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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파병이 가져다줄 국익은 없다”

<김영환 의원 긴급 투고>"국익은 정의에 바탕해야"

현재 이라크전 파병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과연 국익을 위한 선택의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표결에 앞서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국회에서 진행됐던 전원위원회에서 파병을 찬성하는 의원이나 반대하는 의원 모두 '국익'을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반전평화의원모임 소속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30일 "비도덕적 전쟁에 대한 파병이 지켜줄 우리의 국익은 단연코 없다"며 파병을 찬성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국익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본지에 긴급 투고했다.

김 의원은 이 글에서 우선 "진정한 국익은 정의에 바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태인 6백만명을 학살했던 히틀러의 국익은 그의 조국 독일의 패망과 강제적 분할로 막을 내렸고, 일본의 국익을 위해 우리 민족을 고통을 몰아갔던 조선 초대 총감 이등박문의 국익은 안중근 의사의 총탄에 의해 사라졌다"면서 "이는 그 국익이 불의에 근거한 국익이기 때문이었다. 국익이라는 이름 밑에 숨겨진 침략과 탐욕에 양심과 이성이 눈감아 버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전쟁으로 평화를 살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라며 "이라크전 파병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보장받을 것이라는 것은 순진한 희망"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전쟁에 파병해야 전쟁 종결후 이라크 재건에 참여해 경제적 국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1991년 걸프전을 예로 들어 "이는 이미 입증된 허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 이라크 전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쟁에 참여할 국가는 미국과 영국, 호주와 덴마크 그리고 대한민국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면서 "그만큼 우리가 부담할 전비의 몫은 늘어날 것이며, 지난 걸프전때 전투병을 파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후 복구 사업에서 제외됐던 것처럼 전비는 고스란히 손실로 남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의원이 기고한 글 전문이다. 편집자

***진정한 국익은 정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이라크 전쟁 파병을 둘러싸고 국민여론이 분열되고 있다. 반대하는 분들이나 찬성하는 분들 모두 화두는 동맹과 국익이다. 그러나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이 비도덕적 전쟁에 참여할 근거는 사실 어디에도 없다. 우리 헌법과 유엔헌장은 이 비도덕적인 전쟁 자체를 거부하고 있고,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이런 일방적인 전쟁에 파병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맹이라는 이름 밑에 숨겨진 굴종을 기꺼이 감수하면서까지 세계인의 양심과 이성이 반대하고, 13억 이슬람인들이 분노하는 전쟁. 죽어가는 어린이의 고통 위로 이라크 어머니들의 눈물과 저주가 모두 복수와 테러가 되어 되돌아올 이 비극적 전쟁에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의 젊은이들을 기꺼이 보내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단 하나 바로 '국익을 위해서'다.

나는 파병을 주장하는 분들의 애국심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헌신성을 이해하고 존경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양심과 이성 그리고 '국익이라는 이름'으로도 이 전쟁에 반대한다. 파병에도 반대한다. 비도덕적 전쟁에 대한 파병이 지켜줄 우리의 국익은 단연코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진정한 국익은 무엇인가를.

***불의에 근거한 국익과 정의에 근거한 국익 그리고 그 결과**

1938년 영국의 체임벌레인과 프랑스의 달라디에는 히틀러에게 굴복, 무솔리니에게 회담의 개최를 의뢰하여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란트지방을 나찌 독일에게 헌납했다. 소위 뮌헨협정이었다. 이때 체코슬로바키아의 국익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영토확장야욕이라는 독일의 국익과 체코슬로바키아를 대가로 일시적 평화를 얻으려는 영국의 국익, 프랑스의 국익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작은 나라를 늑대에게 던져줌으로써 안전을 획득하리라고 믿는 것은 치명적인 오판이다"라는 처칠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프랑스 국민들은 자신들의 짧은 안녕을 위해 체코슬로바키아 국민들의 운명에 눈감아버렸다. 그 결과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우리는 1905년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확정하고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확정했던 카스라-태프트 밀약을 기억한다. 이때 일본의 국익과 미국의 국익은 있었지만 우리 조선의 국익은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1910년 일제의 조선강점이었다.

역사는 이런 국익의 종말이 비극임을 증명하고 있다. 유태인 600만명을 학살했던 히틀러의 국익은 그의 조국 독일의 패망과 강제적 분할로 막을 내렸다. 일본의 국익을 위해 우리 민족을 고통으로 몰아갔던 조선 초대총감 이등박문의 국익은 안중근 의사의 총탄에 의해 사라졌고, 아시아 지배를 위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던 일제의 국익은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의 원폭 희생자들의 주검을 대가로 종결되었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가? 그것은 그 국익이 불의에 근거한 국익이기 때문이었다. 국익이라는 이름 밑에 숨겨진 침략과 탐욕에 양심과 이성이 눈감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불의에 근거한 국익에 동참하려하고 있다. 9ㆍ11테러 희생자의 유족들마저도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이 우리가 겪은 슬픔과 상처를 받아서는 안된다"라고 기도하는 전쟁에, 미국의 상원의원이 의회에서 "조국을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라고 외치는 전쟁에, 전쟁의 참사를 목격한 캐시프린스가 "정말 나의 조국 미국이 이런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라고 절규하는 전쟁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정의롭지 못한 전쟁이라도 참전해 세계 유일의 최강국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이라는 이유로. 이 국익의 종말은 무엇일까?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13억 이슬람인들 테러와 우리의 對테러방지전쟁의 끝없는 순환일지도 모른다.

"중동권의 보복테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국가는 범국가적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예방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이것은 3월 28일 헌정사상 최초로 개회된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한 조영길 국방부장관의 답변이다.

***전쟁으로 평화를 살 수는 없다**

'남의 땅에서의 전쟁과 내 땅의 평화를 교환하는 것'이 진정 우리의 국익에 부합되는 것이다.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진정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접근하는 지름길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제부터라도 역사가 보여주는 진실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결코 전쟁으로는 평화를 살 수 없다. 이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히틀러의 힘에 굴복해 체코 병합을 승인했던 뮌헨회담은 결국 유럽의 평화 대신 세계대전을 불러왔다. 힘있는 외세를 붙들면 조선을 지킬 수 있다고 믿고 국호마저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꿨지만 그 대한제국은 결국 13년 만에 주권을 일제에게 내주어야만 했다.

'국제정세에서는 강한 나라만 살아남는다'는 약육강식론을 믿으며 이 땅에 힘없는 대한제국(大韓帝國)을 만들었던 지식인들은 제국(帝國)이 망하자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에 흡수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이치'라며 친일론으로 투항해버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참여해야 한반도 평화라는 우리의 절대적이고 사활적 국익이 지켜질 수 있다는 파병찬성론의 주장은 순진한 희망이다. 제3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을 용인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도 용인해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행동이 가시화될 때 비도덕적 전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의 국익을 위해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던 우리가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호소했던 나라들을 향해 우리의 평화만은 지켜야 한다고 설득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파병찬성론은 국익을 앞세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압도적 무력을 앞세운 신속한 군사적 해결이라는 이유로. '충격과 공포'만이 세계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독재자와 핵이라는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제적 국익론의 실체**

전쟁에 파병해야 전쟁 종결 후 파괴된 이라크 재건에 참여해서 경제적 국익을 가질 수 있다라는 주장은 이미 입증된 허구다. 1991년 걸프전에 사용된 610억불(73조원)의 전비 중 미국이 부담한 전비는 10%에 불과하다. 90%는 동맹국이 부담했고 이 중 20억 달러를 우리가 부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전후 복구사업 중 70%를 차지했지만 우리는 전투병을 파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후 복구사업에서 제외되었다.

미국의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전후 5년 간의 이라크 복구비용을 250억불(30조원)에서 1050억불(126조원)로 예상하고 있다. 무려 500%의 오차를 보이고 있는 이 추산을 인정하더라도 그 중에 우리가 참여해 경제적 이득을 볼 부분은 없다라는 것은 이미 12년 전에 증명되었던 사실이다.

오히려 우리는 지금 파병으로 부담할 전비를 걱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CSBA는 순수 군사비용으로 180억불(20조원)~850억불(100조원), 인도주의적 지원 등 기타비용이 840억불(100조원)~4,980억불(600조원)을 예상했고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을 6개월 내에 끝낸다는 것을 전제로 군사작전비 534억 달러를 포함 625억 달러를 의회에 신청했다.

지금 이라크 전쟁은 장기화되고 있다. 유엔의 승인이 있었던 91년 걸프전에는 세계 각국이 연합군으로 참여했지만 우리는 총 전비의 3.27%를 부담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 참여할 국가는 미국과 영국, 호주와 덴마크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가 부담할 전비의 몫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전비는 91년처럼 고스란히 우리의 손실로 남겨질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경제적 손실은 우리가 이라크 전쟁에 동참하는 대가로 현 지구에 살고 있는 56억의 인구 중 이슬람 세계의 13억 인구를 적으로 돌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석유라는 자원을 바탕으로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지닌 크고 매력적인 시장인 이슬람 세계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돈과 죽음을 바꿀 수 있다는 무모한 용기를 지닌 사람들은 몇 대의 자동차와 컴퓨터를 팔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세계인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붉은 악마'라는 매혹적인 브랜드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초라하고 조롱섞인 브랜드로 대처되는 것을 무력하게 바라보아야만 할 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낸 상품들의 이미지가 싸구려로 전락되는 아픔을 다시 뼈저리게 맛볼지도 모른다.

***진정한 국익은 무엇인가?**

진정한 국익은 정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침략과 탐욕이 아닌 신뢰와 평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명분없는 비인간적인 전쟁참여가 우리의 국익이 될 수는 없다.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열강의 신뢰를 잃는 것이 국익이 될 수는 없다. 13억의 이슬람인을 적으로 만드는 국익은 없다.

부도덕한 전쟁에 대한 단호한 반대, 지금은 그것이 진정한 우리의 국익이다. 진정한 우리의 국익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국익에 동참해 지구인 56억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된다.

틱 낫한스님은 말했다.

"숨 들이키면서 마음의 평화
숨 내 쉬면서 얼굴에는 미소"

틱 대한스님이 말했다.

"숨 들이키면서 동맹을 위해
숨 내 쉬면서 국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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