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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을 살려야 한국의 정의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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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을 살려야 한국의 정의가 살아난다!"

[기고] 우리는 왜 <곽노현 버리기>를 써야만 했는가?

후보자 매수인가, 선의의 부조인가? 사법 권력의 횡포인가, 정당한 법적 판단인가?

2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고 나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최근 나온 <곽노현 버리기>(책보세 펴냄)는 '곽노현 죽이기'(보수)와 '곽노현 버리기'(진보)에 반대하며 '실체적 진실'을 추구해온 일단의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이들은 '곽노현'을 통해서 집약적으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들추고, 더 나아가 진실을 추구하는 대신 정략적인 대응에만 몰두하는 한국 사회 진보 지식인의 자기성찰을 촉구한다. 이 책의 저자로 참여한 박동천 전북대학교 교수가 '우리는 왜 이 책을 써야만 했는가?'를 <프레시안>에 보내 왔다. 좀 더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우리는 왜 이 책을 써야만 했는가?

서울시 교육청의 무상 급식 정책을 둘러싼 주민 투표가 개표도 못해보고 끝이 나자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2011년 8월 26일에 사퇴했다. 그로 말미암아 10월 26일에는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있게 되었고, 안철수와 박원순이라는 의외의 인물들이 뉴스의 초점으로 등장해서 박원순이 결국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안철수는 그 뒤로 지금까지 유력한 대통령 후보 중의 하나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오세훈이 사퇴한 바로 그 날 저녁에 박명기를 체포했다. 그때부터 보수 언론은 기정사실인양 곽노현이 후보를 매수했다고 보도하면서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다. 그리고 진보 언론과 논객들도 "경위야 어떻든지" 곽노현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사람들, 즉 "경위야 어떻든지" 곽노현의 사퇴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적어도 경위를 따지지 않는다는 입장만은 일관해서 고수하고 있다. 1심 재판에서 낱낱이 밝혀진 이 사건의 진상을 전혀 살펴보지 않고 여전히 판사가 유죄 판결을 내렸으니 그것으로 끝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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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노현 버리기>(책보세 펴냄). ⓒ책보세
하지만 우리는 이들과 생각이 다르다. 생각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우리는 이들이 틀렸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사법부라는 것은 정의를 지키라는 임무를 띠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하나의 권력 기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그러므로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사법부가 판결을 잘못 내리지 않았는지 항상 감시하고 확인할 의무를 져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감시와 확인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파고들어 따지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경위를 따지지 않고", 단순히 돈이 건너갔다는 사실만으로 법률 또는 도덕률을 위반했다고 보는 것은, 그러므로 지식인의 의무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셈과 같다.

이명박 정부는 하나의 비리를 다른 비리로 덮고 넘어가는 전략으로 지금껏 생존하고 있다. 곽노현 재판도 그 후 벌어진 숱한 의혹과 사고와 은폐의 사슬 밑에 덮여서 공론장의 주제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용산 참사, 4대강 의혹, 불법 사찰 건, 내곡동 사저 비리, 천안함 관련 은폐 의혹, 쌍용차 노동자 문제, 한미 FTA, 제주 해군 기지, 기타 등등, 이 많은 사건들 가운데 하필 곽노현의 억울한 사정에만 관심을 기울일 겨를이 없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곽노현 사건에 공론의 초점이 모여야 나머지 다른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열린다. 왜 그런지를 설명해 본다.

첫째, 이 사건은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자생적으로 일어나는 건강한 기운의 싹을 기득권 세력이 사법부와 언론을 악용해서 짓밟으려 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곽노현이 행한 선의의 부조를 검찰은 뇌물로 둔갑시켜서 기소했고, 이를 밀어붙이기 위해 여론을 조작했으며, 검찰과 여론의 압박에 재판부는 굴복했다. 지배 계급의 이러한 책동을 공론의 힘으로 막아내지 못한다면 권력의 야만적 행태는 영속화될 수밖에 없다.

둘째, 한국 사회에서 장차 민주적인 질서가 정착되려면 무엇보다 법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법이 권력의 시녀 노릇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정의의 장치로 살아나야 하는 것이다. 100여 년 전 프랑스에서 드레퓌스의 진실이 법정에서 승리함으로써 프랑스의 법이 살아났듯이, 곽노현의 진실이 법정에서 승리할 수 있어야 한국의 법이 살아날 수 있다. 조봉암이나 인혁당 희생자들처럼, 당사자들이 사망하고 수십 년이 지나 이뤄지는 신원은 법을 살리는 데 미미한 효과밖에 없다. 곽노현을 재판하는 현재의 법정에서 진실이 승리해야 법이 살아날 수 있다.

셋째, 이명박 정권에서 빚어진 숱한 다른 의혹들에 비해 이 사건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실체적 진실이 간단하고 명료하게 밝혀져 있다는 데 있다. 위에 열거한 다른 의혹 사건들은 한결같이 실체적 진실 자체가 권력에 의한 은폐 공작 때문에 오염되어 있다. 그래서 진실을 밝히기 전에 먼저 지배 계급이 장악하고 있는 공권력이라는 상징을 무찔러야 한다. 이 과정은 어떻게 접근해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아주 복잡한 논쟁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길고도 복잡한 논쟁을 일반 대중이 감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런 논쟁은 오래 끌수록 권력 편에게 유리하다. 하나의 의혹을 다른 의혹으로 덮는 전략이 전형적으로 먹혀들기 쉬운 의제들이다. 이에 비해 곽노현 사건의 진상은 1심 재판의 공판 기록만 보면 빠짐없는 확인이 가능하다. 이 사건에서 논쟁은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법의 본질과 재판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법과 재판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문제는 최소한의 분별력을 가진 지식인이라면 누구에게나 명확한 사항이다.

곽노현을 무죄로 판결하면 선거판에 돈거래가 활개를 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항간에 돌아다닌다. 하지만 이는 본말을 철저하게 뒤집은 결과다. 상대 후보 쪽에서 사퇴의 대가로 금전을 요구했지만 곽노현은 일관해서 그런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단일화를 위한 협상 중에 오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선거 후 여러 달이 지나 알게 되었고, 그 오해를 푸는 과정에서 박명기의 곤경을 알게 되었다. 오해의 발생에 곽노현의 책임은 전혀 없었지만, 어쨌든 경쟁 후보가 될 뻔했던 사람의 곤경에 선의로 도움을 제공했다. 이것이 이 사건의 진상이다.

곽노현이 무죄라면 공정택이나 최시중도 무죄가 되지 않겠느냐는 소리는 이와 같은 진상을 살피지 않았을 때나 나올 수 있는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곽노현을 무죄로 판결해야 하는 이유는 그가 건넨 돈이 선의의 부조이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곽노현을 무죄로 판결해야 오히려 선거판에서 부정한 돈거래를 엄격하게 가려내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1987년 이후 서서히 진행해 온 민주화의 흐름이 현재 절체절명의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민주화가 더욱 진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이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법부의 판결이 실체적 진실과 건강한 이치에 따라 내려지는 상태로 바뀌어야 한다. 곽노현의 유죄를 선고한 1심과 항소심 재판은 완벽하게 밝혀진 진실을 권력에 의해 짓눌러 버린 명백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를 정상적으로 그리고 현재적으로 되돌릴 수 있어야 법이 정상화되며 나아가 권력이 정상화될 수 있다.

분별력을 갖춘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이 사건의 진상에 관심을 기울이기만 하면 공론이 분연히 일어나 왜곡된 사법 질서를 교정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사법의 정의가 확보될 수 있다면, 한국 사법부의 체질이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곽노현 버리기>라는 책을 엮어낸 취지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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