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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핵 빌미로 군사대국 기도말라”

김근태 의원, 고이즈미 日총리에 항의서한

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25일 일본 문부성의 총련계 조선학교 졸업생들에 대한 차별정책 등 최근 일본사회의 반북 정서와 관련, “북핵 위기를 빌미로 식민지배와 과거청산 책임에서 벗어나 군사대국화로 나아가려는 일종의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하고, 이에 대한 항의서한을 지난 22일 고이즈미 총리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6자회담을 앞두고 일본이 부시 행정부에게 “군사적 옵션 유지”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북핵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북핵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학교 졸업생 차별정책은 인종주의적 발로”**

항의서한에서 김 의원은 “최근 일본정부가 국제사회의 여론을 받아들여 본국 승인을 받은 모든 외국인학교 졸업생들에게 대입 수험자격을 인정하기로 했음에도 북일간에 수교관계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상황논리를 들어 외국인학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조선학교를 '본국 승인' 학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차별 해소와 인권침해 방지라는 근본 취지를 소홀히 한 일방적인 형식논리”라고 비판했다.

일본 교육법상 등록된 1백20여개의 외국인학교 가운데 90개 학교에 이르는 조선학교 졸업생들의 대입 수험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문부성의 조치는 근본적인 차별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

김 의원은 “조선학교 졸업생들을 명백히 차별하고 있는 문부성의 조치가 일본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반북정서와 시대착오적인 인종주의의 발로라면 우리는 같은 민족으로서도 그렇고, 민주인권의 관점에서 용인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북일 정상회담 이후 '납치문제'를 빌미로 총련계 학생들에 대한 보복폭력이 횡행하고 있는 일본사회의 분위기를 지적하며, “지난 파시즘 시대에 독일을 지배했던 ‘반(反) 유대주의’망령마저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일본정부가 최근 6자회담을 앞두고 부시 행정부에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의 유지를 요구했다는 최근 보도의 진위를 물으면서, “북핵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북한 핵문제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삼으려 한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태도로서 비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선학교 졸업생들에 대한 차별정책 등 최근 일본사회의 '반북' 정서의 본질을 "북핵 위기를 빌미로 식민지배와 과거청산의 책임에서 벗어나 군사대국화로 나아가려는 일종의 마녀 사냥"으로 규정하고,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철회를 고이즈미 총리에게 요구했다.

김 의원측은 지난 22일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주한일본 대사관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의원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보낸 항의서한 전문.

***친애하는 고이즈미 총리께**

그동안 외국인학교 졸업생들에게 대입 응시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별도의 검정고시를 치르게 해왔던 일본 정부가 지난 3월 영어권 외국인학교에 대해서만 대입 응시자격을 인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많은 아시아인들의 실망과 분노를 가져왔습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학교 졸업생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차별적 입시정책에 반대해온 이유는 그것이 일종의 인종차별이며 심각한 인권침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1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일본 정부의 재일 조선인에 대한 불평등 정책에 대해 시정을 권고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어떤가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귀 정부가 최근 국제사회의 여론을 받아들여 본국의 승인을 받은 모든 외국인 학교 졸업생들에게 대입 수험자격을 인정하기로 한 것은 일견 당연하고 반가운 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조선인총연합회 계열의 조선학교 졸업생들은 새 방안에 따른 정당한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고 여전히 대학별 심사를 거쳐야만 대입 응시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귀 정부의 조치는 근본적인 차별이라는 한계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교육법상 등록된 120여개의 외국인학교 가운데 조선학교의 숫자는 90개에 이릅니다. 전체의 70%가 넘는 조선학교 졸업생들을 제외시킨 문부성의 새 조치는 시작부터 그 의미가 퇴색된 것입니다.

북일간에 수교관계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상황논리를 들어 외국인학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조선학교를 '본국 승인' 학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차별 해소와 인권침해 방지라는 근본 취지를 소홀히 한 일방적인 형식논리에 불과합니다.

고이즈미 총리님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어지자 일본 문부성은 조선학교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학교 졸업생들에게 대입 자격을 주는 방향으로 입시정책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최종단계에서 총련계 조선학교만을 배제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귀 정부의 결정에 대해 한국민은 물론 양식있는 많은 세계인들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사회에서는 '납치문제'를 빌미로 해서 총련계 학생들에 대한 폭력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인 납치문제는 북한의 어두운 과거를 상징하는 사건입니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비판되고 규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린 학생들에 대한 폭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더구나, 아시아와 세계를 파괴의 전장으로 몰아넣었던 제국주의 일본의 과거는 그에 비할 수 없는 잔인한 비극이 아니었습니까.

역사가 남긴 비극적 사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어린 학생들을 멸시와 보복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오늘 일본사회의 분위기는 정말로 걱정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것은 지난 파시즘의 시대에 독일을 지배했던 '反유대주의'의 망령마저 떠올리게 합니다.

6자회담을 앞두고 부시 행정부는 북한체제에 대한 문서보장과 의회차원의 결의안 채택 등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정말로 노력하고 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귀 정부는 부시 행정부에게 북한에 대한 군사력 행사 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또한, 북핵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북한 핵문제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태도로서 비판받을 것입니다.

불과 11개월 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받아들여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평양선언'을 통해 과거사 해결과 국교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던 일본이었습니다. 총리께서 그 결단을 내리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이제 귀 정부는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열어나가기 위해 자신의 치부를 스스로 '고백'한 북한을 '마녀'로 삼아 일본 재무장화의 길을 걷고자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에 답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납치문제를 빌미로 식민지배의 죄의식을 털어 버리고, 혹시 과거청산의 무거운 책임의식에서 벗어나려는 것입니까.

고이즈미 총리님

조선학교 졸업생들을 명백히 차별하고 있는 문부성의 이번 조치가 만약 일본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반북 정서와 시대착오적인 인종주의의 발로라면 우리는 이를 결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같은 민족으로서도 그렇고, 민주·인권의 관점에서도 용인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북한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북일간의 '납치문제'를 계기로 해서 식민지배의 크나큰 죄과를 덮어버리려는 비겁함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닙니까.
혹시 북한 핵문제를 빌미로 일본이 군사대국을 향해 나아가려는 어떤 기획된 의도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일본이 진정으로 동북아의 평화와 인류보편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한다면 귀 정부는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철회하고, 90개 조선학교 졸업생들에게 모든 외국인학교 수료자들과 동일한 응시자격을 부여해야만 합니다. 그것을 지금 즉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총리의 결단을 기대하고 또 촉구합니다.

2003년 8월 22일

대한민국 국회의원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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