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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만금 관광' 특종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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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KBS '새만금 관광' 특종의 이면

당초는 '홍보성 기사', 뒤늦게 '고발성 기사'로

지난달 24일 KBS TV는 가족들까지 동반, 현장시찰을 빙자한 '새만금 관광'에 나선 청와대 정책실 관계자들의 행태를 단독 보도해 청와대를 뒤흔들었다. 당시 국정원 간부 사진유출 사건과 맞물려 이 보도는 청와대의 기강해이에 대한 경종을 울렸으며, 결국 박태주 청와대 노동개혁 TF팀장 등 1~2급인사 3명에 대한 전격적인 경질로 이어졌다.

***최초에는 새만금 사업 홍보성 기사**

이 뉴스를 접한 시청자들은 '어떻게 가족과 관광 간 사진이 TV카메라에 잡혔지'라는 궁금증을 가졌었다. '관광을 갔다가 재수 없게 카메라에 걸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많았다. 그러나 프레시안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진상은 결코 그런 게 아니었다.

지난달 24일 KBS TV가 저녁 9시 뉴스로 가족들과 함께 새만금 관광을 하던 문제의 화면을 내보내기에 앞서, 전주 KBS TV는 새만금 관광이 있던 지난달 6일 문제의 이 화면을 '최초로' 내보냈었다.

지난달 6일 전주 KBS의 최초 보도는 자못 '홍보성'이 강했다. 현장시찰을 통해 청와대 비서관과 가족들의 새만금 사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내용이 당시 보도의 골자였다.

"새만금 사업 '생각보다 굉장해요'"라는 모 비서관 부인의 발언을 담은 크로마키와 함께, 지난달 6일 전주KBS 9시뉴스는 새만금 관광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앵커 : 13년째 지속되고 있는 새만금 사업을 놓고 아직도 반대 주장이 가라앉지 않자 청와대 비서관들이 가족들과 함께 대거 현장 방문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헬기를 타고 직접 방조제 현장을 둘러본 결과 새만금 사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 (새만금 제2공구 화면) 쭉 뻗은 방조제 도로를 따라 차량들이 끊임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는 배수갑문이 웅대한 모습을 드러냈고 주변에서는 돌쌓기 작업이 한창입니다. 신시도 섬은 배수갑문 설치를 위해서 물막이 공사를 마치고 기초 콘크리트 설치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명채(청와대 농어촌대책팀장) : 도움이 됐습니다. 이제 뭐,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서 어떻게 이 문제를 판단해 나가야 할지 우리가 가서 상의를 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기자 : 지방분권과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도 잇따랐습니다.

조재희(청와대 정책관리비서관) :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지역이 잘 살 수 있는 지혜를 모으자는 그런 취지입니다.

기자 : (가족들이 헬기에서 내리는 화면과 함께) 말로만 듣던 새만금을 직접 확인한 비서관 가족들은 기존 인식을 뒤바꿀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기자 : 헬기를 타고 보니까 어떤 느낌이 들어요?

김의숙(황상규 비서관 부인) : 생각보다 굉장히 사업이 굉장한 것 같아요.

기자 : 환경단체는 그러나 현장방문을 요청해도 이를 묵살한 채 반대만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민윤식(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장) : 얼마든지 여기 한번 와보십시오 와보십시오 해도... 와서 보면 자기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자기들 운동하고는 맞지 않으니까 오시지도 않아요.

기자 : 현장 방문의 의미가 크자 전라북도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펴기로 했습니다.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 긍정적 인식을 가져온 청와대 비서관들의 현장방문. 앞으로 국정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관광성 시찰' 몰랐나, 알고도 묵인했나?**

지난달 6일의 첫 보도는 누가 보기에도 노골적 홍보성 기사였다. 특히 세간에 커다란 논란을 빚고 있는 새만금 사업의 불가피성을 피력한 측면이 강한 기사였다.

또한 당시 가족들을 데리고 새만금 관광을 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새만금 관광'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카메라 앞에 서 인터뷰를 했다는 대목은 새삼 충격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대목이었다.

당시 현장을 취재 보도한 전주 KBS의 A 기자는 이 보도와 관련해 2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새만금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지만 전북지역에선 환경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지하는 분위기"라며 "새만금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진행된 행사였고, 지역사람들의 긍정적 의견을 전달하자는 차원에서 보도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후 KBS가 지적한 관광성 논란에 대한 문제점을 느끼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A 기자는 "그 문제와는 다르다. 기자가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사안에 접근하냐에 따라 기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당시 KBS 말고도 전주MBC, JTV(전주방송) 등 지역언론 대부분이 함께 취재를 했고, 보도 내용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KBS를 포함한 방송사를 포함한 전북지역 대부분의 언론들이 접근한 청와대 정책실 가족의 방문에 대한 보도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당일 함께 취재한 전북지역 종합일간지 '새전북신문'은 사뭇 다른 보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시찰단은 그러나 최근 전북의 '중단없는 새만금 추진'이란 절박한 심정과는 달리 공휴일인 점 등을 감안해 가족들과 함께 시찰에 참여한 사람이 상당수로, 전체적으로도 사업현황 청취와 견학에서 진지하지 못한 분위기를 풍겼다는 빈축을 샀다."(새전북신문 6.7일자)

기사를 작성한 새전북신문의 기자는 "당일 현장에서 시찰단에게 소감을 묻기도 했으나 이렇다 할 반응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그 때가 마침 휴일인 현충일이라 가족들까지 대동하고 온 모습에서 진지한 면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방헬기를 사용하려면 사전에 통보돼야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았다"며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기 때문에 (현장 기자들이)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북지역의 대다수 언론들에는 새만금 사업의 당위성을 끌어안아야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고,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관계자들이) 내려온다는 데 촉각이 곤두서 그러한 똑같은 보도가 나간 것 같다"고 평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결국 새만금 사업에 대한 대대적 홍보에 나선 전라북도와 지역 언론사들의 입장이 맞아 떨어진 가운데, 전북KBS는 '관광성 시찰'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얘기가 된다.

***'관광성 시찰' 밝혀진 경위**

이같은 처음 보도의 문제점은 며칠 뒤 전주 KBS 내에서 자체 수습됐다.

처음 보도가 나간 지 13일 후인 지난달 19일, 도청 출입기자인 전주KBS의 B 기자는 소방본부를 취재하던 도중 관계자로부터 소방헬기가 사적인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 이를 확인하던 중 청와대 정책실 가족들의 '관광성 시찰'의 단초를 캐내게 됐다.

B 기자는 "6일 보도를 사전에 알았던 게 아니었다"며 "우연히 소방본부 관계자와 이런저런 말을 나누던 중 6일 관광성 시찰에 대한 지적이 나왔고, 회사에 들어와 당시 취재그림을 확인해 보니 생생하게 남아있어 보도하게 된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B 기자는 19일 전북KBS 9시 뉴스를 통해 A 기자가 묵인하고 넘어간 대목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전략)
기자 : 이렇게 공적 업무와 상관없이 소방헬기를 탄 가족이 5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에 쓰여야 할 소방헬기가 엉뚱한 용도로 사용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전라북도는 '기타 도정업무 공중지원'을 규정한 현행 항공대 운영규칙에 따라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소방본부 관계자 : 청와대에서 요청이 와가지고 그래서 이쪽에서 협조요청이 와가지고 지사님 결재 받아서 헬기 한번 운행을 해주라.

기자 : 문제는 이처럼 사적 용도로 소방헬기가 쓰인 경우가 고위공직자에게 비일비재하다는 데 있습니다.
(후략)

지난달 19일 전북지역에 보도가 나간 후 B 기자는 평소 친분이 있던 KBS 본사 청와대 출입기자인 C 기자에게 추가취재를 의뢰, C 기자가 휴일을 제외한 이틀간 청와대 관계자들을 취재한 끝에 24일 전국방송으로 '새만금 관광 시찰'이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일부 공직자들의 헬기 사적 사용에 문제에 한정됐던 B 기자의 보도를 청와대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새만금 관광'으로 확대시킨 데에는 청와대 출입 C 기자의 역할이 컸던 셈이다.

***"KBS가 공영방송이라 상반된 시각도 보도될 수 있다"?**

이처럼 당초 지역언론의 타성적 보도관행 속에 묵인될 뻔했던 '새만금 관광시찰'문제를 끄집어낸 B, C 기자들의 '기자 정신'으로 빛을 발할 수 있다. KBS 기자들의 이같은 올곧은 기자정신은 백번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특종의 경위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KBS TV 방송'에 무작정 후한 점수를 주기에는 껄끄러움이 있다.

특히 지난달 6일 최초 보도를 했던 해당 기자와 전주KBS 보도국의 안이한 태도는 "다른 언론에서도 비슷하게 보도했다"는 해명으로는 궁색하다. 지역 여론에 편승하는 보도를 하곤 하는 지역 메이저 언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를 A 기자의 '눈썰미 부족' 탓으로 돌리기에도 석연치 않다. A 기자는 "접근방식의 차이"라고 반박하나, 당시 취재기자들 사이에 소방헬기의 사적사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었다는 점에서 시찰단의 '관광성 행태'의 문제를 정말 몰랐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19일 첫 보도된 의미 있는 지방기사를 당일 신속하게 전국방송으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닷새 뒤에야 이를 전국 뉴스화한 KBS 본사 전국부의 기사관리 시스템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B 기자와 C 기자 사이의 '개별적' 정보소통이 없었다면, 청와대 관계자들의 '새만금 관광'은 단순한 지방 공직자들의 기강 문제에 대한 지역방송 보도로 그쳤을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A 기자는 이같은 문제 지적에 대해 "그래도 KBS가 공영방송이라서 상반된 시각도 보도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KBS의 '열린 보도' 태도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들을 동행한 공직자들의 관광 행태를 홍보성 기사로 포장해 전달했던 문제많은 보도태도를 과연 '열린 보도' 운운하며 넘어가기에는 여러 모로 씁쓸한 느낌을 남긴다는 게 솔직한 취재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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