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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시험에 들다

북한 핵실험 정국으로 출범 전부터 도전 직면…돌파구 있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반발해 핵실험을 공개 언급하면서부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이번 사태로 인해 '강경'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당선인은 4일 "북한이 공공연하게 핵실험 도발 위협을 밝히고 있는 데 대해서 많은 걱정이 든다"며 "북한은 이것을 당장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로부터 긴급 안보현안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한은 모든 안보리 결의를 지키고 도발을 중지하는 것만이 미래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평화와 발전으로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박 당선인은 이날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포드대 교수 등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새 정부의 대북정책 핵심은 강한 안보와 억지력을 토대로 꾸준히 신뢰를 구축해서 관계를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뤄나가자는 것"이라며 "만약 핵실험을 하게 되면, 이런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국제사회는 '이렇게 해선 절대로 얻을 게 없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끄는 한미정책협의단 출국 전 인사 자리에서도 "'신뢰프로세스'에 관련해 궁금해 하는 분들, 유화정책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도 있다"며 "북한의 도발 등에는 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세 차례의 일정에서 공통된 박 당선인의 메시지는 '북한이 잘못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 당선인의 이날 언급은 계속된 일련의 흐름 속에 있어 더욱 주목된다. 박 당선인은 지난 1일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접견 시에도 북한에 대해 "추가적 도발을 하지 않을까 많이 걱정된다"며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핵을 용납할 수 없고, 만일 추가도발이 있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박 당선인의 메시지는 예상되는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북한은 전날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김정은 국방위 1위원장이 "당과 혁명 발전의 요구에 맞게 인민군대를 '백두산 혁명강군'으로 더욱 강화하고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지켜나가는 데서 강령적 지침으로 되는 중요한 결론을 했다"고 밝혔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간사 김장수 의원, 왼쪽)로부터 안보 현안 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시험에 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만약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강행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실현 전망은 불투명해지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관측이다. '신뢰 프로세스'란 남북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이에 입각해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까지만 해도 북핵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이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인 만큼, 인도적 지원 문제를 포함한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자 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캠벨과의 면담 1주일 후 안보리 제재안이 통과되고 북한이 '비핵화 포기'를 공식 선언하면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대북지원 단체들은 새 정부에 인도적 지원 재개를 촉구하고 있지만, 통일부는 오히려 개성공단 등 북측 지역으로 반출되는 물품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4일 발표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 '신뢰 프로세스'가 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지금 북한은 남북대화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북미 간 '그랜드 바겐'이라도 성사된다면 모를까,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까지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 국장을 지낸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도 "이 국면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은 어렵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했으니 (보수세력은) '신뢰 프로세스'의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며 박 당선인 측에서 대북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을 높게 봤다.

더 나아가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신뢰 프로세스'나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핵 문제 해결을 교류협력과 연계시켰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원래 강경했다"며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최대석 인수위원의 사퇴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신설을 들었다.

앞서 최대석 인수위원의 전격적 사퇴는 박 당선인이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대북정책과 관련된 신호로 해석된 바 있다. 김 교수가 지적한 것도 이 지점이다. 김창수 전 국장도 이와 관련해 "최대석 교수 같은 분도 용납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기조는 우경화된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인수위는 현재까지 최 교수의 후임자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최대석 사태' 넘어 전환 시도할까?

전문가들은 3차 핵실험 국면으로 조성된 엄중한 정세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고 전망하면서도, 새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교수는 "남북관계라는 '끈'이 있어야 북핵 위기로 인한 긴장 고조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원론적이지만,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신뢰를 회복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수 전 국장도 "박근혜 정부는 출발부터 새로운 남북관계 판을 짜는 것으로 설정하고, 일정한 냉각기를 거쳐서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북미, 북중 대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해 나가고, 핵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인도적 지원 문제 등을 해결하면서 냉각기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과제로 들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더 적극적인 방법인 특사 파견을 주문했다. 백 위원은 "특사를 통한 대화의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핵실험을 막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남북관계가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같이 휩쓸려 종속변수로 끝나 버리면 이명박 정부 5년 간의 실패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 위원은 "최소한의 대화의 단초를 만들어야 한다"며 "어렵더라도 '신뢰 프로세스'를 나름대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조언들을 새로운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험에 든 박 당선인과 박근혜 정부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것도 이 지점이다. 하지만 김연철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금 정부와 같은 기조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힘들다. 진지한 고민과 국제적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움직임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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