, 노 대통령은 보름 이내에 특검법의 공포 혹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표결 후 기자들과 만나 "표결 결과에 굉장히 불만스럽다"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해 왔던 열린우리당은 압도적 표차가 확인된 후 "거부권 문제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런 가운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만약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재의하면 법안은 그대로 발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특검은 특검대로 진행되면서 내년도 예산 등 주요현안이 산적해 있는 정기국회에서 정부가 각종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노대통령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정반대로 노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 사실이 부각되면서, 내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대 한나라-민주 대립전선의 구축이 가능하고 이는 우리당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같이 엇갈린 전망속에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당 원내총무를 청와대로 초청, 회동할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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