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 사건'은 미국 사회에 대한 불만에 따른 '자생 테러'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반면, '비료공장 사고'는 부실한 화재진압 시스템이 대형참사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ABC> 방송은 "초기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이 모두 자원봉사자들이었으며, 이들이 위험한 물질이 포함된 화재 진압에 대한 적절한 훈련을 받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초기진압에 나선 텍사스 주 웨이코 시 인근 조그만 마을 웨스트(인구 2800명)의 소방대는 상시 출동대기 인원 33명 체제로 모두 자원봉사대원들이다.
▲ 지난 17일 핵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버섯구름'과 강력한 지진파까지 초래한 텍사스 주 비료공장 폭발사건 현장 ⓒAP=연합 |
"미국 소방대원 대부분이 입문 훈련만 받은 자원봉사자"
텍사스 주 정부 당국은 대폭발 사고의 원인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하고 있으나, "화재가 난 공장에 비료 원료로 쓰이는 무수 암모니아와 질산 암모니아가 가득 들어있는 탱크들이 있었다"고만 말하고 있다.
이 물질들은 물과 접촉하면 폭발을 일으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만일 화재 진압을 한다는 소방대원들이 이 물질들에 물을 뿌렸다면, 마치 '불 난 데 기름을 부은 것'과 같은 일을 한 셈이다.
<ABC> 방송은 "미국에서 자원봉사자들로만 이뤄진 소방대들이 흔한 편"이라면서 "전미소방협회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현장 출동이 가능한 소방대원이 110만여 명이며, 그 중에서 75만6000명이 자원봉사대원"이라고 전했다.
특히 웨스트 마을(인구 2800명)처럼 인구 2만5000 명 미만의 공동체에서는 소방대원 94%가 자원봉사대원들이다. 즉, 자원봉사대원 비율은 규모가 작은 공동체일수록 높은 편이다.
미국에서 모든 소방대원들은 화재진압을 위한 최소한의 입문 교육을 받지만, 기초교육도 아닌 이 정도만으로 실제 화재 현장에서 적절한 대처를 할 능력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텍사스 주에서도 유급 소방대원들은 입문, 기초, 실전, 고급 등 4단계의 훈련을 500시간 가량 받는다.
하지만 자원봉사대원들은 산불이나 건물화재 발생시 외곽에서 지원하는 정도에 대응할 능력이 있을 뿐, 건물 내부에서 진압활동을 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이번 비료공장 화재처럼 위험물질이 포함된 경우 '위험물질 대응팀'을 따로 투입하도록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농촌 지역에서는 자원봉사대원들이 입문 단계의 훈련 정도만 받아도 대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주변에 건물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웨스트 마을의 경우는 인근에 화학공장이 있기 때문에 위험물질을 다룰 수 있는 훈련을 받도록 했어야 하지만, 텍사스 주 당국은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사망자 크게 늘어 현재 35명…70명까지 늘어날 수도
이번 비료공장 폭발 사고로 사망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병원에 후송된 180여 명의 부상자 중 지금까지 사망자가 35명이며, 그 중 10명은 구급대원과 자원봉사 소방대원들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사망자가 70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비료공장에서 작은 화재가 났고,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리면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폭발 직후 공장 상공에는 핵무기 투하 때 생기는 '버섯구름'이 관측됐으며, 사고 현장에서 80㎞ 떨어진 곳까지 진동이 느껴질 만큼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진도 2.1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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