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의 당권 재도전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서 대표 본인은 출마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주변 인물들 사이에는 내심 출마 쪽으로 의중이 기울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친 이회창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내 광범위한 지지세를 형성하고 있는 서 대표가 대표경선에 재도전할 경우, 한나라당의 김덕룡-최병렬-강재섭 3강으로 압축돼온 기존 당권구도는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그러나 '차기경선 불출마' 선언을 뒤집을 명분이 크지 않아 서 대표의 당권 도전시 개혁파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등 한차례 격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도권·중부권·친이회창계 중심으로 지지세 확산**
서 대표의 당권 도전설은 당 대표 선출방식이 직선제로 굳어지면서 증폭되고 있다. 40만명의 당원이 참여하는 전당원 직선제는 1만명 안팎의 대의원이 참여하던 기존의 당권 선거와 비교할 때 당 대표의 프리미엄이 부각되는 장치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새 지도부 구성후 본격화될 총선체제에서 당 대표는 공천의 향배를 좌우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서청원 대표를 미는 세력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부 수도권 및 중부권의 원내외 위원장들은 "민정계 인물이 당 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만큼, 민주계 출신이면서 당내 친화력이 강한 서 대표가 당의 간판이 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서 대표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경쟁을 관망해온 '부동층' 일각에서도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서 대표만한 얼굴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서대표를 가장 강력히 밀고 있는 세력은 '친 이회창계'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이들은 숫적으로는 여전히 한나라당의 최다 세력이다. 지난달 방미 기간중 서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를 만나고 온 것도 이들에게는 '창심(昌心)'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전당대회를 한달여 앞두고 이 전 총재가 5일 귀국하면서 어떤 식으로건 당권경쟁에 이 전 총재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당권 경쟁구도 급변할 수도**
서 대표가 이같은 '창심'을 배경으로 당권 경쟁에 나설 경우, 지금까지 강재섭-김덕룡-최병렬의 3강으로 압축됐던 한나라당의 당권 구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일각에서는 기존의 3강 구도를 대신해 서 대표의 독주체제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대두될 정도다.
일단 이들 3인은 표면적으로는 "출마 여부는 본인이 알아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 "서 대표가 출마하더라도 기존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심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최병렬 의원측은 "전당대회는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인데, 시작부터 국민들에게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의 경우 창심을 내세워 서대표가 출마하면 영남권 민정계 의원들의 지지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강재섭 의원측도 "본인 입으로 2선 후퇴를 말했는데 이를 번복하고 나오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서 대표의 당권도전을 경계했다. 서 대표의 출마로 인한 지지층 분산효과를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이회창계 주류의 지원설이 나돌던 강재섭 의원에게 서 대표의 출마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
서 대표와 민주계로 뿌리가 같은 김덕룡 의원도 서 대표에게 지지층을 잠식당할 수 있다.
***소장개혁파 강력 반발 예상**
그러나 서 대표가 당권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선 걸림돌이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지난해 12월 열린 의원 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차기 대표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자신의 발언을 뒤집을 논리가 빈약하다.
'대선패배 책임론'과 '인적청산론' 등을 제기하며 서 대표의 백의종군을 종용해 온 소장파 의원들도 서 대표의 당권 도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소장파 원내외 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와 수도권 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희망연대' 등 당내 개혁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세력은 서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3개월 가까이 진행된 당 쇄신 작업이 서청원 체제로 대표되는 구 지도부의 당권 재장악으로 귀결되면 국민 여론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릴 가능성도 크다는 점도 이들이 서 대표 출마를 결사반대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서 대표는 아직까지 사태 추이를 관망하며 자신의 출마가 몰고 올 당 안팎의 파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권 경쟁에 뛰어들더라도 '총선 필승론'에 바탕한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추대 형식을 빌어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서 대표가 '차기 불출마' 선언과 당 안팎의 '인적쇄신' 요구를 뒤로 하고 당권에 재도전할 경우, 한나라당의 당내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