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주택개발업체인 (주)세경진흥이 "지난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측에 22억원의 선거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국정원 도청의혹'에 이어 대선 정국이 또 다른 폭로전에 휩싸일 전망이다.
(주)세경진흥 김선용 부회장은 2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한나라당을 상대로 원금 반환청구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후보 부인 한인옥씨와 동생 이회성씨의 연루설을 주장하며 이를 즉각 쟁점화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전형적인 중상모략"이라며 반박했다.
***"97년 대선 당시 이 후보측에 22억 제공했다"**
김씨는 이날 "97년 11월과 12월 이 후보측에 전달한 것"이라며 자기앞 수표 3장(4억원)의 번호, 금액 등을 적은 자료와 어음 4장(18억원)의 사본과 번호, 액수 등을 적은 자료 등을 제시했다.
김씨는 자금제공의 배경에 대해 "세경진흥은 94년부터 부천 범박동 재개발사업을 추진했으나 검찰의 편파수사를 당한 끝에 97년 3월 사업을 포기했다"며 "검찰 수사 배경에 당시 신한국당 실세 3명의 영향력이 있다고 확신하고, 이 후보에게 줄을 대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당초 미국의 선거전문가 S씨와 D씨의 선거캠페인 용역비를 대신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가, 한나라당측에서 미국의 선거전략가를 불러오는 것에 난색을 표명하고 직접 이 후보측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며 "세경의 자회사인 ㈜ISD를 통해 수표와 어음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97년 11월5일 세경 회장인 이모씨를 통해 이 후보 친인척 L씨에게 수표 2억원을 전달했고, 11월13일에는 소공동 롯데호텔 이 후보 캠프사무실에서 이 후보 측근인 L,H,S씨 등이 있는 자리에서 19억원을 전달하기도 했으며, 12월2일에는 수표 1억원을 이 후보측 요청으로 여론조사기관에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이 후보의 측근들은 거액의 자금을 제공받았음에도 기양건설 김병량 회장을 비호했고, 기양건설은 세경이 추진중인 한남동 단국대부지 개발사업마저 탈취하기 위해 온갖 모함과 방해를 벌였다"며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TV에서 '정치자금도 어음으로 받느냐'고 한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한인옥씨는 10억, 이회성씨는 22억 수뢰"**
민주당은 (주)세경진흥 측 '22억 제공설'을 쟁점화하며 '국정원 도청의혹'에 대응한 맞불 공세를 폈다.
조순형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회성씨는 국세청을 동원, 기업으로부터 대선자금을 모금한 '세풍' 사건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면서 (주)세경 측이 자금을 제공했다는 이 후보 친인척 L씨가 동생 이회성씨라고 못밖았다. 또한 "더더욱 우리를 분노케하는 것은 이 사건이 한인옥 여사가 1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사업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또 "한나라당이 지난 6월 범박동 재개발비리에 대통령 친인척과 권력실세의 연루혐의가 짙다며 비리의혹 조사특위를 구성하고 국정조사까지 요구했다가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이유가 분명히 드러났다"며 "그것은 바로 한인옥씨는 10억원, 이회성씨는 2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이어 "이 후보는 부인에 이어 친동생까지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이 드러난 만큼 진실규명에 협조해달라"며 "나라의 부패청산을 외치기 전에 자신과 가족부터 돌아보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 위원장은 "이 후보는 TV토론 등에서 '기양은 공적자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으나 한나라당 '범박동재개발비리조사특위'에서 작성한 문건을 보면 '기양건설 헐값매각으로 공적자금 440억원이 증발됐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낙연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두 아들의 병역면제, 친동생이 주도한 대선자금 167억원 모금, 안기부예산 1천197억원 총선 전용, 출가한 아들.딸까지 114평 호화빌라 3채에 나란히 거주한 일, 부인의 10억원 수수, 동생의 22억원 수수 등 이렇게 부패한 대통령후보는 대한민국 역사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또 "이토록 부패한 후보가 대통령이 될 리도 없지만 만의 하나 대통령이 된다면 사상 최악의 부패정권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한나라당, "전형적인 뒤집어씌우기식 중상모략"**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전형적인 중상모략", "제2의 김대업 정치공작"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2일 논평을 내고 "전형적인 뒤집어씌우기식 중상모략"이라며 "불법도청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자 어떻게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 보려는 속보이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남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제2의 김대업 정치공작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하고 "정치공작은 대선 때만 되면 도지는 민주당의 고질병으로, 선거 참패가 자명해지자 정치공작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동생 이회성씨도 해명자료를 통해 "세경진흥의 김선용씨는 물론 이모 회장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으로 황당무계한 일"이라며 "호텔에서 1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돈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런 자리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S씨도 "듣도 보도 못한 사람으로 검찰이 부풀리기 수사를 할때는 안나오던게 어떻게 지금 그런 식으로 나올 수 있느냐"고 부인했고 H씨는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으며 나는 당시 외교관계를 담당한 특보였는데 왜 내 이름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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