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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당선자, 환경 철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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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盧 당선자, 환경 철학이 없다”

<최열 총장 인터뷰> “오직 환경운동만 하겠다”

정치환경의 변화 탓인지 그동안 우리사회의 개혁을 이끌어온 한 축인 시민운동도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지난 10여년간 시민운동이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질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요구다.

특히 상대적으로 시민운동과 가까웠던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맞아 시민운동의 정치참여에 대한 새로운 고민도 덧붙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프레시안은 그동안 우리사회에 시민운동의 기반을 다져온 1세대 지도자들을 차례로 만나 전환기에 처한 시민운동을 바라보는 그들의 견해를 소개한다. 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 경실련 신철영 사무총장,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상임이사 순이다.<편집자>

***"한평생 환경운동을 할 생각은 여전합니다"**

"비록 사무총장직은 물러나지만 한평생 환경운동을 할 생각은 여전합니다. 직책과 관계없이 환경운동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오는 22일 신임 서주원 사무총장의 취임과 더불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직을 이임하는 최열 총장에겐 서운함보다 의욕이 앞선다. 지난해 10월 창립한 환경재단 상임이사로서의 활동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등과 연계한 다양한 국제연대 활동, 환경연합을 넘어선 전체 시민운동 차원의 활동 계획들이 수첩에 빼곡하다.

11일 오후 환경연합 사무실에서 가진 2시간 가까운 인터뷰 내내 개인적으로 해야 할 더 많은 일과 노무현 새 정부의 환경정책을 보는 비판적 시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국내 시민운동 지원, 다양한 국제연대 활동 모색하겠다"**

최 총장이 세운 계획표엔 국제연대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 거주하는 교민들에게 환경, 평화, 통일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키는 한편, 국제적 환경 사안에 대해 경험을 나누고 교류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 환경운동연합 뉴욕지부를 건설하는 일, 황사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와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일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국내적으로는 환경재단을 주요 활동공간으로 후배 활동가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최 총장은 "환경운동을 하겠다고 들어온 똘똘한 젊은이가 3년이 지나면 머리가 빈다. 5년이 지나면 파김치가 된다. 7년이 지나면 무감각해진다. 그렇게 지쳐서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활동가들이 안정적으로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환경재단을 창립했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환경재단이 활동가들만을 위한 재단은 아니다. "아이디어만 있고 돈이 없어서 못하는 작은 단체들"에 대한 지원, "중국이나 아시아지역 환경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교육과 지원활동" 등에도 주요한 목적이 있다.

최 총장은 또 재단 운영에 필요한 재정 마련의 한 방안으로 '만분 클럽'을 소개했다. 수익의 1만분의 1을 환경기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을 1만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빠르면 올해 연말부터 국제적 규모의 환경 영화제도 기획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 환경철학이 없다"**

최 총장은 "이익을 중시하면 생명이 가벼워지고 생명의 원천인 환경이 무너진다"며 새만금 사업 등 발전논리에 환경적 가치가 희생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새만금 사업을 재조정 해보겠다는 노무현 당선자의 11일 발언과 관련 최 총장은 "철학적 바탕이 없다"며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깊이있는 생각을 안하고 마구잡이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최 총장은 이어 "노 당선자는 부산공해문제연구소 이사를 한 사람이다. 고건 총리 지명자는 환경운동연합 대표를 했던 분이다. 임채정 인수위원장도 내가 공해문제연구소를 처음 만들 때부터 이사를 맡아서 정치권에 갈 때까지 한 사람이다"라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런 분들은 언젠가 만나서 옛날을 상기시키고, 어떻게 환경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하느냐고 따질 것"이라며 새정부의 환경정책 전반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환경적 사안과는 별개로,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치개혁 프로그램에는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총장은 "새 정부가 개혁적 인사들로 구성되고 정치개혁을 추진해 나간다면 도와주겠다. 우리가 직접 참여하는 것과는 별개로 개혁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개혁을 하도록 조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야 의원들과 함께 정치개혁추진 범국민협의회(가칭)를 구성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 총장은 "정치개혁을 국회의원들에게만 맡길 수 있나. 그 사람들은 환자다. 환자에게 스스로 수슬을 하라고 할 수 있느냐"며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주도하에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총장은 "시민단체의 상징성을 가지는 사람들이 새 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서도 "시민운동을 했던 전문가들이 개별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뭐라 할 수 없다"고 긍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입각설에 대해서는 "오직 환경운동만을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거부 의사를 확실히 했다.

***"시민운동, 기능주의 활동에서 벗어나야"**

한편 최 총장은 시민운동이 앞으로 변화해야 할 부분으로 상근자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총장은 "회원들의 활동은 시민단체에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들 개개인이 성취의식을 갖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상근 활동가 중심의) 기능주의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또 최근 YMCA 사태를 예로들며 시민단체들의 무분별한 사업조직 확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 총장은 "YMCA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업구조가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라며 "사업을 지나치게 하다보면 운동조직이 사업조직의 악세서리가 된다"고 꼬집었다.

최 총장은 이어 "활동가들에게 임금 권장치를 줘서 최소한의 물적 기반을 만든다거나 5년 활동을 하면 대학원 교육을 시켜준다든지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런 시기가 벌써 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내부 구성원들에게 생활의 안정과 활동의 전망을 제공해 운동이 연속성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도록 시민운동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최열 총장과의 인터뷰 전문.

***"환경운동의 생명은 현장성"**

프레시안 : 공추련 시절부터 따지면 20여년을 이끌어온 조직의 사무총장직을 물러나는 소회가 남다를텐데.
최 열 : 몇 년 전부터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물려주겠다고 얘기했고 한사람이 오래하는 것은 그 사람이 능력이 있건 없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30여년간 3김 시대가 지속됐기 때문에 그 뒤의 리더십이 만들어지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템포가 빠른 시대에는 리더십도 빨리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몇 년 전부터 생각해온 것이지만 조건이 안됐을 뿐이다.

신문기사에 환경연합 사무총장을 물러난다고 보도됐더니 사람들이 벌써 은퇴하냐고 묻더라. 보통 일반 공직자들이 자리를 물러나면 그 조직을 떠나는 것처럼 인식되니까 은퇴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비록 사무총장직은 물러나지만 한평생 환경운동을 할 생각은 여전하다. 직책과 관계없이 환경운동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프레시안 : 8만9천의 회원, 2백30여명의 활동가가 포진한 대표적 시민운동단체로 환경운동연합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나 배경은 어디에 있었다고 보나.
최 열 : 현장성에서 찾는다. 공해가 있는 곳에는 환경연합이 있다. 현장을 버리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관념조직이라는 말이다. 말로만 세게 하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현장에 직접 가는 것이 나는 가장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 가서 피해상도 보고, 지역주민들을 만나봐야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생각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

페놀사건이나 굴업도, 안면도 사태나 여하튼 문제가 생기는 곳에는 우리가 제일 먼저 가야한다는 원칙을 가져왔다. 현장을 버리면 운동은 죽는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이 일반 국민들에게 '환경연합은 조금 세게 나가도 뭘 지키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준 것이다. 동강, 새만금 이런 것은 있던 것을 그대로 있도록 지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런 걸 보면서 '저 사람들은 무슨 정치적 야욕이나 그 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지역 조직이 52개나 될 정도로 커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다고 보나.
최 열 : 하늘과 땅 차이다. 엄청나게 달라졌다. 하루하루는 달라진 것을 모른다. 내가 1976년에 안양교도소에서 환경운동을 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주변의 동료들은 도리어 '공해를 배불리 먹고 싶다'고 비웃었다. 지금 민주화가 중요하지 공해가 무슨 문제냐는 말이다. 그때 환경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김지하 선배하고 이부영 선배 둘 뿐이었다.

막상 운동을 하면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82년에 처음 공해추방연구소를 만들었을 때는 강력한 탄압을 받았다. 당시 권력기관에서 사람이 와서 나보고 "당신 이걸 하면 민주화운동 하던 것보다도 더 탄압을 받을 것이다"라고 협박할 정도였다. 그 당시 환경청 국장도 와서 "정부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민간단체가 뭐하러 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가 주민들을 만나서 돕겠다고 하면 그 사람들을 모조리 다 잡아갈 정도였다. 도와주러 갔는데 오히려 주민들이 불이익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공해에 대한 인식을 생각해 보라. 하늘과 땅 차이다. 이제 사람들을 만나도 1백명 중에 90명이 "참 좋은일 한다"고 말해준다. 1백명 중에 90명에게 그런 소릴 듣는 직업이 뭐가 있겠나. 국민들은 이제 환경운동을 좋은 일 하는 것으로 본다. 그건 한편으로는 짐을 진 것이기도 하다. 어려운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은 짐을 지는 일이다.

프레시안 : 회원 직선제로 사무총장을 선출한 것은 획기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최 열 : 전국에 52개 지역조직이 있고 8만9천여명의 회원이 있다. 아시아에서 제일 큰 규모다. 작년에 논의를 하면서 그런 조직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기 위해 회원 직선제로 신임 총장을 뽑게 됐다. 내가 원래 생각했던 대로 새로운 사무총장이 나온 것에 만족한다.

프레시안 : 총장직을 물러난 이후의 활동 계획을 듣고 싶다.
최 열 :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은 구조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식품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20년 전 초창기 활동할 때, 수입농산물 문제점, 인스턴트 가공식품 문제 등에 관심이 많았다. 최근에도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비만인구가 많아지거나 아토피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또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유전자 조작식품이 나온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많다. 누군가는 지켜야 한다.

이런 문제는 원래 정부가 지켜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키려하지 않는다. 정부가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신뢰를 안한다. 그런 면에서 그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지금까지의 활동을 하면서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해야할 짐이다. 그런 부분에서 간사 역할을 해볼 생각이다.

***"중국과의 환경협력, 환경연합 뉴욕 지부 설립 등 계획"**

프레시안 : 중국과의 환경교류 등 국제적 활동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최 열 : 내가 그동안 환경운동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사무총장직은 물러나지만 최소한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환경연합이 국내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린피스나 외국의 큰 환경단체와 교류도 하고 국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환경연합은 작년에 '지구의 벗' 한국 지부가 됐다. '지구의 벗'에 걸맞게 지구 환경에 대해 일정부분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지역,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의 환경문제를 풀기위한 교류와 지원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가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에만 우리 교민들이 1백50만~2백만 정도가 살고 있다. 교민들은 과거 군사정부 때 국내 인권 문제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해준 분들이다. 물론 지금이라고 완전히 민주화된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등장한 환경이나 평화문제, 통일문제 같은 새로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할 것이다. 그런 일들을 추진하기 위해 뉴욕 환경연합 지부를 추진하고 있다. 3월 하순경 맨하탄에 뉴욕 환경운동연합을 창립한다.

작년에 중국을 간 일이 있다. 그곳에서 느낀 것은 중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환경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황사 문제가 심각하지 않나. 그때 중국의 길림성장을 만나서 황사 얘기를 했다. 자기들 나라 때문에 영향을 줬다고 길림성장이 인정을 하더라. 황사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 데모하던 시절처럼 사람들이 비닐봉지를 쓰고 다녔다. 그런 걸 보면서 실제로 한국과 중국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세 가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중국의 사막화된 지역의 일정부분을 녹화해 보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의 환경운동을 활성화시키는데 한국의 환경운동 경험을 소개해주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중국의 정치인이나 학계, 일반 인민들까지 참여하고 우리나라 각계 인사들이 함께하는 한중 환경경제포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 취지로 20여일 전에는 중국 실무자가 다녀갔고 3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어떻게 보면 사무총장으로서는 아니지만 중국정부나 미국의 교포들을 상대로 한 환경운동의 활성화를 할 것이다. NGO가 중심이 돼서 정부와 기업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프레시안 : 국내적으로는 환경재단이 주요 활동 공간이 될 것으로 아는데, 그에 관한 구상은 무엇인가.
최 열 : 환경재단은 작년 10월에 창립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를 그전부터 생각는데 그건 열심히 자기 몸을 던져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더 잘되게 하는 것이었다. 환경운동을 하겠다고 들어온 똘똘한 젊은이가 3년이 지나면 머리가 빈다. 5년이 지나면 파김치가 된다. 7년이 지나면 무감각해진다. 그렇게 지쳐서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구조는 재단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운동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는 재단이 안 되니까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기업인들도 들어오고 의사나 약사, 교수 등 전문가들도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해주고 필요하면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환경운동연합은 큰 단체지만 아이디어만 있고 돈이 없어서 못하는 작은 단체들도 많이 있다. 소위 말하는 '등 단체'다. 어디서 발표될 때 '환경운동연합 등'으로 표현되는 단체 말이다. 그 사람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 지원도 해줄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만 잘돼선 안된다. 중국이나 아시아지역 환경운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의 사망 원인중의 하나가 대기오염과 식수오염이다. 그 지역 환경운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외적으로는 환경 영화제도 하고 다큐멘터리도 할 생각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올 연말에 세계적인 규모의 환경 영화제를 하게 된다. 그런 활동을 통해 환경재단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프레시안 : 재단을 운영하는데는 재정이 중요한 관건 아닌가.
최 열 : 그래서 기업이 환경문제 해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만분 클럽'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이 자기가 번 돈의 1만분의 1을 투자하자는 것이다. 이름이 가지는 또 다른 의미는 그 같은 활동을 하는 기업을 1만개 만들자는 뜻도 있다. 유한킴벌리 같은 경우 연 매출액이 8천7백억이라고 한다. 그러면 8천7백만원을 내는 것이다. '만분클럽'의 회원들로부터 나오는 돈을 가지고 앞서 말한 지원사업을 하는데 충당할 계획이다.

***"盧 환경 철학이 없다"**

프레시안 : '지속가능한 개발'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속가능성'과 '개발'은 여전히 상충한다. 새만금 사업이나 최근의 핵폐기장 문제, 경인운하 사업도 그렇고…
최 열 :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말은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은 단어다. 일반 국민들이 들을 때는 마치 지속적으로 개발하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뜻은 생태적으로 건전한 개발이다. 다음세대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생태적으로 건강한 개발을 하자는 말이다.

문제는 우리가 유럽이나 미국이 수백년동안 이룩한 산업화를 30~40년 만에 했다는 데 있다. 부작용이 많지 않을 수 없었다. 60년대에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은 하늘을 보고 '원더풀' 했다고 하지 않나. 그러나 지금은 하늘이 없다. 왜 그렇게 됐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돈벌레가 됐다는 느낌이다. 돈은 자본이다. 그러나 돈은 생명이 없다. 윤리도 없고 도덕도 없다. 환경은 어떤가. 환경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다. 생명가치라는 말이다. 내가 옥중에서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 '노자', '장자'다. 장자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생명을 중시하면 이익을 가볍게 여기니라.' 우리사회는 이익을 중시하지 않나. 이익을 중시하면 생명이 가벼워지고 생명의 원천인 환경이 무너진다.

우리나라는 토목국가다. 토목을 통해 이익을 추구한다. 끊임없이 무얼 만들고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다. 새만금, 동강을 비롯해서 경인운하 사업들이 그렇다. 이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소수다. 그러나 결집돼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훨씬 많다. 그러나 느슨하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결집된 소수가 느슨한 다수를 지배해 왔다. 그래서 느슨한 다수를 결집시키는 것이 운동이라고 보는 것이다. 국민들 하나하나가 분노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민들이 결집하지 않으면 포기하지 않는다. 새만금도 그렇고 동강도 마찬가지다. 실천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프레시안 :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 오늘 노무현 당선자가 사업은 계속 추진하되 재조정 해보겠다는 발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최 열 : 새만금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농지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도 말이 안되는 것이다. 철학적인 바탕이 없다. 농지 때문에 한 것인데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일단 중단시켜 놓고 얘기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계속 진행을 하면서 농지 대신 뭘 하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깊이 있는 생각을 안 하고 마구잡이로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 수준으로는 안된다.

환경에 대해서 그렇게 개념이 없다는 것이 오늘 새만금에 대한 발언에서 나온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말처럼 보이지만 철학적 바탕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프레시안 : 노무현 당선자의 환경정책에 철학이 없다는 말인데, 그런 면에서 새 정부의 환경정책에 관해 조언을 한다면.
최 열 : 선거 과정에서도 노 당선자는 환경문제에 관해서 일절 언급을 안했다. 하긴 했는지 모르겠지만 신문에 난 것을 못봤다. 인수위에도 환경분과가 없다. 21세기는 환경의 세기이고 환경을 바탕에 두지 않고는 아무것도 얘기가 되지 않는다. 부시도 이번 연두교서에서 환경문제를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부산공해문제연구소 이사를 한 사람이다. 고건 총리 지명자는 환경운동연합 대표를 했던 분이다. 임채정 인수위원장도 내가 공해문제연구소를 처음 만들때부터 이사를 맡아서 정치권에 갈 때까지 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런 분들은 언젠가 만나서 옛날을 상기시킬 것이다. 우리가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도 다 동의하는데 어떻게 환경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하느냐고 따질 것이다.

클린턴이 취임하면서 첫마디가 "쾌적한 환경에서 강한 경제가 나온다"고 했다. 우리는 아직도 오염된 환경에서 강한 경제가 나온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그런 발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슨 개혁을 하고 진보를 하나. 그것은 개혁도 진보도 아니다.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 개혁인가. 다음 세대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개혁인가. 빠른 시일에 만나서 그 부분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다른 부분은 회복이 될 수 있지만 환경은 파괴되면 복구할 수가 없다.

***"정치개혁을 국회의원들에게만 맡길 수 있나"**

프레시안 :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화제다. 적극적인 참여와 연대냐, 비판적 거리두기냐의 문제인데, 어떤 생각인가.
최 열 : 일단 이 정부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성격은 인선에서 나온다. 사람을 봐야 뭘 알아도 알지 않겠나. 청와대와 각료가 구성이 되면 이 정부 성격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개혁적으로 구성된다면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개혁적이지 않으면 도와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때는 정부가 개혁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나름대로 공격을 할 것이다. 우리가 직접 참여하는 것과는 별개로 개혁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개혁을 하도록 조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우리는 잘할 때는 받쳐주고 왜곡돼 간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칠 것이다. 권력은 항상 부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월6일 시민단체 신년회에 노 당선자가 온 것도 내가 오라고 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나는 노 당선자에게 폭군은 국민의 소리를 편청하고 훌륭한 임금은 국민의 소리를 경청한다고 했다. 앞으로 그런 쪽으로 요구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개혁, 관료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노무현 당선자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 사람들 마음에 들기 위해서 간다면 노 당선자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은 떠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진심으로 국민들에게 보일 때 노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인정을 해준다.

프레시안 : 얼마전 여야 의원들과 정치개혁추진 범국민협의회(가칭)를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하나.
최 열 : 2000년에 총선연대 활동을 했다. 부패한 정치인, 과거 군사정부에 협조한 정치인, 무능한 정치인, 지역주의적 정치인들에 대해서 낙선운동을 펼쳤고 상당한 호응도 얻었다. 그러나 시스템이 안바뀌니까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난다. 시스템을 바꾸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당개혁이다. 지금 정당은 한마디로 고비용 저효율이다. 돈이 안드는 쪽으로 가려면 현재 같은 지구당 운영 시스템은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밀실공천, 하향식 공천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개혁을 국회의원들에게만 맡길 수 있나. 그 사람들은 환자다. 환자에게 스스로 수술을 하라고 할 수 있나. 그래서 이번에 생각한 것이 정치개혁시민연대를 만들었고 김원기, 홍사덕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을 만났다. 만나서 얘기한 것이 개별 의원들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혀 개혁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의 참여는 스크린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민주노동당, 개혁당, 시민단체 및 각계 인사들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몇 차례에 걸쳐 정치개혁에 관한 안건을 가지고 TV 토론을 하고 거기서 나온 결과물을 국회에 공식 건의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국민의 여론으로 제안한 것을 국회에서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이번에는 정말로 최소한의 정치개혁의 틀은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 낙선운동을 또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시민단체가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반대하는 견해도 적지않다.
최 열 : 물론이다. 나는 그런데 신경 안 쓴다. 모든 운동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견을 다 모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용이 없어지기 쉽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이용당하지 않느냐, 정치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들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가 증명해 줄 것이다. 하는 내용에 따라 심판을 받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받는 것이다. 하는 행동으로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여태까지는 시민단체들이 정치개혁을 국회의원들과 함께 한 적이 없었지만 운동적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다. 우리가 원칙을 지킨다면 그 수준만큼 변화가 된다고 보고 정치권에도 합리적 의정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로만 개혁을 외치고 대의에서 어긋나는 사람들은 행동을 통해서 다 드러나게 돼 있다.

프레시안 : 최 총장은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입각설은 끊임없이 나돈다.
최 열 : 그런 제안을 일곱 번인가 받았지만 정치 참여를 안 한다고 했다. 오직 환경운동만을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프레시안 : 본인이 아니더라도 시민운동가 출신들이 새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최 열 : 시민단체의 상징성을 가지는 사람들은 새 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징성을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만약 나하고 박원순 변호사가 새정부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보라. 그걸 이해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좋은 일 하려 들어간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시민단체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게된다. 그래서 그건 안된다고 본다.

그러나 시민운동을 했던 전문가들이 개별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뭐라 할 수 없다. 그 사람들도 전문가다. 전문가로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운동 차원에서도 큰 악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들어간 사람들은 잘 해야 한다.

***"기능주의 활동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자유로운 참여가 보장돼야"**

프레시안 : 정치상황의 변화 때문인지 시민운동도 전환기에 처해있다는 얘기들이 많다. 과거의 시민운동과 앞으로의 시민운동이 달라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 열 : 나쁘게 말하면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관료화됐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속된말로 건방진 태도도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사회 각계에는 한 분야에서 10년~20년씩 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시민운동에서 기껏해 봐야 3~4년 한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언론에서 자기 얘기를 막 실어주니까 진정한 그 분야 전문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모른다.

물론 활동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파김치가 되고 머리가 비게되고 하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지탱해 주는 것은 일차적으로 회원들이다. 회원들이 아무조건 없이 1만원씩 내면서 관심도 가져준다. 그런 회원들이 소외된다. 회원들을 돈만내는 존재로 보게 되면 큰일난다. 그런 경향도 나타난다고 본다. 막상 일을 하는 것은 우리이고 회원들은 회비만 내는 후원자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으로 가면 안된다고 본다. 그 부분에서 깊이있게 생각해 봐야 한다.

프레시안 :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도 시민운동이 구조적으로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최 열 : 과거에는 일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였다. 그러나 이제는 주 5일 근무도 하고 옛날같이 밤새우는 일도 줄어들고 있다. 국민들 학력도 높아지고 나라를 위해서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부풀어오르고 있다. 이것을 상근자 중심으로 처리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상근자들끼리 하면 일처리는 효율적이고 빠르다. 그러나 이제는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원들 중에서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회원들의 활동은 시민단체에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들 개개인이 성취의식을 갖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부분에 소홀하면 안된다. 지금은 환경연합 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에 가봐도 회원들이 와서 앉아있을 공간조차 없다. 회원들이 언제든지 찾아가서 자료도 보고 얘기도 나눌 수 있도록 살아움직이는 조직이 돼야지 상근자들이 기동적으로 모든 일처리를 담당하는 구조는 달라져야 한다. 기능주의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최근들어 시민운동단체 스스로 문제를 노출한 사례도 늘고 있다. YMCA 사태가 대표적인데…
최 열 : YMCA는 금년으로 1백년이다. 그런 YMCA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업기구가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도 환경운동연합의 이미지를 가지고 장사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에코 생협만 하고 있지 않나. 사업기구를 확장하다 보면 활동의 중심이 돈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사업이 필요없다고는 할 수 없다. 사업을 지나치게 하다보면 운동조직이 사업조직의 악세서리가 된다고 생각한다. YMCA가 그런 상황이다. 수영장을 하고 학원을 하고 호텔도 한다. 이런 것들이 중점화되니까 운동조직이 죽어버린 것이다.

프레시안 : 지난 10여년간 큰 주제를 다루는 몇몇 시민사회단체들은 자리를 잡아왔는데 상대적으로 작고 세세한 문제에 천착한 단체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시민운동의 현주소가 아닌가.
최 열 : 우리가 이슈를 더 많이 팔 수도 있다. 예를들어 만약 환경연합이 기업과 관련된 일을 하면 더 많이 벌일 수 있다. 그러나 대응 선택의 문제가 있다. 동강이라든지 새만금이라든지 하는 부분에 주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다. 환경재단에서 영화제를 한다는 것도 이미지를 만들고 이슈를 만들자는 것이다. 단체는 단체의 정체성을 국민들에게 인정받아야 성공한다. 그것이 안되면 단체는 단체대로 힘들고 상근자들은 상근자대로 힘들게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환경연합이 이만큼 성장한 데에는 최 총장의 리더십과 관리능력이 탁월했다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기업으로 치면 훌륭한 CEO 역할을 해 왔는데, 후임 서주원 총장을 비롯해 어려운 시기에 시민운동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2세대 리더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운영의 원칙이나 소신을 말한다면.

최 열 : 제일 중요한 것은 결단력이다. 여러 의견을 들어서 빨리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된다. 그리고 잘못되면 자기가 다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겸손하라고 말한다. 갑자기 유명해지면서 자기가 굉장한 전술전략 단위가 된 듯이 착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마지막으로 우리보다 어려운 단체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연대활동을 하면 나는 대부분 양보해 왔다. 행사 하나를 해도 사람도 우리가 많이 지원하고 돈도 많이 대는 편이다. 우리 것만 주장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앞으로 시민운동이 중장기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최 열 : 운동성은 점점 줄어든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에도 학생운동이 활발할 때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 나와서 시민운동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학생운동이 죽으면서 시민단체 운동가들도 상당히 고령화돼 있다.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도 몇 개 규모가 있는 단체에는 사람들이 오지만 조그만 단체에는 사람들이 오질 않는다. 설령 사람들이 간다 해도 그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교육시킬 정도의 운동 수준이 못된다. 기업체나 공무원들은 몇 달씩 교육을 받지 않나. 그런데 시민단체는 다음날부터 바로 일 시키는 꼴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그래서 시민단체들도 활동가들에게 임금 권장치를 줘서 최소한의 물적 기반을 만든다거나 목표를 부여해 줘야 한다. 예컨대 5년 활동을 하면 대학원 교육을 시켜준다든지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활동가가 되겠다고 오지 않는다. 그러면 운동은 죽는다.

그런 시기가 벌써 왔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내가 시민단체들을 돌아다니면서 참 잘하고 있구나라고 느낀 경험이 점점 줄어든다. 바쁘게 왔다갔다는 하는데 정말로 체계화돼 있다고 보여지는 단체는 많지 않다. 시민단체연대회의 차원에서 활동가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시민단체에서 5년 정도만 하면 한국사회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만들어야 한다. 평준화돼야지 몇 단체에서만 잘나서는 안된다. 그 부분은 운동을 하는 선배 그룹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이 길을 가는 후배들은 가장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 때는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몸은 던진 사람들이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의미있는 일에 단돈 5천원, 1만원이라도 내면 그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프레시안 :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하며, 앞으로 더 왕성한 활동 기대하겠다.
최 열 : 프레시안도 부쩍 성장했던데, 앞으로 더 중요한 일 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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