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용 목사, 김지하 시인, 박형규 목사, 함세웅 신부 등 재야 원로 10여명이 한반도 전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 재야 원로 중 일부는 한나라당 탈당파을 비롯한 민주당 중도파 등과 신당 창당 논의를 함께 해온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정가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전쟁 막기 위한 새 정치세력 결집 촉구**
원로들은 3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 평화와 지역주의 극복, 민주개혁을 위한 새정치주체 결집"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민족의 생존과 국가운명이 걸린 이 시기에 평화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고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을 이뤄낼 정치세력의 등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여야 정치권은 지역주의 구도에 편승,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만일 17대 총선도 영호남 지역갈등구도 속에서 치러져 국민들의 외면속에 투표율이 저하되고 분열이 심화되어 지금처럼 영남당-호남당으로 나라와 국민이 갈라진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할 방도를 찾을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원로들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각종 현안에 대해 무원칙, 미숙한 대응으로 혼란을 부채질하고, 소수정권이라는 처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준비 안된 모습만 드러낸 노무현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덧붙였다.
원로들은 이어 "새로운 정치세력은 2004년 4월 총선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낼 전국정당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며 노무현 정부에 대한 견제와 협력을 바탕으로 "현정부가 차질없이 임기를 마쳐 헌정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새로운 정치세력의 주체로 "민주화운동의 주역들과 산업화 시대의 양심적 주역들의 뜻을 합쳐 국민들에게 희망의 시대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강원용 목사, 김병상 신부, 김지하 시인, 박형규 목사, 송기숙 소설가, 송월주 전 조계종총무원장, 이광규 교수, 이돈명 변호사, 청화 스님, 함세웅 신부 등이 함께 했다.
***정파를 초월한 광범위한 '반전 연대전선' 구축**
이들 재야 원로들은 이날 성명에서 "현재 우리 국민 앞에 놓여 있는 으뜸의 과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로 규정함으로써 정파의 차별성을 초월한 광범위한 '반전(反戰) 연대전선'의 필요성을 제기해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반전 연대는 현재 여러 갈래로 나뉘어 진행중인 신당 창당 논의를 한 군데로 모으는 '공동분모'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성명을 발표한 원로 가운데 박형규 목사, 함세웅 신부 등이 그동안 이부영 의원 등 한나라당 탈당파들과 함께 새 정치세력의 구축 필요성을 논의해왔고, 민주당의 김근태, 이창복 의원 등 재야출신파들과도 두터운 신뢰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전 연대전선의 제시. 향후 정국을 읽는 데 있어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다음은 원로들이 발표한 시국선언 전문.
***새 정치주체 결집을 촉구하는 원로 시국 선언**
지금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희망의 실마리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어도 여야 정당 어디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내겠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파업이 줄을 잇고,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위험천만한 경제위기 앞에서도 해법을 제시하는 정치집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NEIS 문제로 교단이 갈라지고, 교육대란으로 치닫고 있어도 정치권은 이러한 갈등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경기를 조금이라도 되살리기 위해 시급하게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심의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임시국회 일정이 끝나고 말았다. 정치부패를 은폐하기 위해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기관들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부정을 저지른 자기 당 소속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와 비탄의 상황 한 가운에서도 여야 정치권은 지역주의 구도에 편승하여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다. 오직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쫓기에 급급하여 전쟁 위기가 닥쳐도, 민생이 파탄 위기에 처해도, 지역갈등이 더욱 심화되어도 관심이 없다.
만일 17대 총선도 영호남 지역갈등구도 속에서 치러져 국민들의 외면속에 투표율이 저하되고, 분열이 심화되어 지금처럼 영남당-호남당으로 나라와 국민이 갈라진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할 방도를 찾을 수 있겠는가? 과연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개혁하는 상생의 정치가 발붙일 수 있겠는가?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노무현 정부의 책임도 크다. 각종 현안에 대해 무원칙하고 미숙한 대응이 혼란을 더욱 부채질했으며, 소수정권이라는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준비 안된 모습만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는 우리들은 일제의 핍박, 동족상잔의 비극, 근대화와 민주화의 긴 세월을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지금의 시기가 이전의 어느 시대 못지 않은 위기 상황임을 직시한다. 이에 진실로 우리 민족과 나라의 운명을 염려하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감동과 희망의 씨앗을 심고, 국민들의 힘과 지혜를 한 데 모으고자 하는 뜻에서 몇 가지 충언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현재 우리 국민 앞에 놓여 있는 으뜸의 과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우리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게 대북선제공격노선을 중단할 것과, 북한도 핵을 포기하고 주민의 인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 민족의 생존과 국가운명이 걸린 이 시기에 평화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고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을 이뤄낼 정치세력의 등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새로운 정치세력은 2004년 4월 총선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낼 전국정당을 반듯이 구축해야 한다. 그리하여 여야와 지역을 막론하고, 지역갈등과 상대에 대한 대안없는 비판에서 벗어나 생산적 정책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선도해야 한다.
셋째, 이 정치세력은 대통령의 임기나 선거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정당이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굳건히 열어가는 정당"이어야 한다. 이 정당은 현 노무현 정부의 미숙함을 바로잡고 실정을 견제하되, 협력할 것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또한 현정부가 차질없이 임기를 마쳐 헌정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넷째, 이 정치세력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국민통합, 정치개혁이라는 힘겨운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민주화운동의 주역들과 산업화시대의 양심적 주역들의 뜻을 합쳐 국민들에게 희망의 시대를 열어주어야 한다.
우리들의 이 간절한 호소에 응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 마지 않는다.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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