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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노무현 사이코, 정통성 문제" 과거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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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기춘 "노무현 사이코, 정통성 문제" 과거 발언 논란

'미스터 국보법' 반공보수 성향…2기 청와대 '우향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주축으로 한 박근혜 정부 '2기 청와대'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날 첫 비서실장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연 김 실장은 8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공식 임명장을 받았다.

'2기 청와대'의 방향타를 쥔 김 실장의 성향과 과거 이력으로 볼 때, 박근혜 정부의 보수화가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 실장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기존의 법체계에 대한 강한 수호 의지를 여러 차례 보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개혁'이란 기치 아래 추진된 4대 입법안(국보법, 사학법, 과거사법, 언론관계법)을 무력화시킨 것은 당시 야당 대표이던 박 대통령이었고, 김 실장은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아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김 실장은 2005년 11월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 직권상정에 반발해 의장실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 중 하나였다. 2004년 10월에는 4대입법 저지 투쟁을 이끈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 의해 '국보법 태스크포스' 위원으로 임명됐다. '미스터 법질서'라는 김 실장의 별명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전혀 다른 함의를 가진다. 기존 질서를 변화시키려는 시도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하는, 보수정당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분파에 속하는 인물이 그다.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이 민주당이든 한나라당 내의 다른 분파든, 변화의 범위가 국보법 등 공안 사안이든 다른 문제든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과 그로 인한 2004년 총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이 위기를 맞았을 때, 당내 쇄신파에 의해 제출된 원내정당으로의 개혁안을 좌초시킨 '중진 의원' 중에는 그도 포함된다.

2004년 국정감사에서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관련해 "몸을 파는 여성은 생존을 위해 하고 있는데 국가가 이들을 구제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단속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 것은 비록 "성매매에 있어 가장 비참한 존재는 매수자나 중개인이 아니라 성을 파는 여성 자신"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성매매를 명백히 범죄로 규정한 변화에 대한 반발로 읽힌다.

군사정권의 '법질서'에 도전해 이를 무너뜨린 민주화 운동에 대한 보상법에도 제동을 걸었다. 그는 2000년 7월 민주화운동 보상법 입법 당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고생했던 사람들에게 적절히 보상하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국가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국가유공자 유족들에 대한 보상이 미흡한 상황에서 한 쪽만 보상해주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발언했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8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스터 국보법'…당 연구소장 시절 "교과서가 좌편향됐다" 토론회 열어

공안검사로서의 면모를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 준 것은 역시 국보법 관련 사안이다. 김 실장은 2005년 10월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때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천정배 법무장관을 비판하며 "간첩과 국보법 사범을 감싸는 게 청와대가 바라는 시대 정신이냐"며 천 장관의 사퇴를 주장했다. 2004년 총선 패배 후 한나라당 내에서도 국보법 개정 여론이 높아지자 그는 "국군과 주한미군,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세 개의 기둥"이라며 "국보법은 악법이라고, 폐지돼야 된다고 '세뇌'당하고 있다"고 당 내의 개혁적 분파를 겨냥했다.

그는 과거 "1991년 국보법 개정 이래 북한 체제를 옹호하고 선전하는 이상한 분들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의 일반적 선량한 분들에게 이 법이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는 거의 없다"거나 "북한의 형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무장해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1989년 검찰총장이던 그는 "더 많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권에 일시적 제한·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기본권 침해 논란을 낳았다.

청와대의 새 사령탑이 된 김 실장의 이같은 인식과 강경 보수적 대북관이 개성공단 문제 등을 놓고 북한과 회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과거 그가 보인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은 새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기조와도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박근혜 정부는 정치 군사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인도적 대북지원을 해나겠다고 천명하고 있으나, 김 실장은 지난 2006년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핵무기 미사일을 개발하는 국가에 일방적인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대북지원 전면 중단을 주장했었다.

같은해 국정감사에서는 "(북한에) 8조3000억 원이나 퍼주었는데 북한은 우리에게 친구인가, 적인가"라고 노무현 정부 장관들에게 따져 물었다. "조선일보 방우영 명예회장 피습사건의 배후가 북한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일화는 더 유명하다. 신원미상의 괴한들이 방 회장 일가가 탑승한 벤츠 차량의 유리창을 벽돌로 파손한 이른바 '벽돌 테러'에 대해 그는 "북한 당국이 지금까지 <조선일보>를 상대로 여러 차례 악감정을 표출하고 협박해 왔다"며 "테러사건에 대공 용의점은 없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6.25 남침이라는 역사적 진실에 변화가 있느냐? 유래 없는 부자세습의 공산독재체제에 추호라도 변화가 있느냐?", "우리 내부에 통일지상주의적 논의가 분분하고 주적 개념마저 흔들리고 있다"(2000년 7월 대정부질의), "햇볕의 노예가 되어 북한의 오판을 불러왔다", "방치해두면 붕괴될 빈사직전의 북한 정권, 전 세계가 손가락질하는 불량배 국가를 햇볕으로 연명시켜주고 그 재앙을 고스란히 국민이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1999년 7월 대정부질의)는 등의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냈었다.

박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역사 교육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표-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 당시의 여의도연구소가 2006년 1월 '교과서 왜곡 문제에 관한 국민 대토론회'를 열고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제기한 것도 다시 눈길을 모은다.

"노무현 사이코, 정권 정통성 문제" 등 '막말'급 언행, 대야관계 험로 예고

정무적인 면에서도,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보다는 강경한 자세가 부각되리라는 관측이 많다. 이같은 시각의 근거 중 하나는 과거 김 실장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시절 보인 노무현 정부에 대한 강한 적대감이다. 그에 대한 야당의 감정도 고울 리 없다.

김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전력 외에도, 노무현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수없이 했다. 발언 수위도 위험했다. 2007년 국감에서는 경기북부 접경지역 문제를 거론하며 "영토를 보전하고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영토에 대한 양보적 주장을 한 것은 탄핵감"이라고 했다. 'NLL 포기' 공방의 서곡(序曲) 중 하나였다.

2006년 한나라당 의원총회장에서는 노 대통령에 대해 "사이코"라고 비난하면서 하야를 요구했다.

2004년 탄핵 사태 이전부터도 그는 노무현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2003년 10월 대정부질의에서 그는 "노무현 정권은 지난 대선 때 불법적인 돼지저금통과 각종 허위 폭로로 유권자를 속이고, 군복무 4개월 단축 등 허위공약을 남발해 탄생한 만큼 쿠데타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정통성에 하자가 있다"며 "현 정권은 친북적이고 좌파적인 정권이다. 노 대통령은 더이상 나라와 국민을 혼란과 불안에 몰아넣지 말고 하야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김 실장이 보인 강경 보수 성향이나 냉전적 대북관, 적대적 여야관계 자세 등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도 발현된다면, 정권의 성패를 장담할 수 없게 되리라는 우려가 많은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실세', '왕(王)실장'이라는 세평이 말해 주듯, 김 실장 개인의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향후 박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정책조정과 정무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을 챙겨야 할 김 실장이 청와대 운영이나 본인의 처신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과거 자신이 가장 잘 정리한 바 있다.

"되돌아보면 자기 권한을 120% 사용한 사람의 끝은 좋지 못했고, 권한이 있더라도 70∼80%만 사용하고 항상 조심한 사람은 지금도 잘 산다."

朴 '공무원 다잡기' 나섰지만…비서실장은 안기부 자금유입 의혹, 호화관광 전력

한편, 박 대통령은 집권 1년차 하반기를 앞두고 공직 기강 확립을 수 차례 강조한 바 있지만 김 실장의 과거 전력을 돌아보면 이같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들어 공무원들을 다잡기에는 스스로 면이 안 서는 부분도 있다.

2001년 김 실장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던 대우조선의 후원으로 거제도에서 '호화 관광'을 했다는 보도로 뉴스를 탔다. 대우조선이 제공한 10인승 헬리콥터 2대로 김해공항에서 거제까지 이동, 전세 유람선으로 한려수도에서 낚시 관광을 하고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외도 해상관광공원에서 만찬을 즐겼다는 것이다.

또 1996년 15대 총선에서 안기부(현 국정원) 국가 예산이 여당인 신한국당의 선거자금으로 지원됐다는 이른바 '안풍' 사건이 2001년 밝혀졌는데, 관계 당국에서 유출된 '안기부 자금 지원 명단'에는 김 실장도 2억 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단 당시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의 야당 파괴 책동'(이회창 총재)이라며 이 명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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