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원 불법도청 의혹,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의혹 등 대선기간에 제기된 비리 및 의혹 사건에 대한 강력한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선기간 중 상대방을 향해 제기한 고소고발을 대부분 취하키로 했음에도 인수위가 이같은 방침을 천명함에 따라 사건에 관계된 국정원,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수위측은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처방' 쪽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국정원과 금감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및 네거티브 공세를 주도한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적 압박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청ㆍ4천억 대출의혹 등 짚고 넘어가겠다"**
인수위의 고위 관계자는 2일 연합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 도청 의혹, 현대상선 4천억원 대출 의혹 등 대선 과정에서 등장한 각종 의혹과 관련, "짚고 넘어가겠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사실이라면 왜 일어났는지 알아볼 것"이라며 "인수위 활동 과정에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현 정부의 실정이나 비리의혹에 대해 짚을 것은 당연히 짚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인수위는 당선자가 향후 5년간 지도로 삼도록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는 등 미래지향적으로 갈 것"이라면서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나중에 할 수도 있고, 과거에 대한 책임추궁은 사정당국에서 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 인수위는 책임 규명, 처벌보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역점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국정원 개편 시작되나**
이같은 인수위 발언은 정치권에서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도청의혹 진상조사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권력기관, 그 중에서도 특히 국가정보원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인수위측은 국정원 개편이 워낙 민감한 사안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해 그동안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 표명을 꺼려왔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국정원장을 비롯한 권력기관장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를 지난해말 재차 천명한 데 이어, 인수위측이 도청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국정원 개편과 관련한 노 당선자의 개편 구상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여진다.
노 당선자는 한나라당이 국정원 도청 의혹을 제기한 지난해 11월 국정원을 '해외정보처'로 축소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정치,경제 등 관련활동을 폐지하겠다는 얘기였다. 따라서 정가에서는 이를 기초로 국정원 개편에 대한 시나리오가 구체화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정원 도청 의혹 조사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대단히 파괴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도 하다.
정형근, 김영일, 이부영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선직적인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국정원의 현역 간부가 제보한 국정원의 도청 내역이라고 주장하는 문서를 두 차례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 신건 국정원장 등 당사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었다.
따라서 진상조사 결과 '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만약 이들 자료가 한나라당 주장대로 국정원 도청 내용으로 밝혀질 경우 국정원은 대대적 수술에 들어가 그 위상이 격하될 전망이다. 또한 이들 자료를 한나라당에 제공한 국정원 간부에 대해선 사법처리가 예상된다.
반대로 국정원 주장대로 한나라당 자체감청 자료일 경우에는 이를 주도한 한나라당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메가톤급 정치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4천억 현대상선 의혹도 메가톤급**
그동안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현대상선 4억달러 대출의혹에 대해서도 인수위측이 진상 규명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산업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산업은행이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지원한 긴급자금 4천9백억원이 현대아산을 통해 북한에 제공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래, 엄낙용 전 산은총재가 청와대의 대출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사건이 확산되자 당시 노무현 후보측은 검찰의 계좌추적과 금융감독원의 조사 및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자진 퇴진을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처방을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산은과 금감원 등 유관 금융기관 및 DJ정권 대북책임자 라인, 경우에 따라서는 노무현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대로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에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국민적 의혹 해소, 권력기관 개편**
이날 인수위측이 도청의혹과 4억달러 대출 의혹 대한 진상규명 의지를 표한 것은 대형 미제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 해소 차원에서도 반드시 해명돼야 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대선 이후,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재수사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상호 고소고발 취하라는 구태의연한 접근법을 택하려 하고 있어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과연 노무현 인수위가 이들 의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씻어버리는 효과와 함께 차제에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대대적 권력기관 구조개혁을 단행할 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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