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나라당발(發) 정치권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숫자는 5명에 불과하지만 한나라당 탈당파가 지지부진하기만한 여야 정치권 신당 논의에 가하는 충격은 크다. 프레시안은 지난 5일 한나라당 탈당파의 좌장격인 이부영 의원을 만나 정치적 모험을 감행하게 된 경위와 향후 전망 등을 들어봤다.
***“한나라당은 결국 제왕적 대표를 만들었다”**
그는 한나라당을 탈당할 수밖에 없는 절박성을 “마치 돌밭에 볍씨를 부린다는 심경이었다”고 표현했다.
직접적으로는 이번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통해 최병렬 체제가 구축된 게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박탈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나라당은 결국 제왕적 대표를 만들었다”며 “이것은 함께 경쟁했던 강자들을 지도체제에서 배재하는 것으로 야당에게는 가장 위험한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민정계 보수중진, 영남권 사람들은 본류의식이 있다. 최대표 자신도 민정계 보수영남이라는 본류에 포함된다”며 “지금은 심각하지 않지만 머지 않아 현안으로 문제가 발생할 하면 한나라당 안에서 개혁의 씨앗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큰 갈등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신당 논의에는 냉소적 반응이었다. 그는 “통합신당으로 가면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 된다”며 “그런 일을 위해서 이때까지 신당 한다고 법석을 부릴 일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그는 구주류의 인적청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와 함께 신주류의 탈당을 촉구하는 말을 강조했다. 그는 “구주류가 어떻게 스스로 물러나겠나. 지금의 민주당 상황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며 “이제 그 사람들(신주류)도 결단을 할 시간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해봐도 안 될 일을 하고 있다”**
시급한 목표인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관련, 그는 “9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총무에게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 등을 주무르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며 “8월 20일 경에는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정당의 총무가 여야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합류설에 대해선 구체적 답변은 꺼렸으나 “절절하게 통감하는 의원들 사이에서 반응이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 내에서 신당추진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더 이상 못견디고 탈당해서라도 교섭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공감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과의 교감설에는 부정적 전망이 앞섰다. 그는 “김근태 의원은 통합신당 쪽으로 기울어 진 것 같다. 결국 해봐도 안될 일을 지금 하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며 “민주당 구주류에게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하는데 구주류는 호남의 자민련이 될지언정 기득권 포기는 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 정치권 연합신당 논의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다고 더 잘되라는 보장은 없다. 어용 시비만 받을 뿐”이라며 “노 대통령은 여기 끼지 않는 게 바람직스럽다”고 말했다.
다음은 국회의원회관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이부영 의원 인터뷰 전문.
***“제왕적 대표체제는 분열의 예고편”**
프레시안 : 그동안 한나라당 내에서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새 지도부가 구성된 시기에 이렇게 탈당할 수밖에 없는 절박성이 있다면.
이부영 : 한나라당이 보수적인 당이라는 것을 그동안 많이 느껴왔고 고쳐보려고 애를 많이 썼다. 지난 97년 대통령선거 때는 보수냐 개혁이냐가 크게 부각이 안됐다. 오히려 DJP 연합이 굉장히 보수적인 성격을 강조했고 정치적 원죄나 부정부패 혐의가 짙었다. DJP 연합은 또 지역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에 비해서 이회창-조순 연합은 지역주의 색채가 거의 없었고, 정치적 원죄나 부정부패 혐의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당시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통합해 한나라당이 만들어질 때 합류한 것이다.
김대중정권 집권 초기에도 IMF 국면을 맞았고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때라서 보수개혁논쟁이 붙을 수 없었다. 소수파였던 국민회의가 집권을 했기 때문에 우리들은 IMF 극복을 위해서 거국정부를 여권에 제안했었다. 그래야 국회차원에서 IMF 극복을 위한 여야 협력을 이루어 낼 수 있으리라고 봤다. 그러나 그것을 거부했다. 도리어 세무사찰, 도청 등 탄압을 가하면서 의원들을 빼가기 시작하더라. 나는 그것이 민주주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봤다. 그것을 보면 DJ가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 후 나는 선거법 협상에 임했고 한나라당에 상당히 유리하도록 마무리지었고 결과적으로 과반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한나라당이 과반수에 육박하는 거대야당으로 등장하자마자 그 뒤에 피해있던 민정계 영남 다선 중진의원들이 전면으로 나서서 본래 자기들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주 극우적이고 수구적인 본색을 드러내면서 이회창 총재가 그들에게 얹혀가는 꼴이 돼버렸다. 그때 이렇게 가면 이 다음에 대통령선거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는 정보화 민주화 세계화로 특정지워지는데 이렇게 냉전수구적인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발맞추어 나가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야의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로 화해와 전진포럼을 만들어 중재를 해보려 했는데 잘 안됐다. 그래서 두 번째 시도로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서 한나라당에도 이렇게 개혁적인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가보안법 개정이나 대체입법 도입 등 여러 가지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주장을 한나라당에서 내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2%밖에 지지를 못받았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마치 돌밭에 볍씨를 뿌린다는 심경이었다. 과연 여기가 내가 뿌리를 내리고 살만한 곳인가 하는 생각이다. 영남 편향에 수구, 극우적인 한나라당 상황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가 나와 견해를 나눌때 개혁적인 전망을 토로하고 해서 대통령 선거에서 도왔다. 하지만 다시 대통령 선거에 졌다. 그 과정도 인터넷 시대를 무시한다던가, 지나치게 일하는 사람들의 견해를 받아들이는데 인색했다. 특히 젊은이들에 대한 감흥이 없었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 예컨대 내가 인터넷 신문하고 인터뷰를 하라고 그렇게 권했는데 안하더라. 인쇄신문이 지지하는데 왜 거기하고 인터뷰를 하느냐는 말을 미디어대책위원장이라는 사람이 할 정도였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아 이 선거는 패배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두 번이나 선거에 패배를 하고 당의 오너가 없으니까 이제 당을 바꿔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국민속으로’를 결성했다. 상향식으로 당 지도체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도 결과적으로 거부했고 한나라당은 결국 제왕적 대표를 만들었다. 이것은 분열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함께 경쟁했던 강자들을 지도체제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이것이 야당에게는 가장 위험한 구조다. 다른 사람을 배제하면서 만들어진 제왕적 체제는 경쟁자들이 지도부에 참여할 수 없고 외곽에 존재하게 돼 원심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것은 야당에겐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우리가 제안한 상향식 지도체제 구성이 거부된 이유는 간단하다. 지구당위원장들이 대표경선에 나오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매달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지구당위위원장 줄세우기, 금품선거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논란이 얼마나 심했나.
프레시안 : 한나라당이 제왕적 대표체제로 회귀했고 그것이 탈당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말로 봐도 되겠나.
이부영 : 정당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구당이다. 정당민주화, 정당 개혁의 핵심은 지구당이다. 우리가 지구당위원장제 폐지하고 후보로 나오지 않을 사람들로 지구당 운영위원장을 만들어서 신진세력이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어서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하지 않고는 한나라당에 수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거부됐다. 이것이 우리가 시도한 마지막 개혁시도였다. 그 뒤엔 침묵했다. 전당대회 전과정에서 국민속으로 사람들은 일체 발언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마음을 둘 길이 없었다. 더구나 17대 총선이 영호남 정당 구도로 치러져서 국가적인 난제라고 할만한 북핵위기로 인한 전쟁위협, 경제위기 등에서 정치권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을 보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전쟁이 난다고 하는데 의원들 개별적으로 만난 것 외에 정당 지도부가 그에 대해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눈 적 있었나. 노동대란이 일어나도 해당 상임위 사람들마저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일이 터지면 장관 불러다 야단치는 것뿐이었다. 이런 식이었다.
예를들어 추경예산을 보라.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 돈이 풀려나가야 경기가 살아나갈 것 아닌가. 그러면 6월 임시국회에서 그것을 심의해줘야 예산을 빨리 편성하고 마른논에 물기다리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돈을 풀 것 아닌가. 6월 한달 동안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예결위원장 누가 갖는가 하는 문제로 싸웠다. 이래가지고는 지금의 국난을 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근본은 지역당 구도이기 때문이다. 이쪽 지역 사람들은 저쪽 당을 때리면 좋아한다. 그러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쉽게 당선되도록 양쪽지역 정서를 만들어놨다. 그러니 17대 총선에서도 그런 구도가 짜여진다. 지금하고 뭐가 달라지겠나. 뻔히 예견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새로 생기는 세력이 양당보다 세력이 클지 작을지는 모르겠지만, 영호남에서 국회의원이 뽑힐 수 있다면 한국 정치에서 상생의 정치, 타협의 정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8월 20일까지는 원내교섭단체 구성해야”**
프레시안 : 어려운 시기와 상황에서 결심을 내렸는데, 기자회견에서 밝히겠지만 탈당의 변을 하자면.
이부영 : 우리가 왜 이 시기에 한나라당에서 나왔겠는가. 그대로 한나라당에 있으면 그 자체의 보수적 체질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혁적인 이미지가 상승해서 쉽게 당선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 우리가 왜 그것을 버리고 나왔겠나.
과거 제정구 의원이 말했다. 지역주의에 얹혀서 재선 삼선을 하느니 장렬히 산화하겠다고 했다. 이 시기에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국민통합 정당을 만들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마치 구한말처럼 된다고 생각한다. 위기가 밀어닥쳐 오는데 정치권은 자기들 당선되기 쉬운 지역주의에 매몰돼 있는 것이다. 무한정쟁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통합을 위한 새정치주체가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대단한 위기에 빠져들어갈 것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내년에도 지금같은 의석구도가 계속될 경우 1년만에 그대로 레임덕에 빠진다. 노 대통령이 레임덕 들어가는 게 문제가 아니다. 나라가 어떻게 되느냐가 문제다.
그래서 이번에는 국민들에게, 특히 영호남 주민들에게 우리가 가고자하는 길을 알리고 호소하면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탈당 후 추진할 신당이 지향하는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부영 : 한반도 평화정착이 가장 큰 부분이다. 지역구도 극복을 통한 국민통합이 두 번째고 세 번째가 정치개혁과 부패추방이다. 이 목표를 가진 새 정치세력이 생겨날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
15대때는 시도했지만 사실 다 실패하지 않았나. 서울에서는 나 하나 됐고, 경기도에선 돌아간 제정구 의원뿐이었다. 노무현 김원기 유인태 이철 박계동 원혜영 다 떨어졌다. 지역주의에 희생된 것이다. 그때는 3김이 펄펄 살아있던 때라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도 지역구도를 깨뜨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지금이 여건이 훨씬 좋지 않나.
프레시안 :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가장 절박한 문제가 될텐데.
이부영 : 그렇다. 현실적인 전망부터 하면, 9월부터 열리는 정기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둔 각 정파가 마지막으로 국회에서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는 대결의 장이다. 여기서는 대표연설이 있고 대정부질문, 상임위를 통한 국정감사가 또 있다.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이다. 선거구획정 및 의원수 조정도 정기국회에서 다 정해진다. 지금 여야 총무에게 이 모든 것을 주무르도록 내버려 둬서 되겠나. 그래서 내년에 지역정당 구도를 극복할만한 구조가 만들어지겠나. 지역주의 당사자인 한나라당의 홍사덕 총무, 민주당 구파인 정균환 총무가 절충을 하는데 말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전국정당의 총무가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그 입장에서 대표연설도 하고 대정부질문도 하고 상임위 활동이나 국정감사도 하고 정치관계법 개정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8월 20일 경에는 반드시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총무를 파견해야 한다. 이것은 필수적인 것이다.
민주당에서 신당을 만든다면서 9월까지 간다는 것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전국정당 구상이 있는가를 의심케 하는 것이다. 교섭단체를 만들고 그 입장을 총무협상을 통해 반영시킬 수 있느냐 아니냐는 새 정치세력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어떻게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채울 생각인가. 민주당 의원들의 합류가 있어야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 아닌가.
이부영 : 탈당선언과 동시에 우리는 민주당 신당추진세력과 공개토론회를 갖자고 요구할 것이다. 그것이 안되면 신당추진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요구할 것이다.
프레시안 : 현재 민주당의 반응이 있나.
이부영 : 절절하게 통감하는 의원들 사이에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상대적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이부영 : 아마 한나라당은 교섭단체가 만들어지고 위력있게 굴러가는 모습이 보이면 올 것이다.
프레시안 : 현재 접촉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있나.
이부영 : 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느정도인지 말 할 수 있나.
이부영 : 민주당 내에서 신당추진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더 이상 못견디겠다. 탈당해서라도 교섭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공감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다.
***“최병렬 대표 자신이 민정계 보수영남의 본류”**
프레시안 : 최병렬 체제가 제왕적 대표체제라고 규정했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향후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물갈이를 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는데.
이부영 : 지켜봐야한다. 최병렬 대표체제 하에서 한나라당도 초기에 말하는대로 무엇인가 성취되기를 바란다. 한나라당이 계속 냉전 수구적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 국민 전체를 봐서도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최 대표의 지금 자세가 계속 견지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민정계 보수 중진, 영남권 사람들의 본류의식이 있다. 최 대표 자신도 민정계 보수 영남이라는 본류에 포함된다. 지금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머지 않아 현안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드러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때 한나라다 안에 개혁의 씨앗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큰 갈등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 상황은 어떻게 보나. 신주류 쪽에서도 통합신당 쪽으로 후퇴했는데.
이부영 : 통합신당으로 갈지는 가늠을 못하겠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 된다. 내년 총선구도도 영남당인 한나라당과 호남당인 민주당 구파가 싸우게 된다 하더라도 국민통합을 위한 전국정당의 명분은 선다고 본다. 도로 민주당이 되면 영호남 구도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위해서 이때까지 신당한다고 법석을 부릴 일은 아니었다.
DJ 정권의 부정부패, 경제정책의 실패 등에 대해서 DJ 정권 사람들은 일언반구 말도 안하고 있다. 지금 노무현 정권은 그걸 물려받아서 허덕이고 있다. 이런 문제는 따지고 정리를 해야한다. 물론 남북관계에서의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정책은 남북관계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 김대중 정권의 구세력들 때문에 호남표가 좌지우지된다고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만약 구주류의 인적청산이 되면 곧바로 같이 하겠나.
이부영 : 그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물러나겠나. 이미 지금의 민주당 상황은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 없다. 이제 그 사람들도 결단을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이렇게 시간 끌고 국민들에게 실망안겨줘선 안된다.
프레시안 : 정치권 밖의 신당논의도 활발하다. 특히 재야 인사들의 지원이 각별해 보이는데.
이부영 : 정치개혁을 위한 신당연대라는게 뜬다. 거기에는 모든 세력들이 모여들게 된다. 그런 분들과 산업화시대 합리적인 세력이 모일 것이다. 산업화시대 합리적 세력이라는 것은 소위 전문가들이다. 경제관료나 전세계 기업네트워크에 정통한 사람들이 들어와야한다. 전세계 문제를 해석하고 어려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금융정책을 실제로 움직여본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하다. 외교관계도 실전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범개혁신당이 출현하건, 독자세력으로 남건 지도체제에 대한 구상을 밝혀달라.
이부영 : 그런 것은 아직 없다. 앞으로 가면서 얘기를 해야 할 일이다. 지금부터 지도체제에 대한 얘기에 사람들 신경쓰게 만들면 되겠나.
프레시안 : 민주당 김근태 의원과 접촉이 잦았다. 향후 행보와 관련한 교감이 있나.
이부영 : 얘기를 많이 했다. 김근태 의원도 충분히 이해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김근태 의원은 통합신당 쪽으로 기울어 진 것 같다. 내 생각에는 결국 해봐도 안 될 일을 지금 하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민주당의 구주류에게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호남의 자민련이 될지언정 기득권 포기는 안한다. 실현 불가능하다.
프레시안 : 개혁당쪽은 어떤가.
이부영 : 개혁당 사람들은 언제든지 우리와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민주당 사람들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할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탈당을 해주느냐가 핵심 과제다.
프레시안 : 항간에 신주류 강경파와는 정서적인 괴리가 있어서 함께 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부영 : 그렇지 않다. 그래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대의적인 공감이 있으면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
***“노무현, 신당 논의에 개입 말라”**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는 상대적으로 개혁성을 강조한다. 노 정부를 개혁정부라고 생각하는지는 향후 대여관계에서 중요한 인식의 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부영 : 개혁세력인지는 우리가 가늠할 수 없지만 개혁의지가 굉장히 강한 분이라고 알고 있다. 다만 새로운 지역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새정치주체들이 정당으로 나타나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거기에 함께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결론은 노 대통령이 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 어려운 국정현안만 가지고 씨름하기에도 벅차다.
또한 과거 정부에서 보여준 집권자가 자기 집권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급조하는 정당은 대통령 임기와 더불어 사라진다. 이런 정당은 더 이상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집권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 시대의 필요에 의해서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 그런 정당이 돼야 한다. 옛날에는 집권자가 돈을 들이거나 정보기관이나 관권을 동원해서 당을 만들지 않았나.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내년에 내가 지역구도에 의해서 다시 희생될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게 내 갈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면 된다. 노 대통령이 여기에 힘을 실어준다고 더 잘되라는 보장은 없다. 어용 시비만 받을 뿐이다. 노 대통령은 여기 끼지 않는게 바람직스럽다.
다만 이 정당은 노 대통령을 비판하고 견제는 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할 것이다. 요즘 노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느냐 못 채우느냐 하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우리 헌정이 중단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탄핵을 받을만한 중요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불의한 방법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려서는 안된다. 새로 생기는 정당은 헌정을 중단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방파제 노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권자의 기반을 마련하는 정당 노릇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야당 떠나서 여당 가려고 한 선택이 아니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가 그간 보여준 모습은 어떻게 평가하나. 일부 정책에서 우경화됐다고 하는 평가도 있는데.
이부영 : 사실 후보자시절이나 당선자시절 노 대통령의 몇가지 말에 걱정이 들었다. 미군 철수하면 어떠냐는 얘기나 미국에 사진이나 찍으러 안간다 하는 말은 듣기에 따라선 젊은 사람들에게는 화끈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대통령 될 사람이 할 말은 아니었다고 본다. 우리가 강대국이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것은 다 아는데, 굳이 우리 운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미국의 심사를 일부러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얘기를 해놨으니 대통령 당선 된 후 입장이 바뀌어버렸다. 물론 현실적인 외교노선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이런 입장에 설 것이라는 것 왜 그때라고 예견할 수 없었겠나. 그렇다면 그때도 대중들이 요구한다고 함부로 얘기를 해선 안되는 것이었다.
프레시안 : 집권 후 현실적인 스탠스를 갖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부영 : 현실적인 자세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큰 실책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미국 가서 ‘추가적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추가적 조치’를 다 수용한 것으로 보고 대북압박을 가하고 있지 않나. 그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목조르는 것에 다름아니다. 우리가 TCOG에서 타협안을 내놓아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압박만 하는 것은 그래서다. 추가적조치를 한국정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지할 수 없다. ‘추가적 조치’라는 표현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다 알고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인 이상 미국이 타협보다는 목조르기로 가더라도 한국 정부가 할 말이 없게 된 것은 사실이다. 선박의 나포라든지 경제봉쇄 같은 강경한 조치로 갈 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그리 가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나. 그러면 필연적으로 북한의 반발과 자칫 무력충돌로 갈 수가 있다.
미국 가기 전에 그 점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비록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단 하나, 한반도에 전쟁은 안된다는 걸 분명히 했어야 했다. 전쟁으로 사태가 이르면 동맹관계를 재고하겠다고 해서라도 그 문제만은 끝까지 원칙을 세웠어야 했다. 그런 원칙 없이 추가적 조치를 덜컥 합의하고 왔기 때문에 그 결과가 이렇게 가는 것이다.
***“영호남, 계층간 다리 노릇을 하겠다”**
프레시안 : 만약 교섭단체 구성 실패하면 그 다음을 위한 복안이 있나.
이부영 : 우리는 실패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도 조금 더 지켜보라. 민주당 신당파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비해서 ‘새정치 세력’만이 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이부영 : 지구당위원장을 폐지할 것이다. 신인들도 자유롭게 들어와서 경선을 하게 할 것이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 도입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낙선운동이 아니면 시민단체들도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정치주체들은 대대적인 평화운동을 할 것이다. 미국 의회나 일본 의회, 유럽 의회에 우리의 뜻을 모은 결의안을 낼 것이다. 그런 것을 하기 위한 정치주체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다. 지금같은 여야 정당구도로는 그런 전망이 나올 수 없다.
프레시안 : 탈당 의원들의 리더격인데, 대표를 맡게 되는 것인가.
이부영 : 나는 새로운 정치주체를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다 할 뿐이다. 심부름 잘 할 것이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부영 : 북한이 지난날 혈맹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달라졌다. 반대로 미국은 조른다. 북한은 따라서 자기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극약처방을 한다. 핵개발 계획이다. 그것이 오히려 독 묻은 부메랑이 돼서 북한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것을 북한이 맞는 순간 다시 한번 반격을 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의 위험이다.
남쪽도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가 달라졌다.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수교를 했다. 남한은 자율공간이 넓어졌다. 북한의 어려움을 가장 가슴아파하고 도울 곳은 남쪽의 형제밖에 없다. 남북이 냉전대결시대가 아니라 화해협력으로 묶일 수밖에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전쟁을 통해 하나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평화롭게 지냄으로써 주변국들도 평화를 누리는 우리의 생존양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남쪽의 부국강성론과 북쪽의 강성대국론의 허구성이 이젠 극복돼야 한다. 그것들은 모두 서로 쳐 없애겠다는 분단대결론의 변형이다. 평화국가론은 그래서 중요하다. 남북양쪽의 국가론으로 그 부분이 정착이 돼야 한다. 그런 존재양식이 정립되려면 영호남, 계층간의 다리 노릇이 필요하다. 대결이 아닌 타협과 절충을 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생겨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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