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남양유업 욕하며 남양우유 먹으라 홍보"하는 기막힌 사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남양유업 욕하며 남양우유 먹으라 홍보"하는 기막힌 사연

천안 축산농가, 남양유업 앞에서 보름째 안타까운 시위

남아도는 우유 처리문제로 고심하던 우유업체들이 농가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우유를 반값에 사들이기로 해 축산농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남양유업 천안공장에 우유를 납품하던 5백여 농가의 협의체인 연합낙우회는 매달 3억여원에 달하는 원유값 미지급분을 돌려 달라며 지난 21일부터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매일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젖소 인형>

***‘할당량 넘는 양은 반액 지급’ 일방통보가 화근**

우유 과잉생산 문제는 새삼스런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문제의 발단은 남양유업이 원유 생산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축산농가의 생산 가능량보다 훨씬 적은 양의 물량을 농가에 할당하고 이를 넘어서는 양에 대해서는 반값만 지급하겠다는 '차등 가격제' 실시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서 시작됐다.

남양유업에 우유를 납품하는 천안지역 5백여 축산 농가는 남아도는 우유 문제를 협의하고 회사와의 협상을 위해 지난해 9월 연합낙우회를 결성했다. 남양유업도 모든 사안을 연합낙우회를 통해 협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약속을 깨고 지난해 12월16일부터 차등 가격을 통보, 매달 3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축산농가들은 이같은 우유업체의 일방통보에 크게 분개하고 있다. 돈을 제대로 받아 원유감산 정책에 스스로 적극 대처하겠다는 게 그동안 이들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연합낙우회 조규용 회장은 “우리도 원유 감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무조건 부정하지만은 않는다”며 “미지급분 3억원은 농가의 자체적인 도태에 대한 보상금으로 쓸 작정이었다. 최소한의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남양유업의 일방통고에 분개했다.

***“남양유업 욕하면서도 남양우유 먹으라 홍보하는 기막힌 사연”**

흔히 어떤 기업에 대한 저항운동을 펴면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고 배달호씨 분신사태를 계기로 두산중공업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파업중인 노동계가 최근 두산그룹 제품 불매운동을 펴고 있는 것이 그런 대표적 예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연합낙우회 회원들 30여명은 매일 오후 2시부터 항의시위를 한 후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남양우유 홍보활동을 벌인다. 그렇게라도 해야 우유 판매량이 늘어나서 농가 피해가 최소화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이다.

연합낙우회 윤여임씨는 “남양우유 욕하고 데모하면서도 남양우유 먹으라고 홍보하는 것이 참 기가 찹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위 기간중 있었던 몇차례의 협상에서 회사측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조 회장은 전했다. 그는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실과, 돈은 농가의 몫이라는 것을 인정하긴 하더라”며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고 답답한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남양유업은 현재 두차례에 걸친 프레시안의 인터뷰 요청에도 "관계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피켓든 할머니>

***"무조건 우유만 짜라"던 정부는 지금 어디 있나**

최근 2년 동안 낙농업계는 남아도는 우유 문제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근원은 축산농가들의 표현을 빌면 "그 놈의 수입개방" 때문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량은 실제 소비총량을 밑돌고 있다. 하지만 수입개방으로 값싼 모조분유가 저관세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급작스레 ‘생산과잉’ 상황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들어 우유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여서 수요 측면의 상황도 좋지 않다.

정부와 낙농진흥회는 이에 고육지책으로 우유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남는 우유 값을 적게 지급한다는 '잉여원유 차등가격제'를 지난해 11월부터 실시했다. 낙농업자들을 도태시키기 위한 정책이었다. 모든 잘못을 낙농업자들에게 전가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낙농업자 중에서도 하루살이가 빠듯한 소규모 낙농업자들을 우선적으로 도태시키는 잔혹한 정책이기도 했다.

이에 낙농가들은 차등가격제가 감산정책이 될 수 없다고 반대했고, 실제로 실시 3개월이 지난 현재 감산은커녕 오히려 생산이 더 늘어 축산농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배정식 과장은 “과거에 ‘무조건 (우유를) 짜라 다 받아줄게’ 하던 정부가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낙농가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며 “정부는 소비확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그래도 안 되면 실질적인 감산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나 군부대에 급식을 확대하고 우유용기 표준크기를 크게 하는 등의 노력으로 최대한 소비를 늘이고 그래도 안 될 때 폐업을 전제로 모든 소를 도축해 정부가 수매하는 ‘바이아웃’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그간의 시설투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실질적인 감산정책’이다.

천안지역 축산농가의 외침은 사실상 전국의 축산농가의 불만과 걱정을 대변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전체 낙농업에 대해 정부와 유업체가 어떤 성의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예의주시할 때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