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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한국 흉내 내다 시민 철퇴 맞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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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한국 흉내 내다 시민 철퇴 맞은 사연

[초록發光] 시민들, 전환 정치에 나서다

지난 9월 5일 독일 정부 자문위원회의 하나인 독점위원회(Monopolkommission)가 에너지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방안의 하나로 발전 차액 지원 제도 대신 스웨덴식 의무 할당제를 도입하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을 하면서 잠시 논란이 일고 있다. 독점위원회는 독과점 거래 등을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에 자문을 해주는 기관이다.

이 위원회에서 <에너지 2013 : 에너지 전환 시대의 경쟁>이라는 특별 자문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여기에 이 내용을 담은 것이다. 위원회는 20년간 고정 가격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현재의 발전 차액 지원 제도가 태양광과 같이 값이 비싸면서 발전업자에게 이윤이 높은 기술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여 비효율적인 기술 투자를 야기하고 가격만을 통제하기 때문에 전력량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고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력량을 통제하여 정부의 2020년 35% 목표를 예측 가능하게 달성할 수 있게 해주고 값싼 기술 투자를 가능하게 하여 에너지 전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의무 할당제를 제안한 것이었다. 위원회는 할당제 도입으로 2014년 각 가정 당 2013년에 비해 20%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는 전기 요금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국은 현재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폐지하고 의무 할당제를 도입하고 있다. <편집자>)

그러자 다음날 사회민주당 재정부 장관, 녹색당, 독일재생에너지연합(BEE), 시민 에너지 단체, 환경 단체 연합에서는 "독점 전력 시장으로의 회귀", "에너지 공급의 재독점화"를 의미하는 제안이라며 즉각적인 반박 성명을 냈다. 독일재생에너지연합에서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가능하게 하는 재생가능에너지법(EEG)은 "소수의 대형 에너지 공급사에 의해 지배되던 전력 시장을 개혁하여 전력 시장의 경쟁력을 높여 놓았고, 또한 독일의 백만 인구가 재생 가능 설비를 소유하거나 혹은 전력을 생산을 가능하게 해주었다"며 이런 상황이 할당제에서 발생한 경우는 없으며 오히려 할당제는 소수의 대형 전력 회사들에게만 유리하게 해주어 이전의 독점 전력 시장으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녹색당은 할당제 하에서는 투자자들이 가격을 보장받지 못하는 위험을 소비자에게 전가시켜 오히려 전기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게 하는 위험을 지적하고, 시민 에너지 단체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법 하에서 성장한 에너지 협동조합, 시민 발전소를 붕괴시키는 제안임을 강조했다. 독일 환경청(UBA)에서도 "할당제가 높은 투자 비용으로 인해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저어하고 결국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낮출 것임"을 들어 이 제안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실, 이 제안은 자유민주당(FDP)에서 독점위원회에 앞서 제안했으나 비슷한 반대에 부딪치며 정당 내에서도 소수 의견에 머물고 있다.

ⓒ프레시안

이들 논쟁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할당제에 대한 주요 반대 논리가 소수 대형 전력 회사들에 유리한 제도로 시민들의 전력 공급 참여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었다. 이는 환경청이 우려하는 에너지 전환의 사회적 수용성을 근본적으로 해치는 것일 수 있다.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법은 실제로 독일 "백만 시민"을 에너지 생산자로 만들어놓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자신의 일로 여길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독일협동조합회(DGRV)에서는 산하 협동조합 중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 관여하고 있는 협동조합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13년 현재 독일에는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 650개의 협동조합이 존재하고 있고, 이 중 태양광 조합에 가장 많은 수의 시민들이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연방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공표된 이후인 2012년 한해만 150개의 에너지 협동조합이 새로 만들어져 회원 수만 5만 명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5만 명의 회원들이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에 180만 유로를 투자했다고 한다. 2013년 현재 650개의 협동조합에서 생산하는 총 전력량은 58만 메가와트시로 16만 가구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 2만 명의 로이트키르히에 소재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 협동조합을 예로 보면 2009년에 84명 회원이 2012년에는 281명으로 증가했다. 초기 투자금 8만 유로가 지금은 70만 유로로 크게 증가했다.

협동조합만이 아니라 태양광 발전의 경우는 소형 발전에 대한 개인 투자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독일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 투자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40%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 에너지 전환은 국가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들 시민들의 참여는 다만 투자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손에 의한 에너지 전환"을 모토로 하는 시민 에너지 단체 연합을 결성해서 다양한 정치적 활동도 벌이고 있다. 지역 분산적인 에너지 공급 체제에 시민들의 참여를 높여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에서의 정의 실현이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독점위원회의 제안처럼 소수 대형 전력 회사에 전력 생산량을 할당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에너지 전환의 이익이 소수에 독점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정책이 관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 에너지 단체 연합에서는 오는 9월 22일 총선에서 시민의 참여에 의한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는 연방 의원 후보들이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도 펼친다. 또 시민 에너지 단체와 그린피스, 녹색당 등에서는 FDP와 독점위원회에서 최근 급상승하는 전기 요금의 주원인을 차액 지원금에 돌리고 이를 할당제로 대체하려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공동 분석에 따르면, 전기 요금 상승의 36%가 급격하게 증가한 태양광, 풍력 설비로 인한 차액 지원금의 급상승에 있지만 16%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에너지 다소비 산업체에 대한 재생 가능 에너지 부과금 면제라는 것이다. 2012년 총 전력 소비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전력 비중이 22.9%에 달할 정도로 재생 가능 에너지 전력 생산이 증가했다. 이 전력 생산은 이들 에너지 다소비 생산 업체에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는데 전력거래소에서 판매되는 전력 가격이 이들 재생 가능 에너지 공급 증가로 킬로와트당 0.9센트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첨두 부하 전력 공급 시 값비싼 가스 발전 대신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을 가동할 수 있어 전반적인 도매 전력 가격이 낮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에너지 다소비 업체는 이런 이득만 보고 차액 지원금의 원천인 재생 가능 에너지 부과금은 일반 가정에서 내는 3.5센트가 아닌 0.05센트 밖에 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이 내야할 부과금을 일반 가정이 떠맡게 되면서 전기요금은 16%가 더 올라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민 에너지 단체는 재생가능에너지법의 이런 불리한 제도들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지 차액 지원 제도를 없애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법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에 기초한 시민 발전소, 에너지 협동조합의 투자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에너지 다소비 업체는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시민 단체 연합인 베를린에너지연석회의(Berlin Energietisch)와 같은 곳에서는 민간 전력 공급 회사 및 배전 회사를 시영화하여 에너지 전환 비용이 시민들에게 더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즉, 베를린시로 하여금 전력 공급 회사와 배전 회사를 세워서 현재 민간 회사로부터 전력 공급권을 넘겨받도록 하는 것이다. 연석회의에서는 이들 시영 회사는 이윤을 앞세우는 민간 회사와 달리 재생 가능 에너지에 더 투자를 할 수 있고, 또 전기 요금도 시민들에게 유리하게 책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10일까지 "민주적, 생태적 그리고 사회적인 베를린 에너지 공급법" 제정을 위한 주민 청원 서명 운동을 실시해서 27만 명의 서명을 받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3일 이 법안에 대한 찬반 주민 투표가 실시될 예정으로 있다. 66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서 다수의 찬성표를 얻게 되면 이 법안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즉, 시영 발전소와 배전 회사를 다시 갖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법에 의하면 발전소 이사회에는 시민 대표가 참여하여 운영의 민주성,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이렇듯 시민들에 의한 다양한 에너지 전환 활동들이 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독점위원회, 자유민주당, 경제인연합회 등에서 전기 요금 상승을 이유로 재생가능에너지법의 개정이 아닌 폐지론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비용 지불이 가능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모토의 이 주장의 핵심은 밑에서부터의 에너지 전환이 아닌 소수 대형 에너지 공급회사들에 의한 위로부터의 에너지 전환이다.

비용 효율의 관점에서. 가파르게 상승하는 전기 요금 문제와 더불어 소수에 의한 에너지 전환 주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이 어떤 전환의 길을 택할지 눈여겨 볼 일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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