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도청자료'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정원 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박관용 국회의장이 "나도 지난 3월 도청당했다"며 직접 개입했다.
특히 박 의장은 "국정원 도청이 분명하다"며 국정원법 개정 방침을 밝히는 등 국정원의 불법 도청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또한 박 의장은 한나라당이 28일 공개한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된 '문건'을 거론, 한나라당이 예고한 추가 도청자료 공개가 임박했음을 드러냈다.
***"국정원이 휴대전화도 도청하는 게 분명하다"**
박 의장은 29일 기자들에게 "(한나라당이 확보한) 도청자료를 보니 내가 대화했던 내용이 너무나 소상하게 나와있어 깜짝 놀랐다"면서 "그 중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식사약속, 부산에 거주하는 개인 후원회장, 김도언 전 의원과의 대화 내용 등 나말고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특히 나는 개인후원회장과 전화할 때는 도청을 우려, 휴대전화로 하는 것이 통례"라면서 "그런데도 대화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는 것은 국정원이 휴대전화도 도청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이어 "비록 내가 도청됐을 당시는 국회의장 신분은 아니었지만 의장 신분인 지금도 나의 대화가 도청된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국민 모두가 이런 불안감을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국정원법을 반드시 개정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신건 국정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도ㆍ감청 자재를 전부 공개, 국민이 보는 앞에서 완전 폐기처분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어떤 일이 야기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 시대에서 도ㆍ감청을 한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있을 수 없는 행위"라며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기에 앞서 국회에서 국정원법을 개정,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추가 도청자료 공개 예고**
박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도청 문건의 출처ㆍ작성자ㆍ진위여부 등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정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박 의장이 이날 언급한 자신과 관련된 도청 자료는 한나라당이 28일 공개한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어서 한나라당이 박 의장 등 추가 문건에 포함된 대상자들을 상대로 문건 2차 공개를 위한 확인작업에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일 사무총장은 28일 문건을 공개하며 "여기 나와있는 것은 1차 입수한 것"이라며 "확인 절차를 거쳐 추가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더욱이 박 의장은 국회의장에 취임하며 당적을 떠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도청 문건'의 진위에 대해 한나라당측 주장을 기정사실화 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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