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경찰의 경비가 대폭 강화됐다. 인수위 정문 앞에는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경찰 병력들이 배치됐고, 시위대 대비를 위해 방패를 든 전경들도 두텁게 정문 앞을 가로막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수위 앞에서 늘상 열리는 집회·시위도 이날따라 규모가 더 컸다. 저축은행 피해자 30여 명은 인수위 정문 앞 인도에서 확성기와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용산참사 유가족들도 희생자들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들고 인수위 정문 바로 앞 땅바닥에 주저앉아 농성했다. 경찰은 이들을 두 겹 세 겹으로 에워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금속노조 등 노동계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대학생들, 몇몇 사기업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의 피켓들 든 사람들은 인수위 맞은편 인도에서 줄지어 1인 시위를 벌였다.
▲24일 낮 인수위 정문 앞은 기자회견을 열려는 시민·사회단체들과 경찰 병력으로 북새통울 이뤘다. ⓒ뉴시스 |
건물 안에서는 큰 개들이 눈에 띄었다. 폭발물탐지견이었다. 일부 기자들은 이 개들의 등장을 보고 회견 몇 시간 전부터 이날 회견장에 박 당선인이 직접 서리라는 것을 눈치챘다.
회견장 앞에서는 삼엄한 검문검색이 펼쳐졌다. 회견장 내 수색을 위해 한동안 기자들의 출입이 제한됐고, 이후 입장하려는 기자들은 철저한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한 기자의 담뱃갑 속까지 열어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머니에 든 휴대폰과 펜, 수첩 등을 미리 꺼내 든 기자들이 회견장 앞에 수십 명씩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공항 검색대를 방불케 했다. 입장 인원도 언론사별로 엄격히 제한됐다.
▲회견장으로 들어가려는 취재진이 줄지어 검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회견장 단상 위에는 회견 10분여 전부터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불과 10분 후 총리 후보자로 지명될 그였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다가가 질문을 건네는 기자도 없었다. 김 위원장이 총리로 지명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않았다. 그저 '예우 차원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박 당선인을 맞이하는구나' 했을 뿐이다.
총리 후보자를 눈앞에 두고 '누가 총리로 지명될까'를 얘기했던 기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릎을 쳤다. 김 후보자는 박 당선인의 회견과 자신의 소감 발표 이후 일단 질의응답 없이 회견장을 떠났고, 그때서야 따라나선 기자들이 질문공세를 퍼부었지만 김 후보자는 한 손을 들어 말없이 인사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회견 이후 공식 질의응답을 예상했던 기자들은 당황했다. 기자들만이 아니라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조윤선 대변인도 퇴장 이전 "지명자님, 질의응답을 받으시겠나?"라고 김 후보자에게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하고 나가는 김 후보자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야 했다.
조 대변인은 "많은 질문이 있을 것 같은데, 인수위원장 겸 총리지명자께서 답을 받고 대화할 기회는 곧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오늘 회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마무리했다. 조 대변인이 약속한 질의응답은 불과 몇 분 후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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