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일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논란과 관련, "전교조가 국가제도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전교조의 연가투쟁 등에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측은 "이해가 안 되는 경솔한 발언"이라며 강력반발, NEIS를 둘러싼 노무현 정부와 전교조간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盧 "정부 굴복요구에 단호히 대처해야"**
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NEIS 시행에 대한 전교조의 반발과 관련, "연가투쟁 등 집단행동이 있을 경우 교원의 공백이 없도록 만반의 대책을 미리 세워둘 것"을 지시하고 "전교조가 대화로 문제를 풀지 않고 국가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정부의 굴복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고 <청와대 브리핑>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으로 국가의 의사결정 절차 등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시도엔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독선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에 굴복한 것인지에 대해 결단을 내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윤덕홍 교육부총리에게 지시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대해 가능한 징계종류, 중징계시 교사부족 예상 상황, 주모자의 형사처벌 문제에 관한 관계부처간 협의 여부를 묻고 "벌은 사전에 예고되고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영동 국정홍보처장과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 정권은 권력을 찬탈한 부적절한 정권이 아니라 많은 비판이 있으나 아직 여론조사에서 60-70%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그 단체(전교조)가 민주화운동에 기여했지만 정부에도 민주화운동에 그만큼 노력한 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NEIS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권고와 관련, "인권위의 이라크전 파병결정에 대한 권고사항은 근거가 있기 때문에 아무런 시비를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NEIS에 대해선 인권위가 인권침해 가능성을 지적할 수는 있으나 시스템을 폐기해야 한다는 단정적인 권고는 과하지 않느냐"고 인권위를 공개비판했다.
윤덕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전교조의 연가투쟁 교사가 1천5백~2천명 될 것으로 예상되며, 중징계시 초등학교 교사 부족이 예상된다"며 "입시가 다가와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어 10일뒤 (NEIS 시행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부총리는 이어 "전교조의 연가투쟁으로 교단갈등과 보수 진보 등 이론적 논쟁이 증폭되고 있으니 국무위원들이 관심을 가져달라"며 "NEIS 논란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윤영관, "전교조 반미교육이 외교부를 어렵게 만든다"**
노 대통령은 전교조의 연가투쟁 등에 단호한 대처를 지시했으나, 이날 국무위원들 사이에서는 전교조에 대한 대응방식을 놓고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이창동 문화관광장관은 "전교조는 위험하지 않고, 교단의 자성을 마련해주는 순기능을 한 만큼 너무 과민반응하는 것은 고려해달라"며 "처벌을 강하게 하면 (전교조 지도부에) 비협조적인 조직도 따라간다"고 정부의 강경 대응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반면에 윤영관 외교통상장관은 "전교조 지도부가 80년대 후반 권위주의적 정부에 대해 투쟁하던 데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반미교육과 관련한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시각이 외교부를 어렵게 만든다"고 반론을 폈다.
이에 대해 이창동 장관은 "전교조 교사 모두 반미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으며, 지은희 여성장관은 "전교조가 80년대 정서를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으므로 파트너십을 갖는 게 좋다"고 지원사격을 폈다.
일각에서는 방미후 노대통령의 보수화 움직임을 둘러싸고 내각에서조차 갈등이 표출됨으로써 앞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노대통령의 통치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교조, "이해 안되는 경솔한 발언"**
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전교조측은 "한마디로 이해가 안 되는 경솔한 발언"이라며 연가투쟁 등을 강행할 방침임을 거듭 확인했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가 권고한 내용을 수용하라는 것이 어떻게 일방적인 요구일 수 있느냐"며 "인권위의 결정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노 대통령이 지나치게 교육부 입장만 두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가투쟁 등에 대한 '단호 대처' 지시에 대해서도 "연가투쟁은 준법투쟁인데 그마저도 하지 말라는 것은 법 테두리 밖으로 나가란 것이냐"고 반박했다.
송 대변인은 "대통령이 말한 대로 교육부와 대화는 계속 하고 있지만 좀처럼 입장차이가 좁혀들지 않는다"며 "교육부가 (NEIS 철회로)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예정대로 연가투쟁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집행부 2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NEIS 저지를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28일 께부터는 연가투쟁을 강행키로 결정했다.
전교조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인권위의 결정으로 NEIS는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 위법한 정책임이 드러났다"며 "NEIS 강행은 국가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교육부를 비난했다.
전교조는 한편 19일 마감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 중 70%의 찬성으로 연가투쟁이 가결됨에 따라 오는 28일 연가투쟁을 강행하고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NEIS 관련 업무를 일제히 중단하기로 했다.
전교조는 그럼에도 교육부가 NEIS를 강행한다면 연가투쟁을 비롯해 더욱 강도 높은 NEIS 거부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강조해, 정부와 전교조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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