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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말’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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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말’로는 부족하다

<기자의 눈> 개혁입법ㆍ선거제도변경 추진돼야

대선 직후 정치권 전반에 휘몰아치는 화두는 단연 정치개혁이다.

대선 패배 후 일대 격랑에 휘말린 한나라당은 ‘쇄신’을 기치로 인적 청산과 당 개혁에 대한 주장이 강도높다. 선거에서는 승리했으나 ‘낡은 정치’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민주당도 개혁의 속도와 수위를 놓고 당권파 및 개혁파의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이다.

대선의 승패를 떠나 양당이 겪고 있는 과정은 낡은 정치구조 청산을 위한 필연적 진통이라는 면에서 일단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정당·정치개혁의 논의가 그동안의 되풀이처럼 단순한 전시성 행사로 끝나거나 당내 정파나 계보간의 이전투구의 명분으로 전락할 경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개혁방안도 제도화하지 못하면 휴지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당·정치개혁, ‘말’로는 부족하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계개편 논의가 전면화 될수록 각 당, 각 계파의 정당개혁 구상은 봇물처럼 쏟아질 전망이다.

정당개혁의 구체적 방법론을 보면 한나라당에는 벌써부터 지도부 문책론에서 세대교체론, 원내중심정당론, 정계개편론에 이르기까지 백가쟁명식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도 정당개혁 방안으로 동교동계로 대변되는 기존 당권파의 2선 퇴진과 중앙당 구조의 축소, 진성당원화, 국회중심 정당으로의 개편 등이 논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논의는 정당 내부의 자율적인 인적 물갈이와 당헌당규 개정 등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 존재한다. 따라서 각 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인적청산과 거대한 정당구조 청산, 원내정당으로의 전환 등이 현실화될지는 정당개혁 의지 차원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정치권의 개혁 논의가 근본적인 제도개선으로까지 이어져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준으로까지 발전하느냐이다.

***정치개혁입법·선거제도 변경 추진해야**

때마침 양당 총무가 1월 임시국회 개회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그동안 뒷전으로 내몰린 각종 정치개혁 법안이 처리될지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1월 임시국회가 열린다면 당장 주요 공직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법 처리가 시급하다. “국가정보원장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주요 권력기관의 수장들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실시하겠다”는 노무현 당선자의 약속이 실천되기 위한 조건이다.

또한 지난 정기국회에서 모조리 무산됐던 정치자금법 등을 포함한 정치개혁법안, 부패방지법안 등 개혁법안의 입법화도 정치개혁을 위한 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최근 정치권에 급부상한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도 이번 기회에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노무현 당선자가 지역편중 정당구도 해체와 정치세력 연합 등을 통한 정치질서 재편 수단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거듭 제기했고, 민주당 박상천 정균환, 한나라당 최병렬 안영근 의원 등도 같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논의의 여건은 충분히 마련됐다.

중대선거구제는 선거구 크기를 확대하되 3~5인의 국회의원을 선출하게 함으로써 특정지역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폐단을 막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특정 지역에 기반한 지역정당 구조의 폐해가 적잖이 드러난 만큼 선거구제 전환은 정치권의 조속한 합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현재 지방자치선거에 적용하고 있는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도입 여부도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할 과제다.

***정치개혁 제도화 지금이 최적기**

현재 각 당의 정치개혁 논의의 초점은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과 이에 따른 인적청산 테제에 매몰돼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몇몇 인사들의 표면적인 물갈이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개혁의 확고한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정치개혁의 제도화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정계개편이든 당의 환골탈태든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본격화되면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한층 구체화된 형태로 발현될 터이다.

기대는 충족돼야 만족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정치개혁의 시금석이 놓여질 최적기는 지금이다. 정치권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을 정확히 읽어낸다면 정치개혁을 위한 법적,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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