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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우리가 '부시의 푸들'이 돼선 안된다"

<김영환 의원 긴급 투고> "파병은 위헌"

25일 국회에서의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파병 반대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급격히 늘어 24일 현재 파병 반대를 공식 선언한 의원은 43명에 이른 가운데 민주당 김영환 의원(경기 안산갑)이 본지에 자신이 파병에 반대하는 글을 긴급투고해 왔다.

김 의원은 "이번 이라크전은 유엔의 승인없이 치러지는 최초의 전쟁으로 일방적인 침공"이기 때문에 "지금 세계의 양식있는 시민들이 ‘죽이는 자가 아니라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자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측에서 이라크 파병의 근거로 제시한 '한미동맹'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이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위헌적 요소마저 가지고 있다. 그래도 한미동맹관계가 중요해서 파병해야 한다면 그것은 실제적인 동맹이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존재하고 있는 굴종적 동맹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익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아야만 한다"면서 "이제 우리는 전 세계인이 반대하는 전쟁에 파병함으로서 햇볕정책으로 평화를, 월드컵과 붉은악마로 역동적 에너지를, 노무현후보의 승리로 민주주의를 심었던 우리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이미지로 세계인의 마음 속에 남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이 기고한 글 전문이다. 편집자

***진정한 국익은 무엇인가**

지금 전 세계에 'No War', ‘Stop Bush'의 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시민들마저도 ‘부시 + 체니 + 럼스펠드 = 악의 축’이라고 외치고 있고, 미국의 주요한 정치지도자 중 한사람인 제시 잭슨은 “노예제를 폐지하기 위한 남북전쟁과 파시즘에 맞서 싸운 제2차 세계대전은 꼭 필요했지만, 이라크 전쟁은 불필요하다”, “정권교체가 필요한 것은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이라며 부시를 성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참여정부는 ‘대량살상무기의 조속한 제거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전쟁 지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한미동맹관계의 중요성’과 ‘미국의 노력을 지지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가장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파병을 결정하고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고, 오히려 ‘전쟁 지지 선언 철회’와 ‘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제출한 파병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다수의 힘으로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 대부분이 파병에 동의하고 있고 의원들은 전투병까지 그것도 대대적으로 파견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지지를 약속했다. 그리고 통과는 바로 내일로 다가왔다.

지금 우리는 냉정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가?’를 그리고 ‘이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의 국익을 보장하는가’를.

***이번 전쟁은 일방적 침공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우리가 제일 처음 맞부딪치는 문제는 이 전쟁이 정당한가 아니면 명분없는 침략행위인가 하는 점이다. 부시가 전쟁을 선언한 그 날, 미국이 지지해 UN사무총장에 오를 수 있었고 그 후 지금까지 UN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고 노력했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오늘은 유엔과 국제사회에 슬픈 날”이라고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한 나라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전쟁은 침략행위라는데 합의했다. UN의 안보리는 그 합의를 보증하는 최후의 보루였다. 6․25 파병과 91년 걸프전의 다국적군 파병은 침략행위를 응징하여야 한다는 유엔의 결의 하에서 이루어졌고, 냉전체제 붕괴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세계의 경찰임을 스스로 자임하면서 코소보와 동티모르, 캄보디아 등에서의 분쟁을 주도적으로 해결했지만 어디까지나 UN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서 행동했었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UN의 권위는 여지없이 부정되었다. 부시는 UN안보리의 결의를 스스로 철회하고 전쟁을 개시하면서 UN안보리 결의 678호(1990년), 687(1991년), 1441호(2002년 11월) 등을 근거로 들었지만 세계 모든 국가들은 그 결의들이 현재 미군의 군사적 침공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라는데 일치했다.

결국 이번 이라크 전쟁은 유엔의 승인없이 치러지는 최초의 전쟁이 되어버렸다. 독일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의 “유엔 헌장에는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해 한 나라의 정권을 교체할 근거가 없다”라는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결국 현재 부시가 펼치는 이 전쟁은 명분도 없고 실체도 없는 일방적인 이라크 침공일 뿐이다. 35개국이 도움을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UN이 승인한 연합군이 아니라 미군이 주도하는 미영동맹군의 압도적인 무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침공일 뿐이다.

***죽이는 자가 아니라 죽어가는 자의 눈으로...**

우리가 부딪치는 두 번째 문제는 이라크가 진정 ‘세계 평화를 위협할만한 대량살상무기를 지닌 악의 제국인가’하는 점이다. 부시는 개전의 명분으로 “세계를 심각한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군사 공격에 돌입했다”라고 선언했지만 UN무기사찰단은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했다. 한스 블릭스 무기 사찰단장은 “우리보고 이라크에서 대포나 미사일을 찾으라는 것이지 이쑤시개를 찾으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실 대량살상무기인 핵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그리고 지금 부시는 핵과 생화학무기가 아니더라도 대량살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모든 세계인들에 보여주고 있다. 소형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닌, 무게 9.5톤에 달하는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 MOAB을 한 치의 주저도 없이 이라크인들의 머리 위에 투하했다. 그리고 오늘은 전쟁의 조기 종결을 위해서는 ‘결정적 무력’ 사용이 필요하다며 핵무기의 투하까지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세계의 양식있는 시민들이 ‘죽이는 자가 아니라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자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동맹의 근거는 없다. 파병은 위헌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일방적인 침공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는 바로 우리가 이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한미동맹관계의 중요성’과 ‘우리의 국익’을 지지와 파병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한미동맹관계는 1953년 10월 1일 워싱턴에서 서명하고 1954년 11월 18일에 공표된 전문과 6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고 있다.

이 조약의 전문은 ‘...당사국 중 어느 일방이 태평양지역에 있어서 고립하여 있다는 환각을 어떠한 잠재적 침략자도 가지지 않도록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대하여... 공통의 결의를 공공연히 또한 정식으로 선언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한미동맹이 지켜야 할 평화는 지역적으로 태평양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대서양에 지해인 지중해와 홍해는 동맹관계의 영역 밖인 것이다.

또한 제1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라도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하고 또한... 국제연합의 목적이나 당사국이 국제연합에 대하여 부담한 의무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를 삼가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하여 UN의 정신에 위배되는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본 조약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에 의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비준되어야 하며...”라고 규정한 제5조이다. 우리 헌법 제5조 1항은 ‘大韓民國은... 侵略的 戰爭을 否認한다’라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지금 부시가 벌이는 이라크 전쟁이 침략전쟁인 한 파병동의안을 국무회의에서 결의하고 국회에 제출한 것 그 자체가 명백한 헌법위반인 것이다.

결국 이라크 파병의 주요한 근거가 되는 ‘한미동맹관계의 중요성’은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위헌적 요소마저 가지고 있다. 그래도 한미동맹관계가 중요해서 파병해야 한다면 그것은 실제적인 동맹이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존재하고 있는 굴종적인 동맹일 뿐이다.

우리 국민들은 미국에 대해 두 가지 모두를 기억하고 있다. 하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준 미국의 양심이고 또 다른 하나는 광주민주화 운동의 학살에 눈감고 군부독재의 재등장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던 미국 권력의 현실적 이해관계다.

***북핵, 우리의 사활을 미국의 전략에 맡길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는 국익이다. 하지만 ‘우리의 국익’은 국익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될 수 없다. 북핵문제는 단순한 국익의 차원이 아니다. 미국에게는 세계 전략의 일부분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사활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후의 경제적 문제는 국익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북핵문제를 전쟁지지와 파병의 근거로 삼는 쪽의 논리는 ‘미국을 지지하지 않으면 동맹관계가 깨지고, 동맹관계가 깨지면 미국의 북폭을 방지할 수 없다. 그러면 한반도의 전쟁은 현실이 된다’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꾸준히 햇볕정책을 추진해왔다. 햇볕정책의 본질은 북한을 고립시키지 않고 개혁과 개방을 통해 세계의 일원으로 참여시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성과도 있었고 분명 한반도 평화는 진전되었다.

노무현 후보의 선거캠페인은 ‘전쟁이냐 평화냐’였고 국민들은 기꺼이 평화를 선택했다. 국민들이 선택한 평화가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을 통한 전쟁억지였는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국민들은 이회창과 한나라당을 선택해야 했다. 우리 국민들이 선택한 평화는 구걸을 통한 잠시동안의 전쟁억제력이 아니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안된다는 결연한 평화의지였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였다.

동맹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존재가 존중될 때만이 성립한다. 우리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우리의 사활적 문제를 맡길 수는 없다.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우리의 사활적 문제를 등치시킨다면 그 동맹은 언젠가 깨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1905년의 카스라-태프트 밀약을 기억한다. 이 밀약으로 미국은 필리핀의 지배권을 인정받았지만 조선의 일제강점에는 눈감았다. 당시의 미국의 국익에 우리 조선의 미래는 없었다.

***부도덕한 전쟁 참여로 지켜질 국익은 없다**

마지막으로 전후 이라크의 복구를 둘러싼 경제적 문제는 보다 엄밀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나는 미국이 전쟁목적이 이라크 석유에 대한 접근성의 확보와 미국의 군사산업의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이라크 유전개발권의 80%는 프랑스와 러시아가 가지고 있고 나머지 20%를 독일과 중국 등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난다면 이제 이라크 유전개발권의 대부분은 미국의 차지가 될 것이다. 전후 복구 사업의 대부분도 미국의 기업들과 영국의 기업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 사실은 우리가 파병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이고 그것도 부스러기들뿐이다.

국익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아야만 한다. 미국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이라크는 이라크 국민들의 것이다. 단기적이라면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라크의 복구 역시 이라크 국민들의 몫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라크 전쟁에 동참하는 한 이라크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은 적일 뿐이다. 적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맡길 국민은 없다.

이제 우리는 결정해야한다. 이라크 국민들의 마음속에 증오스러운 적 중의 하나로 남을 것인가? 이슬람 세계의 신뢰를 잃어버릴 것인가? 전 세계인이 반대하는 전쟁에 파병함으로서 햇볕정책으로 평화를, 월드컵과 붉은악마로 역동적 에너지를, 노무현후보의 승리로 민주주의를 심었던 우리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이미지로 세계인의 마음 속에 남을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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