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 내정자의 ‘5인방’ 발언과 신주류 일각에서 흘러나온 ‘14인 리스트’ 등 ‘인적청산’ 문제가 재점화된 이후, 민주당의 분당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인적청산’ 발언에 발끈한 구주류가 신주류 주도의 신당창당에 반대하기 위한 조직적 대응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이달 말 당무회의를 열어 신당추진기구를 공식 발족시키겠다는 신주류의 구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신주류는 그러나 표대결을 통해서라도 신당창당 일정대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구주류, “이강철 발언은 오만방자한 행동”**
정균환 총무, 박상천 최고위원 등 구주류 핵심들은 21일 당의 해체를 반대하고 신당 반대 세력을 규합하는 등 이 내정자의 인적청산 발언에 대한 대대적 역공에 나섰다.
정 총무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원칙이 불분명해 신뢰가 안간다"며 "민주당을 의도적으로 격하시켜 지역정당으로 몰고가려는 것"이라고 신주류의 신당 추진을 비판했다. 그는 특히 "(신당이) 왼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며 "개혁당과 같이 중심이 돼서 하겠다는 것인데 개혁당은 민노당의 노선과 비슷하고 민주당과는 다르다"고 이념적 편향성을 지적했다.
정 총무는 이어 "한번도 국민검증을 받거나 공직에 있어보지 않은 분이 중진의원들을 제거하려고 한다"며 "민주당 정체성을 살린다고 현혹해서 가지만 완장 찬 사람 내보내서 마각을 드러낸 것이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천 최고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 "권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인적 청산을 구상하고 있고 아직도 생각을 완전히 버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 대상은 후보단일화 세력과 동교동계"라며 구체적인 대상을 적시했다.
그는 이강철 내정자의 인적청산 거명과 관련, “오만방자한 행동”이라며 “엊그제 들어온 사람들이 주인을 쫓아내는 격이며 청산은 당원과 국민이 하는 것이지 몇 사람이 밀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단일화가 없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당선됐겠느냐”며 “그런데 단일화 추진세력을 공격하는 것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라고 후단협 세력에 대한 신주류측의 공격을 반박했다.
정 총무와 박 최고위원, 김옥두 의원 등 구주류 30여명은 이날 오후 모임을 갖고 민주당 해체 반대와 리모델링 방식을 통한 외연확대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할 방침이다.
***강경파, “표 대결 해서라도 강행”**
이에 대해 정대철 대표, 김원기 상임고문 등 신주류 온건파는 이달 중 당무회의를 강행하기보다는 이강철 내정자의 발언으로 증폭된 갈등을 일단 무마시킨 뒤 내달 2일께 당무회의를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상수 사무총장과 김경재, 김덕배 의원 등도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구주류측의 반발 대책을 논의했으며, 열린개혁포럼도 22일 토론회를 열어 신당의 방향과 진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천정배, 신기남 의원 등 강경파는 구주류측의 반격에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당무회의 조기 소집을 통해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기남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강철씨의 말 때문이 아니라 본래 신당을 싫어했던 분들이니 안 들어오려고 명분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대세는 형성됐다. 당무회의에서 합의가 안되면 표 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포용은 인위적 배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애걸복걸하면서 설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기 때문에 빨리 당무회의를 열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정배 의원은 "인적청산 문제는 신당노선에 동의하는 모든 분이 기득권을 포기한 채 동참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됐고 개인 몇명이 다른 이야기한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며 "신당추진 과정에서 제도적.조직적으로 그런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불미스러웠던 일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고 그 문제는 총선에서 당원과 국민에 의해 평가될 것"이라며 "신당의 노선과 이념은 민주노동당과는 명백히 다르며 민주당과 대동소이할 것이고 보수는 빼고 진보만으로 신당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다"라고 구주류측 ‘이념편향’ 주장을 반박했다.
***당무회의 신-구주류 ‘세 대결’ 예상**
이에 따라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있을 신당추진기구 구성을 위한 당무회의에선 신-구주류간 일대 격돌이 예상된다.
구주류측은 “당무회의가 신주류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해체’에 반대하는 세력 규합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반면 신주류 강경파는 신당 추진의 대세는 형성된 것으로 보고 당무회의에서 표 대결을 통해서라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인적청산을 둘러싼 갈등으로 분당 위기가 심화되면서 신당 불참 세력이 어느 정도 될 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신주류 강경파의 ‘민주당 해체’와 ‘기득권 포기’ 방식으로 신당이 추진될 경우 동교동계 구주류 핵심 인사 및 후단협 세력의 불참이 우선적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강철 대구시지부장이 거론한 박상천 정균환 최명헌 유용태 김옥두 의원 등 ‘5인방’은 불참이 유력하다.
또 후단협과 동교동계 비리 연루자 등을 겨냥한 ‘14인 리스트’에는 이미 구속된 한광옥 최고위원과 김방림 의원 외에 P, L 의원 등 비리연루 혐의자 5명, 최명헌, 유용태 의원 등 탈당파 4명, 정균환, 김옥두, J 의원 등 구주류 5명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지난 16일 신당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은 34명은 물론 참석자 및 위임자 60여명 가운데서도 중도파가 20여명 가까이 되는 만큼 신당 불참자는 최악의 경우 산술적으로 40~50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적청산 논란의 강도와 일부 호남 출신 중도파의원들이 최근의 호남소외론과 노무현정부의 햇볕정책 포기노선 등에 얼마나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따라 불참 의원 수는 유동적일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강철 정무특보 내정자의 발언으로 '민주당 분당'은 불가피해졌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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