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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60>

제6강 논어(論語)-19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顔淵)

民信之(민신지) : 使民信之 백성들이(民) 그(之)를 믿고 따르게 한다.(信)
必(필) ; 만약.
何先(하선) : 무엇을 먼저.
信(신) : 믿음. 信은 人 + 言의 회의(會意)로서 그 말을 신뢰함을 뜻한다.
함부로 말하지 않는 까닭은 그것을 지키지 못할까 두려워서이다.
政(정) : 正. 바르게 하는 것. 뿌리를 바르게 하여 나무가 잘 자라도록 하는 것.

“자공이 정치에 관하여 질문하였다. 공자가 말하기를 정치란 경제(足食), 군사력(足兵) 그리고 백성들의 신뢰(民信之)이다. 자공이 묻기를 만약 이 3가지 중에서 하나를 버리지 않을 수 없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려야 하겠습니까? 군사력을 버려라(去兵). 만약 (나머지) 2가지 중에서 하나를 버리지 않을 수 없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하겠습니까? 경제를 버려라(去食). 예부터 백성이 죽는 일을 겪지 않은 나라가 없었지만 백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설 수 없는 것이니라.”

이 구절은 정치란 백성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며 백성들의 신뢰가 경제나 국방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천명한 구절입니다.

자공(子貢)은 호상(豪商)으로서 공자의 주유(周遊)에 동참하지 못함을 반성하여 공자 사후 6년을 수묘(守墓)한 제자입니다. 그리고 공자 사후에 그의 재산을 들여 공자교단을 발전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그리하여 공자는 자공과 함께 부활하였다고 하지요.

공자가 정치에 있어서 신(信)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천명하는 까닭은 물론 그 기능적 측면을 고려해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국경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신(信)만 있으면 백성들은 얼마든지 유입될 수 있었지요. 그리고 백성이 곧 식(食)이고 병(兵)이었습니다. 백성으로부터 경제도 나오고 백성으로부터 병력(兵力)도 나오는 법이지요.

‘난중일기(亂中日記)’를 읽어보면 충무공의 전략전술과 군량미도 그리고 병력 역시 민(民)에서 나왔으며 민신(民信)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을 고로(古老)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에서 충무공의 소위 해상 게릴라전의 전술도 나올 수 있었으며 그리고 충무공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삼남(三南)의 백성들이 다투어 전라좌수영 관내로 유입되었고 이러한 민신(民信)을 기반으로 병력과 군량미가 확보되었고 결과적으로 삼남의 곡창지대를 지킬 수 있었고 그것이 임란의 방어거점이 되고 적의 수송로를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처럼 백성들의 신뢰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결정적 요체(要諦)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논어의 이 대화의 핵심은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에 있다고 생각하지요.

진(秦)나라 재상으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엄격한 법가적 정책의 선구자로 알려진 상앙(商鞅)에게는 이목지신(移木之信)이란 유명한 일화가 있지요.

상앙이 진나라 재상으로 부임하면서 나라의 기강이 서지 않는 것은 바로 백성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에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대궐 남문 앞에 나무를 세우고 방문(榜文)을 붙였지요.

“이 나무를 옮기는 사람에게는 백금(百金)을 하사한다.”

옮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금을 천금(千金)으로 인상하였지요. 그래도 옮기는 자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상금을 만금(萬金)으로 인상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상금을 기대하지도 않고 밑질 것도 없으니까 장난삼아 옮겼습니다. 그랬더니 방문(榜文)에 적힌 대로 만금을 하사하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나라의 정책이 백성들의 신뢰를 받게 되고 진나라가 부국강병에 성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입니다만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일화입니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능력은 그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human-network)에 있으며 이 인간관계는 신뢰(信賴)에 의하여 지탱되는 것이지요.

여기서 우리는 정(政)이란 정(正)이라는 의미에 대하여 조금 더 이야기해야 합니다.

정(正)이란 뿌리를 바르게 한다고 주(註)를 달았습니다. 정치란, 우리나라의 제도정치권의 현실처럼 정치란 정권창출이 아니지요. 권력다툼이 정치가 아닙니다.

정치를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정치를 계급지배의 방법으로 이해하기도 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정치를 규정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논의하고 지나 가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정(正)에 대한 올바른 이해입니다. 뿌리를 바르게 하여 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것. 이것이 정치의 근원적 의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정치란 그 사회의 잠재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잠재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바로 인간적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적 잠재력의 극대화는 ‘인간성의 최대한의 실현’이 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적 잠재력과 인간성은 바로 인간관계의 소산(所産)인 것은 다시 부연할 필요가 없지요.

자공의 정치에 대한 질문과 공자의 대답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참으로 많습니다. 더구나 오늘날의 부정적 정치현실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나라가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서지 못한다(無信不立)고 하는 것은 모든 역량들이 나라를 떠나는 것이지요.

이민(移民)가는 것만이 나라를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강호(江湖)에 묻히는 것도 떠나는 것입니다. 양화(良貨)가 악화(惡貨)에게 구축(驅逐)되는 것도 나라를 떠나는 것이며 사회의 선량한 역량이 억압되고 소외되는 것에 이르러서는 그 극한적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라 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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