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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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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12년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박근혜'!?

[고성국-이상이-이철희] '박근혜 현상'을 해부하다

다시 정치의 계절이다.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같은 해 4월 12일에는 제19대 총선이 치러진다. 1987년 이후 20년 만에 총선, 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지는 2012년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서 한국 사회가 시장 중심의 미국의 길을 그대로 따를지, 아니면 유럽의 길처럼 다른 방향을 모색할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6·2 지방 선거에서 미국식의 선별 복지를 주장하는 쪽(여당)과 유럽식의 보편 복지를 주장하는 쪽(야당)이 '무상 급식'을 놓고 겨뤘던 것은 2012년 선거의 예고편이었다.

현재까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의 유일한 '상수(常數)'다. 연초에 쏟아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 주자 중에서 박 전 대표는 부동의 1위다. 박 전 대표의 텃밭인 영남은 물론이고 수도권, 호남에서도 지지율 1위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2013년부터는 '박근혜의 대한민국'에서 살 가능성이 크다. (보수적인 재외 동포의 표도 한 몫 할 것이다.)

이런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열광을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에 나온 <박근혜 현상>(김종욱·김헌태·안병진·이철희·정한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은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다. 대체로 박 전 대표의 맞은편에 서 있는 필자들은 '박근혜'라는 창으로 한국 사회, 한국 정치의 현실을 살핀다.

▲ <박근혜 현상>(김종욱·김헌태·이철희·정한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위즈덤하우스
'프레시안 books'는 <박근혜 현상>을 염두에 두고 색다른 자리를 마련했다. '정치인 박근혜'를 오랫동안 주목해온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한국 사회에서 복지 국가를 건설하는 실천에 앞장서온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학교 교수)가 <박근혜 현상>의 저자인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박근혜 파워는 거품인가? 지금의 지지율은 최고 정점인가, 상승 시점인가? 박근혜 매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박근혜의 복지는 양날의 칼인가? 이명박과 박근혜는 계속 한 배를 탈 것인가? 야권에서 박근혜 대항마가 나올까? 박근혜 대항마가 나오기 위해서 야권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대항마는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놓고서 세 사람은 때로는 언성을 높이며 격론을 벌였다. 마침 <박근혜 현상>의 저자인 이철희 부위원장이 민주당의 브레인이라서 토론이 더욱더 흥미진진했다. 다음은 지난 1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옥인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좌담의 주요 내용이다. 사회는 전홍기혜 정치팀장(편집부국장)이 맡았다.

'프레시안 books'는 앞으로도 책을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시도에 맞춰서 이런 토론자리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 왼쪽부터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박근혜 효과> 저자), 전홍기혜 프레시안 정치팀장(편집부국장),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프레시안 기획위원),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우리는 박근혜를 모른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연초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주자 중에서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중이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이런 열광은 실체가 있는 것인가? 또 박 전 대표에 대한 열광은 어떤 시대정신을 반영하는가? 이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번에 나온 <박근혜 현상>은 이런 의문에 나름의 답을 시도했다.

이철희 부위원장은 <박근혜 현상>의 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이유는?

이철희 : 방금 얘기한 대로 박근혜 전 대표는 오는 2012년 대선 게임에서 부동의 '상수(常數)'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 중에서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차지하게 된 이유를 제대로 짚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이후에 지도자가 만들어지는 새로운 메커니즘도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 열광(보수) 혹은 폄하(진보)하는 최근의 분위기를 깨고 싶기도 했다. 특히 박 전 대표와 겨뤄야 하는 진보·개혁 세력에게 너무 겁먹지 말자 이런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박근혜 현상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면, 분명히 진보·개혁 세력의 대응 방안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성국 : 방금 이철희 부위원장이 박근혜 현상에 주눅 들지 말자, 지레 포기하지 말자 이렇게 얘기했는데…. 그러나 연초의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진보·개혁 세력이 겁을 먹지 않을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30%의 지지율을 얻었다. 반면에 여야의 주요 대선 주자는 전부 한 자리 숫자다. 박 전 대표가 평균 네 배 정도 앞섰다. 1대 1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는 상대방에 비해서 평균 세 배 정도 앞섰다. 유시민 전 의원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박 전 대표와는 게임이 안 된다.

이런 상황을 놓고 진보·개혁 세력은 실제로 야권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레이스를 시작하고 또 후보 단일화를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 1대 1로 선거를 치르는 상황이 되면,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고 여기에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얹어지면서 지난 6·2 지방 선거와 같은 야권 승리의 재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과연 그런가? 선거는 누구와 누가 대결하느냐 즉 후보 구도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것을 염두에 두면, 올 초 1대 1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는 굉장히 비관적이다.

▲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프레시안 기획위원). ⓒ프레시안(최형락)
또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진보·개혁 세력은 박근혜 전 대표는 더 이상 표를 모아올 만한 잠재력이 없는 최고점에 있는 반면에 야권 후보는 앞으로 상당히 표를 결집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과연 그런가? 지금 박 전 대표가 정점에 서 있는가? 아니다. 박 전 대표는 더 득표할 확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적인 지지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우선 작년 초와 작년 하반기가 다르다. 박근혜 전 대표는 2010년 초에 20% 중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다가, 하반기에 20% 후반에서 30% 초반대로 지지율이 올랐다. 꾸준한 상승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야권 후보 역시 표의 확산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고정이고, 야권 후보만 잘 쫓아가면 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하자. 진보·개혁 세력 중 상당수는 여전히 '박근혜 불가론'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런 식의 프레임은 정말로 박근혜 전 대표를 잘못 보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정치 경력이 40년 정도 되는 노회한 정치인으로 보는 것이 맞다. 잘 알다시피, 박 전 대표는 1974년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피살되고 나서 20대 초반에 퍼스트레이디가 되었다.

박근혜 전 대표는 5년 넘게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20대 초반부터 권력의 생리를 정확하게 파악할 기회를 가졌다. 물론 전두환, 노태우 정부 때 10년 가까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연금당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투옥당한 시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치인에게 그런 시기야말로 폭발적 정치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그 10년 동안 배신, 좌절을 감내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대중 앞에 정치인으로 나섰다. 이런 전 과정을 살피면, 박 전 대표는 통상 40년 가까이 정치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을 겪은 정치인이다. 그는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위기가 올 수 있고, 그것을 극복하려면 어떤 노하우가 필요한지 나름대로 정리를 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확실히 말하건대, 박근혜 전 대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진보·개혁 세력은 박 전 대표를 잘 모른다.

박근혜, 시대정신을 포착하다

이상이 : 고성국 박사의 지적에 상당히 공감한다. 그런 맥락에서 <박근혜 현상> 책 제목을 잘 달았다. 박근혜 '현상'이라고 이름을 붙이려면,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상황이 현재 한국 사회의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상황은 달라진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박근혜 전 대표의 아버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두 가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우선 그는 한국의 경제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모든 국민들이 그 점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다른 한편, 그는 민주주의를 압살한 독재자다. 독재를 하면서 노동자, 농민, 서민의 고혈을 빨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런 아버지의 좋은 유산과 나쁜 유산을 다 물려받았다. 박 전 대표가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때는 정치인으로서 희망이 별로 없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고 또 이명박 대통령과 갈등하는 등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굉장히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최근 복지 국가를 공세적으로 표방한 것은 한 예이고. 또 요즘엔 수첩도 안 들고 다니고. (웃음)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현상과 관련해서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변화도 언급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보통사람의 삶을 둘러싼 정치·경제·사회 조건이 어떤가? 지난 10년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보통사람들이 삶이 더욱더 불안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성장과 복지에 대한 열망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성장'을 상징하는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꿈은 성장을 통해서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그것을 '복지'와 연결시키는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앞뒤가 딱 맞는 기막히도록 치밀하게 기획된 행보를 보여준 것이다.

이런 이미지 만들기를 통해서 박근혜 전 대표는 국민에게 성장도 잘해 줄 것 같고, 복지도 잘해 줄 것 같은 그런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박 전 대표의 보수적인 온정주의가 불안한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가정을 책임지는 따뜻한 가부장'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복지 정책을 제일 잘 추진할 것 같은 지도자도 박 전 대표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실제로 보편적 복지를 추진할 의사는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박 전 대표가 시민의 사회권으로 복지 제도가 구비된 복지 국가를 자신의 비전으로 내세울지, 아니면 단순히 이미지 만들기의 수단으로 복지를 떠드는 수준에 그칠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지만.

박근혜 이미지는 진화 중

고성국 : 박근혜 전 대표의 이미지가 계속 진화 중이다. 사실 이미지만 놓고 보면 박 전 대표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육 여사가 가졌던 사회적 모성, 이런 이미지가 박 전 대표에게 많이 남아 있다. 실제로 육 여사가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할 때 진정성이 없었던 게 아니고. 그래서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육 여사를 좋게 추억하는 것이다. 이렇게 박 전 대표에게 육 여사의 이미지가 투영되면 될수록 복지 국가를 둘러싼 논쟁에서 그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할 게 있다. 흔히 (박근혜 전 대표를 폄하할 때) 내용 없이 이미지만 있는 정치인이라고 부정적으로 말하곤 하지만, 이미지라도 챙기는 게 어디냐? 더구나 이미지가 힘을 가지려면 진정성 있는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박 전 대표는 5년 6개월의 퍼스트레이디를 하면서 아버지의 그늘을 어루만지는 육영수 여사의 역할을 실제로 했다.

즉, 박근혜 전 대표가 60~70대 노인의 손을 어루만지는 것을 단순히 이미지 정치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진정성 없는 조작된 이미지라고 폄하할 때, 그 노인들은 또 국민들은 육영수 여사의 역할을 대신했던 박 전 대표를 기억하는 것이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박 전 대표는 만만한 정치인이 아니다.

박근혜 파워, 거품인가?

▲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이철희 : <박근혜 효과>의 저자 중 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말하자면, 박근혜 전 대표의 최근의 높은 지지율에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35~40% 정도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 박 전 대표의 35% 언저리의 지지율은 대단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한나라당이든 박근혜 전 대표든 기본적으로 영남과 보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우선 인구 구성에서 영남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수도권 거주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구의 절반이 영남에 산다. 우선 이런 (경상남도, 경상북도 가릴 것 없이) 영남 전부를 박 전 대표가 가져가는 것이다.

여기에 저소득층, 저학력층, 고연령층으로 대표되는 보수층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층이다. 이들은 지난 10년간의 양극화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이들로서 박정희식 고성장에 대한 아주 강한 향수를 가진 이들이다. 이렇게 영남, 보수가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데다, 보수 언론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는 상황에서 35% 지지율은 결코 높은 게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나타난 박근혜 전 대표의 존재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은 한국 사회의 여론을 결정하는 역관계를 대변하는 것일 뿐, 박 전 대표 자신의 카리스마와 같은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지도자로서 박 전 대표는 여전히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상태다.

여론조사에 현혹되어서 이런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박근혜 현상의 본질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다. 더구나 앞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계속 승승장구할지도 미지수다. 다시 얘기가 나오겠지만, 지금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내세우는 복지는 그에게 득이 되기보다는 덫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프레시안 : 진짜 인색한 평가인데…. 고성국 박사가 이견이 있을 듯하다.

고성국 : 당연히 여론조사는 특정 시점의 한 단면일 뿐이다. 그러나 그 단면이 보여주는 것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국 평균 35% 정도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50% 정도, 서울·수도권에서는 30% 정도다. 그렇다면 서울·수도권의 30%를 높은 걸로 봐야 하는가, 낮은 걸로 봐야 하는가?

대구·경북에 기반을 갖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서울·수도권에서 30%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높은 것이다. 사실상 전국적으로 고르게 지지를 받는 것이다. 제일 약점으로 보이는 것이 20대 지지율 25%이다. 이것도 낮은 것인가? 평균에 비해서 10% 낮지만 대선 레이스가 시작하는 시점에서 20대의 25%의 지지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봐야 한다.

지역의 경우에는 충청권의 지지율을 잘 살펴야 한다. 영남을 빼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는 충청권에서 상당한 지분이 있다. 육영수 여사가 충청북도 옥천 출신인 데다가,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 등에서 박 전 대표가 취한 전략적 행보 때문에 충청권의 표의 상당수가 박 전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야권이 박근혜 전 대표를 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에서 어느 정도 표를 가져와야 하고, 충청권에서는 최소한 절반은 가져와야 하고, 수도권에서는 유의미하게 압도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되어야 승부가 되는데, 야권이 과연 대구·경북, 부산·경남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표를 가져올 수 있을까?

ⓒ프레시안(최형락)
또 박근혜 전 대표가 군림하는 상황에서 과연 여권에서 지난 1997년 대선 때처럼 '이인제' 같은 변수가 나타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제로(0)다. 이미 충청권은 박 전 대표가 절반 이상은 선점한 상황이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충청권 출신 인사가 야권 대선 후보가 되지 않는 한 야권 후보가 이 지역에서 박 전 대표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결국 수도권이 야권의 승부처인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수도권의 3분의 1을 박근혜 전 대표가 가져간 상황이다. 실전에서 과연 야권 후보가 수도권에서 20% 정도의 격차로 박 전 대표를 압도해서 영남, 충청에서 잃은 표를 상쇄할 수 있을까?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쉽지 않다.

이런 객관적인 여론 지형을 살펴보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가 갖는 표의 확산성이다. 이철희 부위원장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는 뉘앙스의 지적을 했지만, 그렇지 않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자의 충성도는 유시민 전 의원 지지자가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강하다.

더구나 지난번 총선에서 보았듯이 박 전 대표의 지지자는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장), 이재오 의원(특임장관)을 떨어뜨릴 정도로 행동력을 가진 이들이다. 그리고 여러 차례 선거에서 봐왔듯이, 대세론이 유지되면 표는 결집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강화될수록 표의 확산성도 강화되는 것이다.

이미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이 형성이 되었고, 박 전 대표는 이제 그 흐름을 타면 되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후보도 자신의 대세론을 일부러 망가뜨리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이런 박 전 대표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변수가 있을까? 물론 있기는 하다.

한 가지는 한나라당 분당을 가져올 만한 보수 세력의 심각한 분열이다. 다른 한 가지는 야권에서 지금부터 진보·개혁 세력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며 2002년 경선 때의 노풍(盧風)과 같은 강력한 바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다 가능성은 낮다.

이철희 : 박근혜 전 대표가 강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역시 여러 차례 확인해 왔듯이 여론조사의 지지율은 실전에서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지난 6·2 지방 선거에서 확인했듯이,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충청권에서 야권이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는데 결국에는 뒤집어졌다.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흐름이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우선 전국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는 약 45%의 '반(反) MB' 블록이 있다.

프레시안 : 그런데 그 '반 MB' 블록 안에 꼭 '반 한나라당', '반 보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지지자 중에도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반감을 가지는 이들이 상당수 있으니까.

ⓒ프레시안(최형락)
이철희 : 그렇다. 하지만 비율을 놓고 보면 반 한나라당, 반 보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테고, 막상 여권 대 야권이 1대 1로 양자 대결하는 상황이 오면 그들 대부분이 야권 후보에게 표를 모아줄 것이다. 아직 2년 가까이 선거가 남은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고성국 박사의 분석과는 달리, 박근혜 전 대표는 수도권에서 여전히 안착이 안 되어 있다. 수도권 여론조사의 흐름을 보면,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수도권의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에서 상당히 이탈했다. 이것을 야권 지지율이 메웠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전 대표는 호남과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대선 주자 중에서 지지율 1위다. 그가 반 MB 행보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35%는 그리 높은 게 아니다. 그가 아니라 카리스마가 있는 다른 이였다면 40%를 일찌감치 돌파했을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결코 견고하지 않다.

이상이 :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 35%의 의미를 고성국 박사는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이철희 부위원장은 인색하게 보는데…. 나는 그 중간쯤의 입장이다. 우선 얘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기억해야할 사실이 있다. 이철희 부위원장의 지적대로라면 여권 대 야권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지금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야권 표가 상당 부분 이탈할 것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논리로 지금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의 표도 박 전 대표에게 집중될 것이다. 지금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정몽준 의원 등을 지지하는 표도 야권 후보보다는 박 전 대표로 올 가능성이 크니까. 그런 사정을 염두에 두면 지금 박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을 인색하게 평가할 일은 아니다.

다만, 지금보다 더 확장성이 있을 것인가? 나는 회의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진 자들이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이다. 이념적으로 보수 성향이고, 소득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시장주의자들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표를 확장하려면 이들과는 다른 계층, 서민·중산층의 표를 가져와야 한다. 즉 이념적으로 중도 진보 성향의 표를 잠식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내세운 게 복지 전략이다. 그러나 이게 바로 박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복지 전략으로 서민·중산층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박 전 대표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의 핵심인 자산 계층의 이해에 반한다.

만약 박근혜 전 대표가 전통적인 지지 기반의 이해에 반하면서까지 복지를 강화한다면 서민·중산층의 표는 더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 이반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한나라당이 심각한 내홍을 겪거나, 당이 쪼개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오세훈 시장, 김문수 지사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강경 보수 행보를 걷는 것이고.

두 번째 제동 요인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항상 따라붙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다. 많은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의 권위적, 일방적 통치 행태에 염증을 느끼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가 선거 때 불거지면 상당수 국민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제동 요인은 남북 대치에서 비롯된 한반도의 안보 불안이다.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 군 통수권자에 대한 불안이 없을 리 없다. 선거에서 이런 문제가 부각된다면 박 전 대표에게 플러스가 되기보다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은 아무래도 표의 확산성을 막는 장애물이 아닐까?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매력의 정체는?

프레시안 : 자연스럽게 박근혜 전 대표가 지역적, 계층적으로 얼마나 확장성을 가질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 부분을 좀 더 얘기해 보자.

고성국 : 좀 다른 각도에서 확장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박근혜 전 대표를 볼 때 그의 '매력'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인물이 중심이 되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개인의 매력이 계층적 한계,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큰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우선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박근혜는 왜 정치를 하는가?'

박근혜 전 대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그 이유는 아버지의 명예 회복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달라졌는가? 아버지의 명예 회복은 뒷전이고, 좋은 나라 만들기와 같은 것으로 바뀌었는가? 아니다. 여전히 박 전 대표는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의 그 이유를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30년 전에 죽은 사람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대통령을 한다? 이건 뭐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는 아버지를 자기 식으로 재해석한다. 그래서 '아버지가 원했던 것은 복지 국가다' 이런 유의 얘기를 하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 생뚱한 말이지만, 박 전 대표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얘기이다.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아버지의 틀에 갇혀 있음으로써 역설적으로 아주 자유로울 수 있다. 왜냐하면, 박 전 대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자신의 생각을 '박정희'라는 프레임 속에서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건 내 생각이 아니야' 이렇게 토를 달 수 없으니까.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박근혜 전 대표는 여권의 어느 후보보다도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박 전 대표가 김문수 지사, 오세훈 시장과 다르게 거침 없이 복지를 입에 담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유연함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야권의 어떤 후보도 갖지 못한 박 전 대표만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매력을 상징하는 또 다른 열쇳말은 신의다. 박 전 대표는 아버지에게 조아렸던 이들이 아버지가 죽고 나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켜보았다. 누가 어떻게 아버지를 매도하고, 외면하고, 배신했는지…. 20대 중반에 그런 배신의 모습을 보면서 박 전 대표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신의가 무엇인지.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싸고 이명박 대통령, 정몽준 의원 등과 대립할 때 계속해서 약속 즉 신의를 강조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그는 보수, 진보가 문제가 아니라 신의 혹은 신뢰의 프레임으로 그 문제를 본 것이다. 보수, 진보와 같은 이념적 프레임으로 보면 신뢰 프레임을 가진 박 전 대표는 아주 이상한 정치인이다. 종잡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바로 이런 신뢰 프레임이 오히려 국민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표만이 갖는 매력이기 때문이다. 사실 바로 이런 자기만의 매력이야말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정치인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 지금 여권, 야권의 대선 후보에게 결핍된 것이다.

당장 김대중, 노무현 등은 이름 석 자만으로는 주먹을 불끈 쥐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하는 매력이 있었지 않나? 이제 처음으로 전국 선거를 치르게 되는 정치인 박근혜도 바로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적, 계층적 확산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복지, 양날의 칼?

이상이 : 나 역시 박근혜 전 대표의 매력을 아주 높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과연 다음 대선에서 그렇게 큰 힘을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지난 10년을 거치면서 한국 사람은 강퍅한 삶 속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데 익숙해졌다. 내 삶의 개선에 무슨 도움을 주는가? 지난 6·2 지방 선거 결과가 그것을 보여주었고.

2012년 대선에서는 그런 흐름이 훨씬 더 강화될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가 그런 사람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을까? 아까 얘기했듯이, 한나라당의 계급적 성격을 감안하면 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서민·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내세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보편적 복지를 말하지 못하고 선별적 복지만 언급하는 수준에서는 표의 확장성은 기대할 수 없다.

고성국 : 그렇게 볼 건 아니다. 대통령 선거 때 후보는 구체적인 정책이 아니라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비전을 제시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후보에게 구체적인 정책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권력을 잡고 나서야 비로소 정치적인 역학 관계, 내외적인 경제 상황 등을 염두에 두고 비전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뿐이다.

과거의 선거를 보면, 항상 굵직한 한두 개의 이슈를 중심으로 승부가 났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맞춤형 복지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야권 후보가 그것에 상응하는 보편적 복지의 철학이 담긴 비전을 내놓으면, 대선에서는 그 두 가지를 놓고 복지 논쟁이 벌어질 뿐이다.

더구나 많은 이들은 표를 던질 때, 자신에게 매력을 호소하는 후보를 정해놓고서 정책에 관심을 가진다.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 중에서 후보가 어느 쪽을 주장하는지를 놓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시민은 소수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앞에서 얘기한 박근혜 전 대표의 매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확장성의 근거다.

박근혜, 속은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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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 물론 박근혜 전 대표가 개인의 매력은 충분하다. 스토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통령이 된 사람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과 비교했을 때 그 스토리가 특별히 더 감동적인가? 지금 경쟁하는 대권 주자 중에서는 돋보이지만 과거의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별 게 없다. 특히 서민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는 아니다. 잘 봐줘야 궁정 스토리 아닌가?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독단적이라는 이미지를 주었다. 아까 이상이 교수도 지적했듯이, 지금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독단, 독선에 염증이 난 상황이다. 그런데 박 전 대표도 그런 면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인이 되었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표가 보수 언론의 선전 탓에 '대통령에게 NO라고 말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과연 그런가? 전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4대강을 뒤집는 사업에 박 전 대표가 한 번이라도 반기를 든 적이 있었던가? 침묵하는 사안이 무수히 많다. 한국의 기형적인 언론 지형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박 전 대표가 이처럼 부각되지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의 매력이 큰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고 보는 더 큰 이유는 시대정신의 결여다. 2002년 노무현, 2007년 이명박은 시대정신을 포착했고 그 흐름을 타고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과연 박근혜 전 대표는 2012년의 시대정신을 구현할 만한 리더십이 있는가? 혹시 한 정치인에 대한 팬덤 현상에 불과한데, 우리가 너무 많은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성국 : 오늘 계속 부딪히는데…. (웃음) 박근혜 전 대표가 모든 문제에 대해서 말을 할 이유가 없다. 사실 얘기를 안 하는 게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제일 좋은 선거 전략이니까.

이철희 : 무지의 표출이다. (웃음)

고성국 : 실제로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사안에 무지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다른 문제다. 지지율 1위로 앞서가는 후보가 왜 말을 많이 해서 쟁점을 만들겠는가? 앞서가는 후보는 쟁점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똑똑한 대응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여야 간 후보 토론회가 열리면 분명히 야권에서 대북 문제를 주제로 박 전 대표를 공격할 것이다.

전쟁 어쩌고저쩌고, 그런 질문이 나왔을 때, 내가 박 전 대표라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봐서 아는데….' 공격하는 야당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북 정책에 비전도 없고, 대안도 없고, 답답한 후보겠지만 TV를 보는 국민은 그의 저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 김정일과 독대한 유일한 정치인이 박근혜지!'

이철희 : 고성국 박사가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에게 공개 자문을 해준다. (웃음)

박근혜, 여성과 궁합이 맞을까?

프레시안 : 여기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아까 잠깐 나왔던 얘기를 짚고 가자. 많이 부각되지는 않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그가 여성이라는 게 대통령 후보로서 어떤 효과를 낳을까? 지난 선거에서 아주 중요한 유권자로 급부상한 30~40대 여성들이 과연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할까?

이철희 : 사실 30~40대 여성의 계층적 특성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전 대표와 자동적으로 통할 거리는 별로 없다.

이상이 : 이 30~40대 여성이야말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이들이다. 육아, 교육, 주거 문제 등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온몸으로 겪는 이들이니까. 그런 점에서, 말 그대로 박근혜 전 대표가 하기에 달렸다. (웃음) 박 전 대표가 30~40대 여성을 어떻게 감동시킬 것인가? 지금까지 그가 해온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성국 : 30~40대 여성이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할 것인가? 반반이다. 30~40대 여성은 실제로 아이들 키우고, 학교를 보내고, 맞벌이 하는 세대다. 그 세대의 입장에서 보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없는 얼음 공주가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알겠는가' 이런 정서적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에 30~40대 여성이 갖는 긍정적인 감성도 있다. 이 세대는 삶에 찌들고 보릿고개를 걱정한 어머니 세대의 특징과는 다르게 밝고 긍정적이다. '이 세상의 반은 여성이다' '여성이 세상의 주인이다' 등…. 이런 긍정적인 감성이 이제 우리도 여성 대통령을 내놓을 만하다, 이런 공감으로 모아질 수도 있다.

두 가지 경향이 다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감성적인 이질감이 분명히 존재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당당한 여성의 꿈의 구현체로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양쪽 다 가능하다. 결국 이상이 교수의 말대로 박 전 대표가 하기에 따라 달린 것 같다. 여기에 몇 가지 사건이 있어야 할 테고.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점을 모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박 전 대표가 조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 그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이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렇게 그런 부분에 대한 그의 노력이 분명히 있고. 다만 그게 성공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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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계속 같은 배를 탈 것인가?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의 한 요인은 그가 이명박 대통령과 불화한 탓도 있다. 대통령과 여권 대선 주자 사이의 갈등 역시 향후 대선 게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텐데….

이철희 : 2010년 8월에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을 하고 나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미세하게 올랐다. 2008년 여름 촛불 정국 때처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일 때는 반 MB 행보가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중도 실용을 표방하면서 40~50% 지지율을 얻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반 MB 행보는 오히려 손해다.

지금은 둘이 같이 가는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35%에서 40% 지지율을 넘볼 수 있게 된 것도 이명박 대통령과 같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같이 갈 수 있을까? 어느 순간에 여권 내에서도 반 MB 흐름이 봇물처럼 터질 텐데. 바로 그 때 야당 쪽에서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고성국 : 지금까지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대통령 둘 다 조심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도 '맞춤형 복지'라는 말은 반복해 준다. 즉, 연말에 박근혜 전 대표가 발표한 박근혜식 복지는 비판을 안 하고 넘어간 것이다. 이렇게 임기 말까지 조심조심 간다면 둘 다 윈-윈(win-win)하는 행복한 상황이 될 것이다.

사실 대통령과 여권 주자 사이에 갈등이 생기더라도 지는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별로 할 게 없다. 현실을 감수할 뿐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갈등 상황에서 대통령, 청와대가 계속 딴죽을 걸더라도 무시하는 방법이다. 박 전 대표는 이렇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 스타일은 네거티브 방식이 아니다. 가장 네거티브한 대응을 해야할 때도 포지티브 방식으로 포장하는 게 박 전 대표의 스타일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결별하면 안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모욕을 주거나, 공방을 하면서 헤어지기보다는 무시하는 방식으로 결별할 것이다. 무시를 받는 처지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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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명박 대통령 측에서 뜻하지 않은 강한 반발 같은 게 나올 수 있다. 이 대통령 주변에도 대통령과 생명을 같이 하겠다, 이런 이들이 분명히 있으니까. '이렇게 무시당하는 상황을 참지 못하겠다' 이러면서 참지 못하고 나설 수 있다. 그런 갈등이 심화하면 한나라당 분당까지는 안 가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의 한나라당 표를 깎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만약 여야 간 대선 승부가 박빙으로 치닫는다면, 이런 상황은 박근혜 전 대표로서도 반갑지 않은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실 박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 사이의 심각한 불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2012년 총선에서도 친이(親李) 핵심 세력에게 심한 상처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즉 현역 중심으로 공천을 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무난히 관리하면서, 일단 정권 재창출 후에 보자, 이런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여권의 갈등 요인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야권에게는 결코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1997년의 여권 분열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박근혜 대항마'의 조건은?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표가 2012년 대선의 '상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진보·개혁 세력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일단 박근혜 전 대표의 힘을 가장 높게 평가한 고성국 박사부터 제안을 한다면?

고성국 : 여러 번 강조했듯이 박근혜 전 대표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진보·개혁 세력의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 자,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서 논쟁적으로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있다. 박 전 대표에게 야권이 대응할 구체적인 방법이다.

1987년 이후 총 다섯 번의 대선이 있었다. 50만 표, 200만 표, 500만 표 등의 표차로 승부가 갈렸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야권이 선거 기간 내내 질질 끌려 다니다가 200만 표 정도로 패하고,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은 하루빨리 최소한 50만 표 승부를 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정동영, 손학규, 천정배 등이 다 모여도 구도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국민을 감동시킬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식으로 구도를 짜야 한다. 그래서 내가 최근에 몇 차례 언급하는 것이 바로 '신(新) 40대 기수론'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민주당이 486인 이인영 대표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표도 원희룡, 나경원, 남경필 의원과 같은 당내 486이 당의 전면에 나서야 수도권에서 더욱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486이 6·2 지방 선거에서 전면에 등장했듯이, 앞으로 2년간 486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서 수도권을 상대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여야 어디서 먼저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수도권 지형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야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있는가? 한나라당은 지난 6·2 지방 선거에서 참패한 터라서,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당 재편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은 6·2 지방 선거의 승리에 취해서 다급함이 안 보인다. 2012년 총선도 6·2 지방 선거가 재연될 것이라 믿는 것 같은데…. 지금과 같이 안이하게 대처하다가는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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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을 포착해야 이긴다!

이상이 : 대통령 선거와 같은 격변기에는 시대정신을 잘 포착하는 정치인이 결국 승리한다. 사실 대선 때마다 그 당시의 시대정신이 있었다. 1997년 김대중의 시대정신이 민주주의였다면, 2002년 노무현의 시대정신은 자유주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패착으로 득을 본 면도 있지만 2007년의 시대정신은 성장주의였다.

그렇다면 2012년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지난 6·2 지방 선거를 통해서 복지 국가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부상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세금을 내는 중산층의 70% 정도가 복지 국가를 위해서는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의견도 비춘다. 놀라운 변화다. 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포착하는 후보야말로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다.

일단 박근혜 전 대표는 이 시대정신에 대해서 감을 잡았다. 박 전 대표는 대선 주자 중에서 가장 먼저 복지를 자신의 열쇳말로 내놓았다. 그러나 과연 지지 기반과 배치되는 이 열쇠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이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려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

일단 복지국가 정치동맹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자기희생적 결단이 필요하다. 민주당 자체가 좌 클릭, 좌 클릭해서 당의 정체성 자체를 복지국가 정당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정당과 정치 동맹을 맺어야 한다.

정치 동맹의 가장 최고의 모습은 하나의 당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총선 전에 하나의 당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복지 국가를 핵심 비전으로 내세운 중도 진보 정당이 탄생해야 한다. 물론 지금처럼 중도 진보에서 중도 보수까지 어정쩡하게 걸쳐 있는 민주당으로는 이런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우선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

방금 고성국 박사가 40대 기수론을 제기했다. 정치 공학적인 40대 기수론은 국민들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복지 국가를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며 환골탈태하는 가운데 40대 리더들이 전면에 등장해 역동적으로 경쟁을 한다면, 이런 과정 속에서 힘을 가진 후보가 등장할 수 있다. 그때야 비로소 한나라당과 제대로 진검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저렇게 지지 기반의 이해에 반하는 복지 정책을 강하게 주장하는데, 손학규 대표가 나서서 강하게 복지 얘기를 한 적이 있는가? 박 전 대표나 한나라당은 변화하는데 민주당은 항상 지리멸렬하니까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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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무엇이 문제인가?

이철희 : 아까 이상이 교수도 의심했듯이, 과연 박근혜 전 대표가 말하는 복지 정책이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가 아니라 당론으로 무상 급식, 무상 교육, 무상 의료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민주당이 발표를 하면 뭐하나. 언론은 진정성이 의심되는 박 전 대표의 복지 비전은 대서특필하고 민주당의 발표는 무시하고 폄하한다.

이상이 : 당론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그것을 내세우면서 적극적으로 논쟁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 당은 계속 무상 교육, 무상 의료를 주장하는데 정작 손학규 대표를 포함한 대선 주자는 그런 문제에 침묵을 하니 진정성이 의심을 받는 것 아닌가?

고성국 :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까 언론 환경을 놓고도 민주당이 이제는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민주당은 비우호적인 언론 환경에 불만만 토론할 게 아니라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식으로 뒤통수만 맞으면서 보수 언론에 끌려 다닐 것인가?

아예 보수 언론에 잘 보이려고 노력을 해보든지,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조·중·동과 같은 보수 언론과 전쟁이라도 불사하라. 유시민 전 의원도 보수 언론과 적대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의석 하나 없는 국민참여당의 지지자를 결집하는 효과는 누리지 않나? 지금 민주당은 보수 언론을 회유하고 설득하지도 못하고 또 정면승부를 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민주당, '박근혜 악순환'을 극복하라!

이철희 : 그런 점은 충분히 인정한다. 또 민주당도 언론과 관련해서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이다. 방금 나온 제안에도 동의한다. 내가 아는 한, 구체적인 프로세스에서는 차이가 있더라도 방향 자체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민주당 내에 반대하는 의원이 있기는 하지만 대세는 그런 방향이다.

고성국 : 특히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경쟁에서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있다. 지난 3년간의 정치 흐름을 보면, 분명히 싸움은 민주당이 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였다.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논쟁이 되어야 하는데 자꾸 친박 대 친이의 논쟁으로 변화한 것이다. 미디어 관련 법도 그렇고, 세종시 수정안도 그렇고.

민주당에게 불리한 언론 지형 탓도 있겠지만 민주당 의원, 특히 잠재적 대선 주자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지난 전당 대회 때 정동영 의원이 부유세를 제시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논쟁적인 정책에 대해서 당내의 토론이 없었다.

손학규 대표부터 찬성하면 찬성, 반대하면 반성 이런 식으로 논평이 나오고 논쟁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흐지부지 넘어갔다. 그러니 당연히 민주당의 중요한 정책이 이슈가 안 되고, 당연히 언론에서도 소외된다. 이런 악순환을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박근혜 전 대표, 한나라당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철희 : 사실 민주당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부분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여당이 '예산 날치기'처럼 계속 때리는 상황에서 솔직히 정신이 없다. 싸움의 선택지도 제한돼 있다. 숫자로 밀어붙이는 걸 용인하면 무기력하다고 비판을 받고, 본회의장 점거를 하면 당장 몸만 쓰는 떼쟁이로 몰아붙인다.

뭘 해도 욕을 먹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여러 가지로 피폐한 상황이다. 솔직히 민주당이 한 것보다 훨씬 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

희망의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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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이상이 교수가 제안한 민주당의 좌 클릭과 복지 정치 동맹을 전제로 한 야권 통합은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까? 마지막으로 얘기해 보자.

고성국 : 안타까운 얘기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상이 : 그렇게 안 되면 민주당은 희망이 없다.

고성국 : 그렇다. 희망이 없다. 지난번 7월 선거, 6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가 있다. 한 번 생각해 보자. 태도도 좋고 격조가 있는 사람이 이념이나 정책이 다를 경우에는 같이 할 수 있다. 이념, 정책이 다를 것 같지 않은데 태도가 못 마땅하고 기질이 안 맞는 사람은 일을 같이 할 수 없다.

사실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의 차이가 한나라당과의 차이를 염두에 두면 크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뭐가 다른가? 그러나 이념, 정책이 아니라 태도, 문화는 상당히 다르다. 지난 10년간 특히 2002년 경선 때부터 쌓여온 서로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다.

더구나 워낙에 압도적인 상대 앞에서 '분열하면 다 죽는다' 이런 지지자의 압박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통합을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과연 통합을 했을 때 플러스 알파(α)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6·2 지방 선거 때 통합 시도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기도에서 유시민 전 의원으로 단일화했지만 실패했다. 지난 7월 선거 때도 은평(을)에서 장상으로 단일화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단일화하면 1+1이 2.5 정도의 시너지 효과가 나와야 하는데, 몇 번의 경험은 1+1이 고작 1.5 정도밖에 안 되었다. 이렇게 쌓인 실패의 경험이 이후의 통합 논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기질의 차이, 실패의 경험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면 중도 좌파에 터한 집을 새로 짓고 뭔가 새로 하자, 이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더구나 더 중요한 것은 설사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때처럼 막판에 통합을 했다고 하더라도, 플러스 알파를 창출하지 못하는 통합이라면 결코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기지 못한다.

만약 유시민 전 의원으로 단일화가 된다면 민주당 전 당원이 내 일처럼 나서야 한다. 또 손학규 대표로 단일화가 된다면 민주노동당의 전 당원이 내 일처럼 나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지금의 야5당, 시민단체의 상황을 염두에 뒀을 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상이 : 나눠 먹기식 선거 연합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방 선거 때야 나눠 먹을 자리가 많아서 부분적으로라도 가능했지만, 국회의원 대선은 선거 연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복하지만 유일하게 가능한 것은 시대정신을 껴안는 정계 개편이다. 야권이 중도 진보의 복지 국가로 제대로 구현하고자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전제로 한 정치 동맹을 만든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 분명히 그런 권력 의지에 국민이 응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야권이 정권을 탈환할 유일한 길이다.

이철희 :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민주당에 몸담고 있으니까 변명을 해보자. 지방선거, 대선, 총선에서 내리 진 정당이 3년 만에 지방 선거에서 이겼다. 3연패한 정당이 불과 3년 만에 기력을 회복한 일은 세계 정당사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거의 회복 불능 상태에 있었던 당이 이제 활기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민주당에 기력을 불어넣어준 국민의 열망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서 통합을 만들어 갈 것이다. 다만 기존의 조직, 규칙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하다. 다만 큰 흐름은 민주당이 갈피를 잡고 있다.

물론 대선에 앞서 큰 집을 못 지으면 지는 것이다. 제대로 못 하면 거기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지.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3연패한 정당에 3년 만에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민심이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더 나아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서 이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흐름에 주목하면 싸움은 절대로 일방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야권이 정권 탈환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박근혜 전 대표가 강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제대로 못한 탓일 것이다.

이상이 :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첨언하자. 정치에 있어서 역동적 성장은 언제나 가능하다. 정치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서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야권이 복지 국가를 화두로 역동적으로 성장한다면, 국민은 기꺼이 야권에 표를 줄 준비가 돼 있다. 그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고성국 : 야권 연합을 한다면 민주당 중심이 현실적이다. 민주당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과 대등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민주당 중심의 통합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런 통합이 현실이 되려면 민주당이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독자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에 대응할 만한 몸집과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안 될 연합도 된다. 객관적으로 민주당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싸울 수 없다는 판단이 전제된다면, 결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을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정권을 탈환한다' 이렇게 절박하게 움직여야 일이 진행된다.

지금처럼 '가다 보면 연합도 되고 어떻게 되겠지' 하고 막연하게 있으면 절대로 연합을 끌어내는 추동력이 안 생긴다. 둘째, 예컨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관악(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어렵겠지만 김희철 의원을 움직일 수 있는 과단함과 결단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의 진정성이 상대도, 국민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프레시안 : 오랜 시간 열띤 토론하느라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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