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대북송금 파문의 해법에 대한 여야 시각차가 크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과 민주당은 관련자들이 국회에서 비공개 증언을 한 후 대통령이 최종적인 입장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사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측도 여야가 당사자들의 국회출석 비공개 증언 방식에 합의할 경우 이에 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대통령과 관련자들의 직접 해명도 이뤄져야 하나, 이는 특검제와는 별개이며 민주당의 반대시 단독으로라도 특검법 처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관련자들이 먼저 밝히고 대통령이 대미를 장식해야”**
노 당선자는 6일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이 문제로 우리 사회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면서 "국회도 청와대도 이런 취지를 이해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협조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고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이 전했다.
노 당선자는 특히 "국회가 적절한 수준의 결정을 내려 빨리 매듭지어 줬으면 한다"면서 "국회가 결단하지 않으면 이 문제가 매듭되지 않은 채 소모적 논쟁만 끝없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진상은 밝혀져야 하지만 외교적 파장과 국익을 고려해 진상규명의 주체와 절차, 범위 등을 국회가 판단했으면 한다”는 원칙을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진상규명 범위에 대해선 "그것을 국회가 결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고 “청와대가 무엇을 양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사건의 조속한 매듭 취지에 맞게 협조해 줬으면 하는 기대를 말한 것으로, 청와대가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노 당선자의 이 같은 발언은 대북송금 파문을 취임 전에 맺듭짓지 않으면 새정부 출발부터 소모적인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발언이다. 이에 따라 관련자들의 국회 증언방식에 대한 여야 합의를 촉구하는 한편, 청와대도 이에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는 "대통령의 사람들이 국회에서 비공개로 밝힐 것은 밝힌 뒤 대통령은 (여야 합의 이후) 나중에 대미를 장식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면서 "그게 바람직하고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문 내정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김 대통령의 대북송금 ‘전모공개 불가’는 "뒤집어 생각하면 비공개로는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며 "비공개라면 대통령의 사람들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내정자는 "국회 정보위는 비공개가 원칙이고 다른 상임위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국회가 결의하면 비공개 할 수도 있으므로 그런데서 대통령의 사람들이 밝힐 것을 밝히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은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 등이 국회에 출석, 비공개 증언을 한 뒤 여야합의로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고 최종적으로 김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국민에게 직접 입장을 밝히는 수순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날 “비공개 규명의 구체적인 방식은 국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며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입장이 결정된바 없다”면서도 “다만 관련 당사자가 국회의 관련 상임위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비공개 증언 방식을 놓고 의견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특검제로 공개 규명은 국익에 도움 안된다”**
민주당도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더라도 김 대통령이 나서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국민과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며 청와대측의 결단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특히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특검제를 통한 사태 해결은 남북관계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원기 의원은 6일 "대통령이든 다른 당사자들이든 국민 의혹이나 정서로 봐서 지금 정부가 취하는 자세보다 좀더 진솔하고 자세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성호 의원도 5일 “국민에게 공개 못할 것까지 모두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며 비공개로밖에 할 수 없었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정보위에서 비공개로 야당에 설명하는 방식을 주장했다.
정균환 총무는 6일 오전 K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대북송금 전모를 특검제로 공개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국익과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된다"며 "관련 국회 상임위에서 관련자를 증인, 참고인으로 불러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비공개할 것은 비공개해야 한다"고 국회 증언방식을 주장했다.
정 총무는 "구체적인 사항이외에는 국민에게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직접 관련자가 국회에 나와 증언하고 정상회담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도 말끔히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무는 "북한이 현재 법적으로 반국가단체인데 이 단체와 접촉, 많은 성과를 이뤄냈으나 공개하지 못할 일도 많고 초법적으로 처리할 일도 있는 점을 감안, 우리의 법으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우리 법으로 처벌하면 남북관계는 끝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검제와 대통령 사과는 별개”**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진실 고백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면서도 특검제 도입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정균환 총무와 같은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한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선 특검제 밖에 없으며 이달 안으로 특검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면서 "사법처리 여부는 특검 결과에 따르면 되는 것이고 우선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특검제를 거듭 주장했다.
이 총무는 관련자의 국회증언 방식을 통한 해법에 대해 "대북지원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종래 상임위 증언의 경우 대부분 해명.변명의 기회를 주는 것이지 진실을 밝히는 데는 역부족이었으며, 계좌추적권도 없는데 어떻게 진실을 밝히느냐"고 반론했다.
이 총무는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 해명.사과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당연한 도리이나 특검법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엄청난 국민의 분노와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희태 대표권한대행도 이날 오전 국회 대표연설에서 “대북 뒷거래 사건의 실체를 철저히 파헤치고 관련자를 엄단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며 특검제 불가피성을 강조한 뒤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앞에 나서 진실을 고백하고 사죄해야 하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언급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행은 이어 “노무현 당선자도 말바꾸기만 거듭하지 말고 국회에 제출된 특검법안이 하루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특검도입을 놓고 7일 총무회담을 다시 열어 협상을 계속키로 했으나 여야 입장차이가 현저해 합의점 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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