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빨갱이' 딱지 붙이기, 원조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빨갱이' 딱지 붙이기, 원조는?

[해방일기] 1946년 1월 7일

1946년 1월 7일

조선국군준비대는 좌익 군사 조직으로 통상 알려져 있는데, 원래 좌익 정치 활동을 목적으로 결성된 조직은 아니었다. 1945년 9월 17일 <매일신보> 기사에 의하면 "현재에는 치안 유지에 힘쓰는 한편 장래 국군의 기초를 닦으려고" 활동해 오던 조직들이 '조선국군준비대'란 이름으로 통합하면서 "당파에 기울지 않고 꾸준히 훈련에만 전심하였다가 어느 때고 정부가 수립되는 때에 국군에 무조건으로 합류하자는" 목적을 내세웠다고 한다. 그 시점에서 인원은 서울에 500명, 지방에 1000명이었다고 한다.

임정 귀환 직후인 12월 1일 국군준비대는 담화문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해방 이후 백일 조선의 정계는 그 소란이 언제 정지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현상이다. 8월 20일 발족 이래 국군은 정치 문제는 이를 일체 지도자와 정치가에게 맡기고 우리는 군사력 양성에만 노력하였다. (…) 우리 국군은 국가를 보장하는 국방군이다. 민주주의 국가 조선에서는 주권은 인민에게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국가를 보장한다는 것은 곧 인민을 말함이오 정당 정권 혹은 정부를 호칭함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 국군을 표방하는 군사 단체에 있어 정권 혹은 정부를 절대 지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가 다시금 明言한다. (…) 애국 정신 혹은 정치적 목적이란 미명 아래 폭력을 사용하고 민심을 소란케 하는 자들은 국군이란 신성 공정한 입장에서 단호히 문책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 우리 국군은 순진 겸손한 애국심에서 이에 대한 공작과 노력을 부단히 계속해 왔다는 것은 만천하 동포형제가 숙지하는 바인 것이다."

檀紀 4278년 12월 1일
國軍準備隊 總司令部 (<중앙신문> 1945년 12월 7일자)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끝 문장에서 강조한 것처럼 국군준비대가 표방해 온 정치적 중립성은 널리 인정받아 온 것 같다. 12월 25~26일 국군준비대 전국 대회는 이렇게 보도되었다.

8월 20일 결성 이래 모든 어지러운 정국과는 끝까지 관계를 거부하고 갖은 난관을 참아가며 묵묵히 훈련에만 전심하던 國軍準備隊에서는 26일 오전 10시부터 중앙중학교 강당에서 金九 주석을 비롯하여 金元鳳, 成周寔, 安在鴻, 金明時 등 내빈 다수와 수백 청중 참석 하에 성대히 거행되었다. 지방에서 모인 161명의 대표와 대원이 운동장에 정렬을 끝마치고 隊旗 입장, 대표 점호, 대기 수여, 엄숙한 사열이 끝난 후 강당으로 입장하여 식은 개회되었다.

먼저 애국가 대가 국군행진곡의 합창이 있은 후 혁명 투사와 강제 지원병 및 징병에 의하여 전몰한 동포의 영령에 묵도를 드린 후 李赫基의 개회사에 이어 金日成, 金武亭, 金元鳳 등 제 장군을 명예의장으로 추대하고 忠南 대표의 동의로 연합군과 내외 투사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보낼 것을 결의하고 임시집행부를 추천하고 축사에 들어가 金九 주석이 하루바삐 군사 단체가 통일하여 강력한 군대가 되라는 뜻의 축사가 있자 동 대원 중에서 답사로서 우리는 결코 어느 세력에 끌리는 것이 아니며 오직 앞으로 수립되는 국가의 병사라는 것을 강조하고 이어서 인민위원회, 공산당, 김원봉, 성주식, 김명시 등 제씨의 축사가 있은 후 주식에 들어갔다. 오후부터는 안재홍, 인민당, 靑總, 全評, 全農 등의 축사가 있은 후 제1일의 일정을 마치었다. (<서울신문> 1945년 12월 26일자)


(☞바로 보기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명예의장으로 김일성, 무정, 김원봉이 추대된 것을 보고 좌익 성향을 추정할지 모르나, 그 세 사람은 정치 이전에 군사 방면에서 항일 투쟁을 대표하는 인물들이었다. 임정 측과 인공 측(인민위원회)이 함께 국군준비대를 지지하고 있었고, 공산당, 인민당과 함께 안재홍도 축사에 나서고 있었다.

청총, 전평, 전농 등 '좌익 단체'들이 많이 나섰지만, 이 단체들도 공식적으로는(그리고 원칙적으로는) 대중을 대표하는 중립적 입장을 표방하고 있었다. 당파적 목적을 가진 조직을 만들려면 자금이 필요한 반면 이 단체들이 자금력 없이 대중의 폭넓은 자발적 호응을 얻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인정받는 데 달려 있었다.

이 시점에서 국군준비대는 8만 명의 예비군과 6000명의 상비군(매일 훈련을 받고 있는)을 내세우고 있었다. 국군준비대는 군사 단체이면서 또한 청년 단체였다. 당시의 청년 단체는 집단의 힘을 앞세워 후원금 강요 등 물의를 빚는 일이 많았는데, 국군준비대를 둘러싸고는 그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엄격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사회를 보호하려는 순수한 의지가 결집된 운동이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중립을 추구하는 단체도 좌익으로 몰아버리는 당시 상황이었다. 12월 29일 좌익신문 <조선인민보>가 습격당했을 때 국군준비대가 출동했다.

동업 朝鮮人民報사에서는 지난 12월 29일 이유 불명의 폭력단 약 20명이 침입하여 인쇄공장의 파괴, 사원에게 폭행등을 감행하였는데 國軍準備隊의 내원과 MP의 출동으로 진정되었다. (<서울신문> 1946년 1월 2일자)

(☞바로 보기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우익 신문이 습격을 받더라도 국군준비대는 출동할 방침이었다. 국군준비대가 해산당하지 않았다면 이후 좌익의 폭력 활동을 절제하는 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좌익의 강력한 보호자인 국군준비대의 기준을 어떤 극좌 모험주의자라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말까지도 국군준비대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12월 30일에는 반탁 담화에 뒤이어 임정과 인공의 동시 해산을 촉구하는 '통일 실천 권고 결의문'을 발표했다. 그 이튿날은 광복군 국내 지대와 통합을 결의한 뒤 수백 명이 경교장으로 행진해 가서 임정과 인공의 통합을 요구했다.

12월 25~26일 전국 대회 모습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것처럼 국군준비대는 임정과 인공 어느 쪽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세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거의 없이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고 있었다. 정파적 편향성 없이 민족 사회의 이익만을 위해 조직된 가장 강력한 단체였다. 그런데 1월 8일에 경기도 지사가 국군준비대의 해산 명령을 내렸다.

8일 경기도 지사는 국군을 준비하는 단체에 치안을 문란케 하였다는 이유로 해산을 명하였는데 이는 국군준비대에 한한 것이라고 9일의 기자단 회견 석상에서 도지사가 언명하였다. 이에 대한 루트워크 도지사와의 일문일답과 국군준비대 측의 답을 들어 보기로 한다.

(問) 국군 단체에 대하여 지사가 해산 명령을 내렸다는데 사실인가?
(答) 국방군의 명령에 의하여 국군준비대에만 그 명령을 내렸다. 그 이유는 동 준비대는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고 치안을 문란케 하였기 때문이다.
(問) 치안을 문란케 한 사실이 있는가?
(答) 증거 없이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問) 다른 군사 단체는 정식 수속을 하였는가?
(答) 하나도 없다. 그러나 부정 행위가 없는 이상 해산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問) 각 신문사를 위시하여 테러단이 횡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答) 경찰로 하여금 철저히 탄압할 것이다. 만일 신문사에서 보호를 원한다면 특별 보호를 할 것이다.

◊ 國軍準備隊 權勇浩 談

지난 7일에 10일 이내로 해산하라는 명령이 있었으나 민주주의 원칙에 의하여 결사의 자유가 있으며 장차 우리나라가 건국되면 반드시 국군의 편성이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 단체는 국군의 기초를 잡아 건국이 되면 이것을 국가에 바칠 뿐이고 현재 맹렬히 훈련을 하고 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치안을 문란히 한다고 해산하라 함은 무슨 오해가 아닌가 한다.

이것은 반동분자가 그들이 저지른 테러 행동을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모략과 그들의 불온한 책동을 감추려고 한 이간책을 혹은 그대로 곧이듣고 우리를 오해한 일이 아닌가 생각될 뿐이다.

그러나 현재 그 진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므로 당국의 오해도 풀릴 줄로 생각한다. (<서울신문> 1946년 1월 11일자)


(☞바로 보기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해산 명령의 근거는 1945년 11월 13일 국방사령부 설치 등을 목적으로 발포된 군정청 법령 28호였다. 그 해당 조항은 이런 내용이었다.

第3條 경찰군사기관의 금지
여하한 자와 단체라도 여하한 종류의 경찰, 육해군 군사 활동의 소집, 훈련, 조직, 준비 及 경무, 군무국의 관할에 속하는 행동을 행사치 못함.
단 국방사령관 혹은 국방사령관이 인정한 其 권리 부여 대행기관의 서면 인가를 得할 시는 제외함.


점령군이 군대를 만든다는 것이 월권이라는 논란이 있고 다른 쪽 점령군인 소련군과의 사이에 갈등을 일으킨 조치였다. 그래서 이 법령은 발포된 후에도 강행되지 않고 있다가 이제 처음으로 국군준비대에 적용된 것이었다. 당시 수십 개 군사 단체가 존재하고 있었는데 도지사는 국군준비대만이 "치안을 문란케 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해산 명령을 내린다며 그 사실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1946년 1월 5일 10여 명의 미군이 발포하면서 국군준비대 본부를 습격하여 해산을 명령함과 동시에 사무용품을 압수해갔다. 이에 따라 일시 피해 있던 대원들은 다시 본부에 집결하여 밤을 지냈다. 그러나 이튿날 30여 명의 미군이 다시 발포하면서 습격하여 주요 간부들을 체포해갔는데, 이 과정에서 1명의 대원이 사망했다."

<위키백과>에 위와 같은 대목이 있다. 이 내용을 확인하려고 노력했지만 내 검색 능력이 모자라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1월 18일 반탁 시위대와의 충돌로 국군준비대가 경찰의 공격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까지 더 조사해서 찾는 것이 있으면 보완하겠다.

1946년 1월 초순에서 중순에 걸친 국군준비대 탄압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었던 것 같다. 하나는 지금의 육군사관학교 자리인 태능의 일제 시절 지원병훈련소 사용 문제였다. 국군준비대가 그곳을 훈련소로 쓰고 있었는데 군정청은 1월 15일 창설하려는 국방경비대를 그곳에 두려 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극우파 테러 활동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국군준비대가 이를 강력히 견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군정청에 영향력을 가진 극우파가 그 탄압을 유도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군준비대 측은 해산 명령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과격 분자의 테러 행동으로 치안을 문란케 하고 있어 이를 박멸하고자 노력해 온 국군준비대는 뜻밖에도 당국으로부터 해산 명령을 받게 된데 대하여 다음과 같은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친애하는 3000만 동포 여러분 친애하는 연합국 장병 여러분, 세계 어느 나라치고 군대 없는 독립 국가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 국군준비대는 8·15 해방 직후부터 우리 독립 국가의 간성이 될 군사적 훈련에 전력해 왔다. 그리하여 앞으로 세워질 우리 국가가 평화적 민주주의 국가일 것을 확신하고 평화 노선을 따라 국내의 산업 치안과 약간의 국방을 우리의 최대 사명으로 알고 군대의 편제나 군사의 훈련도 우리 정도에 맞는 민주주의적으로 하기에 고심했으며 더욱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 민주주의국가인 미국 소련 양군이 우리 국내에 진주해 있으므로 여기에서 배울 것이 많음을 통감한 때문에 그 방면에 노력하였다.

그러나 지난 8일 루트워크 경기도지사로부터 국군준비대의 해산 명령(정식 통고문이 접수)이 내렸는데 그 이유는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하나 다른 군사 단체도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치안을 방해한 때문이라고 하나 본래 우리는 정치적 사상에는 전연 초월해서 다만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훈련했을 뿐이다. 최근 반동 분자의 테러 행동이 많아 이를 탄압하는 데 진력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은인자중 군정청에 대해서 오해케 만든 음모와 간책을 분쇄할 것을 맹서하고 군정청에 협력하는 마음으로 해산 명령에 항의하는 바이다." (<서울신문> 1946년 1월 14일자)


(☞바로 보기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필자의 블로그 바로 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