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공약에 대한 '속도조절' 내지 수정 논의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기도 했던 정몽준 의원(서울 동작을, 7선) 이 새로이 논의에 가세했다.
정 의원은 16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약은 가능한 한 지키면서도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발전방향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 한다면 그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공약의 정신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정 의원은 '공약을 꼭 다 지키려 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정치인들의 발언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램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자신의 책에서 '선거 때 내놓은 정책을 다 집행하면 미국은 확실히 망할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으로 경제정책자문위원회가 구성됐는데, 그 위원회의 결론이 '대선 때 전역을 다니면서 많은 약속을 하는데 그것을 다 이행하는 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게 좋겠다'였다"고 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공약 속도조절론을 앞장서 제기했던 심재철 최고위원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심 최고위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모든 역대 정부가 공약을 다 지키고, 퇴임한 정부는 단 하나도 없다. 좀 더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최고위원은 "공약 중에 '이런 부분들은 집권해서 예산을 짜다 보니까 현실적으로 이런 문제가 있다'라는 부분들이 있으면, 그런 건 국민들에게 고백할 것들은 고백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이제 솔직해져야죠", "(비판도) 감수할 건 감수해야 되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공약을 이렇게 부풀려서 한 부분에 대해서는 누군가 책임져야 하지 않는지'라는 지적이 있다고 소개하자 심 최고위원은 "좀 과장된 부분이 있었다 한다면 저희들이, 당에서 그런 부분들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심 최고위원은 노인연금 공약에 대해서는 "차등지원이라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보장 공약에 대해선 "훨씬 더 돈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친박계로 꼽히는 김재원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공약 수정 필요성을 일부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모든 공약을 지킬 것이냐, 아니면 모든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이냐 하는 것은 국민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남아 있는 문제"라며 "그러한 과정에 대한 생각 없이 그냥 무조건 지키겠다고 꼭 하는 것이 능사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만 "일단 국가재정을 최대한 활용해서 공약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된다는 것이 현 단계의 상황"이라며 노인연금, 4대질환 진료비, 군복무 18개월 단축 등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해 "이 세 가지 공약을 시행도 해보지 않고, 또는 그 시행을 하는 어떤 노력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이것을 포기하자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단서를 달았다.
김 의원은 "재정을 개혁하고 재정을 짜내서 공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긴 하다"면서도 "만약에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된다면, 결국 증세를 통해 국민 동의를 구해서 이행할 것이냐, 아니면 증세까지는 하지 말고 '이 부분 공약은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나으냐 하는 것은 그 다음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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