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3일 열린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내년 총선에서 “전국구 국회의원을 전원 신인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최병렬 5대 정치개혁 원칙 발표**
최 대표는 “국민들 앞에 당이 지금 상황에 진지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는 모습을 강조해서 보여주기 위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데 있어서 공천헌금, 당비 등을 받는 일체의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전국구 의원 전원 다 교체하고 신인으로 세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 대표는 ▲기업으로부터 어떤 정치자금도 받지 않을 것 ▲정치자금의 수입, 지출을 수표, 신용카드 등을 통해 투명하게 처리 ▲고비용 선거구조 혁파 ▲고비용 지구당 제도 폐지, 저비용 지역사무소로 교체 등을 5대 정치개혁 원칙으로 발표했다.
이같은 최 대표 발언은 지난주말 한나라당 소장파 4명이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한 데 뒤이어 나온 것으로, SK비자금으로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의 최 대표가 정치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당면한 위기를 벗어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전국구 물갈이’ 발언에 중진들 거센 반발**
그러나 최 대표의 ‘전국구 물갈이’ 발언은 소장파들의 인적쇄신 주장과 맞물려 중진 의원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전국구인 조웅규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전국구 제도는 전문성, 당과 국가에 대한 기여도, 정치적 경륜 등을 보고 판단해야지 검증 안 된 신인들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 대표가 그렇게 생각없는 내용을 번뜩번뜩 말한다는 것은 당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고 힐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국구 의원도 “어떤 예비지식도 없이 참석했는데, 어리둥절한 입장”이라며 “신인으로 바꾸든지 말든지 일체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
한나라당의 전국구 의원은 홍사덕 이연숙 강창성 신영균 서정화 이상희 박세환 조웅규 윤여준 이한구 김정숙 김락기 박창달 김홍신 이원창 임진출 이원형 손희정 김영선 유한열 장광근 등 21명이다.
***임태희 "15명 정도 하겠다는 말"**
논란이 일자 임태희 대표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한 20명 있으면 15명 정도로 하겠다는 말 아니겠느냐”며 최 대표의 발언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 최대표 주장대로 할 경우 홍사덕 원내총무를 비롯해 이한구, 윤여준, 강창성 등 중진급 의원들도 전원 물갈이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임실장은 또 '신인'의 개념과 관련해서도“지역구만 하던 사람이 전국구에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정치 신인’이 아니라 ‘전국구 신인’이라는 의미로 뒤바꿨다. 이는 앞으로 지역구 공천때 네거티브한 이미지의 거물급 의원들을 지역구에서 전국구로 후선배치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민주-우리당, “실현성 의문”**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밝힌 정치개혁안의 실현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김성순 대변인은 “그동안 개혁을 두려워하던 한나라당이 개혁을 한다고 하니 일단 지켜볼 일이지만 실천이 될지 의심스럽다”며 “SK비자금 사건 등으로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이 극약처방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돈정치와 구태정치의 대명사인 한나라당 체질로 볼 때 제대로 감당해 낼 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이평수 공보실장은 “한나라당은 행동 대신에 회견만 하면 거듭 태어나고 정치부패가 청산되는가를 묻고싶다”며 “지금 가장 큰 정치개혁은 대선자금 전면수사를 통한 정치부패의 일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철저한 자기고백과 검찰 수사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없이 특검법안으로 회피하려는 상황에서 과연 한나라당의 말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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